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유예 두고 오락가락하는 美…본격적인 속도전 시사한 韓 통상당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을 앞두고 양가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우리 통상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관세 협상에 속도를 내겠다는 입장이다.
무역 협상 시한 연장 가능성↓…다가오는 줄라이 패키지 '데드라인'
12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케네디센터를 찾은 자리에서 '무역협상 기한을 연장할 용의가 있냐'는 질문에 "그렇다. 하지만 우리가 그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역협상 시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최근 상호관세 부과에 대한 미국 내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등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각국이 '눈치보기'에 나서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무역 협상에 나서고 있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도 온도 차가 있다. 배선트 장관은 같은 날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다수는 좋은 제안을 들고 왔고 성실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난 누군가 성실하게 협상한다면 (관세 유예)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무역 협상을 두고 불확실성이 심화되고는 있지만 미국 측이 설정한 관세 유예 기간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한 뒤 이를 다음 달 8일까지 90일 동안 유예한 바 있다. 우리 통상당국도 협상 데드라인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줄라이 패키지' 마련을 위한 협상에 나섰다.

다만 그동안 한·미 통상 당국 간 협상 속도는 다른 국가에 비해 더딘 편이다.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우리 측 경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탓이다. 양국은 그동안 두 차례 기술 협의에 나섰지만 본격적인 협상보다 미국 측에서 제시한 청구서를 우리가 접수하는 수준에 그쳤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협상 가속화' 공식화 한 통상본부장 "트럼프 발언, 일희일비할 필요 없어"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신임 통상 사령탑에 오르면서 협상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여 본부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전까지는 민주적 정당성이나 맨데이트(선거로 국민이 부여한 권한)가 부여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최대한 협상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통상 당국 측 판단이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수시로 미국에서 나오는 속보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워싱턴에서도 불확실성이 짙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불확실성이 현재에는 '뉴노멀'인 만큼 중요한 것은 선의로 협상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법원에서 상치되는 듯한 판결이 나오면서 혼돈도 있겠지만 지속 가능한 무역, 통상, 투자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협상을 통해 윈윈(Win-Win)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불확실성 롤러코스터' 끝에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협상 추진력이 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가 미국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국도 우리를 필요로 한다. 일방으로 주는 협상은 없다"며 "한·미 간 공통분모와 상호 호혜적인 부분을 만들어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본다. 협상팀의 과제는 상호 호혜적인 것을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양국의 미래 협력 관계 청사지는 만드는 큰 그림부터 디테일까지 새로 시작한다고 보면 된다"며 "협상의 중요한 결정은 마지막 며칠을 남겨두고 되는 때도 많다. 다른 국가에 비해 늦을 수는 있지만 지금부터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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