[박승준의 지피지기] 이재명 '셰셰(謝謝)외교'… 실현 가능할까?

박승준 논설주간
[박승준 논설주간]

“제가 셰셰했습니다. 중국에도 셰셰하고, 대만에도 셰셰하고, 다른 나라하고 잘 지내면 되지, 대만하고 중국하고 싸우든지 말든지,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냐, 이렇게 말했습니다. 틀린 말 했습니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13일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광장에서 유세하면서 한 말이다. 이 후보는 한 달 남짓 전인 4월 11일 충남 당진시 당진시장에서 시민들에게 한 말을 확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이 후보는 4월 10일 후보 등록을 한 다음날 당진으로 달려갔다. 당진은 ‘唐津’이라는 한자가 의미하듯, 역사를 통해 한반도에서 당나라로 건너다니며 무역을 해서 먹고살아 온 지역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공격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대중국 외교에서 실패했다는 주장을 폈다.
“뭘 자꾸 집적거려 가지고, 자꾸 망가뜨려서, 가장 크게 망가뜨린 게 뭐냐? 외교입니다. 우리나라 최대 흑자 국가, 수출 국가 중국이 지금은 최대 수입국가가 돼버렸어요. 중국 사람들이 한국 싫다고 한국 물건을 사지 않습니다. 왜 중국을 집적거려요. 그냥 셰셰, 대만에도 셰셰, 그러면 되지, 뭐 자꾸 여기저기 집적거리고, 무슨 양안 문제에 우리가 왜 개입합니까. 대만이 뭘 어떻게 되든, 중국과 대만 국내문제가 어떻게 되든 우리가 뭔 상관있어요?”
이 후보의 윤 전 대통령 대중 정책 비판은 윤 전 대통령이 중국과 대만 사이의 양안 문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중국의 반감을 산 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19일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간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면서, “결국 이런 (대만 해협의) 긴장은 힘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중국의)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로이터 회견 다음날 2023년 4월 20일 중국 외교부 당시 대변인 왕원빈(汪文斌)은 정례브리핑에 나와 “대만 문제의 해결은 중국인들끼리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남들의 치훼(置喙)를 용납할 수 없다”고 격렬하게 비난했다. 왕원빈이 말한 ‘불용치훼(不容置喙)’라는 용어는 ‘주둥이를 놀리지 말라’는 뜻으로, 중국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도 욕할 때나 쓰는 말이었다. 왕원빈은 “세계에서 중국은 하나밖에 없으며, 대만은 중국영토에서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으로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중국 핵심 이익 중의 핵심”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불용치훼’라는 용어를 쓴 것은 외교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윤 전 대통령이 로이터 회견에서 말한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대만 해협의)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말은 미국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중국을 자극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구사하는 일종의 외교적 클리셰(cliche · 常套語)였다. 그런 상투어를 한국 대통령이 로이터 통신과 회견 때 구사한 데 대해 중국 외교부가 격분한 것이었다. 물론 요즘 중국 외교가 한국을 대하는 태도는 한국이 너무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점을 수리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국면이기는 하다.
중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올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개최 예정인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참석을 내정해 두고 있다고 한다.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은 20년 전인 지난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부산을 방문했고, 시진핑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이후 10년 동안 방한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4월 11일 당진과 5월 13일 대구 유세에서 말한 ‘셰셰외교’ 발언은 중국 내에서 커다란 관심을 모았다. 바이두(百度)와 함께 중국 최대 검색엔진 중의 하나인 소후 닷컴(搜狐 · SOHU.com)에 올라온 이재명 후보의 발언은 19일 현재 2188만명이 열람한 기록을 올렸다. 글을 올린 중국 네티즌은 수이펑주멍(隨風逐夢·‘바람을 따라 꿈을 좇는다’)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중국인으로 광둥(廣東)지역에서 글을 올렸다고 되어있다. 글 제목은 ‘이재명이 친중(親中) 논쟁에 정면으로 반응하다’. 이 글에서 수이펑주멍은 “이재명이 말한 셰셰라는 간단한 구어(口語)는 실제로는 심각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그는 이 간단한 말을 통해 자신은 친중(親中) 고수의 뜻이 없으며, 실용 외교의 이념을 갖고 있어, 중국과 관계 악화와 국익의 손해를 피해야 한다는 생각을 표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하이난(海南)성에서 중국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에 올린 글은 이재명 후보의 셰셰외교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소개했다. 닉네임 샤오주탄가이녠투(小竹談槪念圖)라는 네티즌은 이 후보의 셰셰외교에 대해 “이재명의 두안수이(端水)외교, 중국과 대만에 모두 셰셰라고 말하는 이 장난은 과연 이해가 가능한가”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중국 네티즌은 이재명의 셰셰외교를 “여기저기 어느 쪽과도 잘 지내려는 두안수이 외교”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그의 실용주의 외교 책략은 네티즌들의 관심과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 네티즌이 말한 ‘두안수이’는 인터넷 신조어로 한 잔의 물도 수평을 맞추려는, 즉 누구와도 잘 지내려는 사람을 두안수이 대사(大使)라고 표현하는데 이 네티즌은 셰셰외교를 말한 이재명 후보를 두안수이 대사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가가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으로 나뉘는 가운데, 미국 미디어들은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에 비해 중국, 북한과 보다 ‘따뜻한 관계(warmer ties)’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2월 14일 이재명 후보와 인터뷰를 갖고 “그는 중국에 대해 강경한(hawkish) 한국의 자세를 누그러뜨릴 가능성이 있으며, 그 결과 트럼프 행정부와 불편한(at odds) 관계를 만들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이재명 후보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를 “도전을 받는 전선(front line)에 있다”고 표현해서 “그의 말뜻은 한국으로서는 중국을 고립시킬 여유가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러나 이 후보는 미국, 일본과의 안보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와 관련 “미국으로서는 중국에 대해 항상 적대적이거나 항상 협조적인 자세를 취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최대의 무역파트너인 한국으로서도 베이징(北京)에 대한 접근을 잘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아울러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18일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와의 대선후보 4자 토론에서도 셰셰외교를 버리거나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 후보는 이준석 후보가 “셰셰외교가 너무 친중적”이라고 말하자, “친중으로 몰아보려고 하는데 부적절하다”면서 “국익을 중심으로 판단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가 대선후보 등록 다음날 당진에 가서 처음으로 언급하고, 한 달 남짓 뒤에 다시 대구 유세에서 확인했고,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셰셰외교는 중국과 미국에서 지속적인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셰셰외교를 당진과 대구, 그리고 대선후보 토론회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언급한 것을 보면 이 셰셰외교가 이 후보의 즉석 아이디어가 아니라 그의 외교안보팀에서 만든 중요 정책일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포스트의 지적처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국제정치 큰 그림은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안보보좌관 헨리 키신저와 함께 구상해서 소련 체제 붕괴에 성공한 이이제이(以夷制夷)의 2.0판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로서는 러시아 푸틴과 손을 잡고 중국에 압박을 가하는 미국판 이이제이 2.0을 펼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의 셰셰외교가 트럼프의 미국이 추진하는 국제정치 큰 그림과 어긋나지 않도록 이 후보의 외교안보팀은 잘 점검해야 할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시진핑이 4 연임을 해야 하는 2027년 가을의 당대회를 위해 대만점령에 나설 가능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럴 경우 시진핑은 평택 주둔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묶어두기 위해 북한 김정은을 부추겨 한국을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도 있다. 그 경우에도 셰셰외교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 잘 따져봐야 할 것이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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