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이 15일(현지시간)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한 주거 건물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기습 작전 목표는 핵시설 파괴를 넘어 현지 정권 교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팔레스타인과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세력인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들을 연달아 죽이며 의사결정 체계를 무력화해 온 이스라엘이 이란 군 수뇌부 제거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란 국영TV는 14일(현지시간) “핵 과학자 알리 바카에이 카리미, 만수르 아스가리, 사이이드 보르지가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테러 공격으로 순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도 “이란 핵프로젝트 고위 과학자와 전문가 9명을 제거했다”며 “이들 모두 이란 핵프로젝트에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핵무기 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을 보유했다”고 발표했다.
이란 군 수뇌부에서도 추가 사망자가 나왔다고 이란 프레스TV가 전했다. 이란군 총참모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보 담당 부참모장 골람레자 메흐라비 준장과 작전 담당 부참모장 메흐디 라바니 준장이 13일 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전날에는 모하마드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 호세인 살라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 IRGC 대공방어부대 하탐알안비야 중앙지휘부 골람알리 라시드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IRGC 항공우주군 사령관 등 군부 수뇌부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일어서는 사자’ 작전 개시 이후 이란 정권의 안보기관 지휘관 20여 명이 제거됐다”며 이란 군부의 지휘계통을 설명하는 도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그동안 하마스와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를 상대로 벌여 온 참수작전과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이제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에 이어 이란을 상대로도 이 같은 지휘체계를 뒤흔드는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표면적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이란의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로이터통신은 이스라엘이 핵시설뿐 아니라 군 지휘체계의 핵심 간부, 핵 과학자 등을 표적으로 삼은 데에는 이란 정권의 안정성을 해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공격 배경을 설명하면서 이란 국민을 향해 “사악한 정권의 탄압에 맞서야 한다”며 “(이란) 국가의 깃발과 역사적 유산 아래 뭉쳐 자유를 위해 일어서야 할 때”라며 이란 국민의 봉기를 촉구했다.
영국 BBC방송은 경제 상황, 언론 자유·여성과 소수자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란 내 정권에 대한 불만 여론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공습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이란이 무너질 정도의 내부 불안이 촉발되길 바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수백만 명의 인터넷 접속을 제한했다. 인터넷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에 따르면 인터넷 접속 제한 조치 이후 이란 내 인터넷 사용량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자신이 설립한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이란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이그재미너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국민의 봉기를 촉구한 가운데 머스크가 이란에서 스타링크를 가동한 것은 이란 정부에 대한 국민 저항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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