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대출이 5월에만 6조원 증가하며 규제 전 막차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 오히려 대출 수요를 자극하는 역설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2년 5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6000억원에서 1103조6000억원으로 43조원 늘었다. 윤 정부 초중반은 기준금리 인상기여서 가계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출규제를 완화해 가계대출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뒤늦게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역시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비 차주들 사이에서 '지금 아니면 대출이 어려워진다'는 인식만 강해져 선제적 대출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정책 시행 직전부터 직후까지 대출이 급증하며 정책 효과를 상쇄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4년 2월 24일 1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앞둔 2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7조8000억원 늘어나며 월간 기준 역대 세 번째 증가폭을 기록했다. 2024년 9월 2단계 시행 직전인 8월에는 주택담보대출이 9조3000억원 증가하며 집값 급등기로 불렸던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지난달에도 3단계 DSR 시행을 2개월 앞두고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원 늘어났다. 올해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은행권에서만 5조2000억원 증가해 4월(+4조7000억원)을 웃돌 뿐 아니라, 지난해 9월(+5조6000억원) 이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2월(6598건)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돼 가계대출 증가세는 6월뿐 아니라 7~8월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이날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가계대출 점검회의'에서 3단계 스트레스 DSR의 차질 없는 이행 계획 등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 위한 정책 방향 등을 집중 논의했다. 은행권에 대해서는 투기수요 등으로 부동산 시장에 과도한 자금이 유입돼 과잉 대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체적으로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금리인하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가계부채의 증가세 확대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엄중한 경각심과 일관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추이,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시장과열 발생 시 준비된 조치를 즉각 시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