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ETF 시장도 환전략에 따라 수익률이 차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3개월 동안 환율 변동성의 영향력을 적게 받는 '환헤지' ETF가 좋은 성과를 내는 추세다. 지난 연말 강달러로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환노출' ETF 수익성이 좋았던 것과 비교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거시경제 변수로 인해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 선택에 있어 환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 대표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 중 환헤지 전략을 사용하는 ETF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48%로 나타났다. 환노출 전략을 사용하는 S&P 500 ETF의 동일기간 평균 수익률 -4.11%에 비해 5.59%포인트 높았다. 1개월 평균 수익률 역시 환헤지 ETF가 5.70%로, 환노출 ETF의 2.44% 대비 3.26%포인트 높았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마찬가지. 나스닥100 환헤지 ETF의 3개월 평균 수익률은 5.16%인 반면 나스닥100 환노출 ETF의 동일기간 평균 수익률은 -1.21%로 수익률 격차가 6.37%포인트에 달했다. 1개월 평균 수익률도 환헤지 ETF가 9.20%로 환노출 ETF의 5.79%보다 3.40%포인트 높았다.
최근 2개월 동안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환전략에 따라 ETF의 수익률이 갈리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초에는 강달러로 인해 환차익이 반영되는 환노출 ETF들이 추가 수익을 거뒀다면 최근에는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으로부터 자유로운 환헤지 ETF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6월 들어 올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올해 월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455.5원, 2월 1445.58원, 3월 1457.92원, 4월 1441.92원으로 1450원 선을 넘나들다가 5월 들어 처음으로 1390.7원을 기록하며 14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달 들어선 1367원을 기록 중이다. 6월 월평균 환율은 지난 3월 대비 6.2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달러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정부의 재정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미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달러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해진 영향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일 공개된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9개국이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되면서 트럼프 정부가 원화 절상을 압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대내적으로는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추경 등 내수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외 시장 투자 ETF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만큼 환전략의 중요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하단을 1300원으로 제시했다. 권 연구원은 "관세 협상이 한 달 남은 가운데 미국 측의 환율 관련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역시 새 정부 출범과 맞물린 외인 자금 유입, 주가 상승 등이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 미국과 이해관계가 크게 다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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