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의달 칼럼] 트럼프 MAGA의 부활

  • 특별기획 미·중 무역 대전쟁 …송의달과 박승준의 용호상박(龍虎相搏)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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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달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1. “매일 66억 달러(약 9조2400억원)의 빚이 쌓여 2024년 한 해에 2조4100억 달러의 국가 부채가 늘었다.” (미국 재무부 홈페이지)
작년 11월 국가 부채가 사상 최대인 36조 달러를 돌파한 미국은 올 들어 빚 상환 이자로만 하루 30억 달러(약 4조2000억원)를 지출하고 있다. 2015년 말 18조 달러이던 국가 부채는 9년 만에 두 배가 됐다.
 
#2. “지금 세계 10대 기업 중 1, 2위를 비롯해 4개가 중국 기업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6~7배 빠른 속도로 군사력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2023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우주 발사(67회)를 했다.”(2024년 10월 ‘포린 어페어스’ 논문)
 
두 사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독트린을 내걸고 있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이 안으로 골병 들고 밖에선 경쟁국에 추월 직전 상태에 있는 탓이다. 그는 “지금은 미국이 멋진 말로 폼 잡는 외교를 할 때가 아니다. 외국에 좋은 일만 해주는 호구(虎口) 노릇을 더 이상 않겠다”고 공언한다.
 
위대하지 않은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려는 ‘MAGA’. 그 꿈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트럼프는 중국(CHINA), 그리고 미국 내 좌파를 꼽는다. 중국은 미국보다 인구가 4배 많고, 매년 200여 만명의 이공계 대학생을 배출하며, 세계 120여 개국의 1위 교역국이다. ‘네이처’ 같은 세계적 과학 저널에 게재·인용되는 논문 숫자에서도 중국은 2022년부터 미국, 유럽연합(EU)을 앞질렀다.
 
미국이 여태 겪어본 적 없는 가장 막강한 실존적 위협 국가인 중국은 사이버 해킹·간첩·여론조작 등을 총망라한 초한전(超限戰)으로 은밀한 미국 붕괴까지 시도한다. 작년 10월엔 ‘솔트 타이푼(Salt Typhoon)’이란 이름의 중국 해킹 그룹이 수개월 동안 버라이즌, AT&T 등 8개 미국 통신사들의 네트워크에 침투해 연방정부 도청 시스템까지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은 또 ‘좀비 마약’인 펜타닐 원료를 미국으로 가장 많이 보낸다.
 
트럼프는 이를 ‘국가 비상사태’로 간주하며 모든 정책을 중국에 초점 맞추고 있다. 전략 목표도 소극적인 대중(對中) 경쟁력 우위에서 ‘중국의 부상(浮上) 좌절’로 높였다. 학자·연구자들의 중국 관련 스파이 행위를 감시하는 ‘차이나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 중국인과의 연애 금지령, 중국산 선박 입항 수수료 부과, 중국산 태양광·항만 크레인 철거 등을 단행했다.
 
그는 또 다른 적(敵)인 좌파와의 전쟁에도 열심이다. 올 1월 취임식 당일에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정치적 올바름주의(Political Correctness)에 물든 기업과 문화기관·단체 등에서 좌파 색깔을 지우고 있다. DEI 이론의 산실이자 총본산인 하버드대를 비롯한 명문 대학들에겐 연방지원금 취소·동결 등으로 압박한다.
 
바이든 정부는 4년간 24개 연방기관을 통해 460개 DEI프로그램에 1조2000억 달러를 지원(미국 재건센터·CRA)했다. 백악관에 ‘신앙실’을 만들고 ‘반(反)기독교 편견 제거를 위한 태스크포스 설치’ 행정명령을 내린 트럼프의 생각은 정반대다. “미국이 다시 강하고 위대한 나라가 되려면 성소수자·유색 인종에 대한 무조건적인 우대를 중단하고 능력주의와 기독교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트럼프 1기에 등장한 ‘MAGA’는 4년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더 완벽하게 부활했다. 작년 11월 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이 대통령·연방의회·주지사·주의회 모두 완승한 것은, 대다수 미국인들이 향후 미국을 이끌 국가 비전으로 ‘MAGA’를 승인했다는 증거로 평가된다.
 
최근엔 MAGA 민간 풀뿌리 운동이 들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다. 2016년 출범한 ‘터닝포인트 USA’는 미국 전역에 1000개 넘는 대학과 1200여 개 고등학교에 지부를 운영하고 있다. 책임자인 찰리 커크(31)의 소셜미디어 구독자는 2000만명이 넘는다. 인플루언서 바니 하리(구독자 210만명), 유튜브 논평가 패트릭 벳 데이비드(640만명), 팟캐스트 운영자 마이클 놀스(200만명) 같은 민간인 ‘MAGA 운동’ 전사(戰士)들도 늘고 있다.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캐시 파텔 FBI국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실장 등은 트럼프 2기 정부에 포진한 30~40대 MAGA 리더들이다. 중국이 미국 도전 대열에서 탈락하고 미국 우파가 문화 전쟁에서 이길 때까지, MAGA는 더 세(勢)를 불릴 전망이다. ‘중국몽’을 꺾으려면 ‘MAGA’가 더 크고 더 강력하며 더 지속적이어야 한다. 최종 승자는 누구일까?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대학원,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수료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초청 연구원 △조선일보 홍콩특파원, 현 서울시립대 융합전공학부 초빙교수 △ 저서 :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회>, <미국을 로비하라>,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 <신의 개입: 도널드 트럼프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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