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미들, 李 정부 업고 기업 지배구조에 도전장...코리아 디스카운트 타파하나

  • 블룸버그 보도

  • 액트·카카오톡 중심으로 결집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개미(소액투자자)들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천명한 이재명 정부의 지원을 업고 본격적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를 높일 전망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소액투자자들이 카카오톡과 주주 전용 플랫폼 ‘액트’ 등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결집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촉구하며 최고경영자(CEO) 해임 등 경영진 변화에 대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아주기업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내 기업에 제출된 주주 제안은 168건으로 2021년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8건은 CEO 해임 등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인 요구였다.

김남은 아주기업경영연구소 부본부장은 이 같은 소액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에는 단순히 배당 수익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이사회 구성까지 개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을 목표로 두고 있으며 이들의 관심은 수익률을 넘어 이사회 구성, 경영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주식 참여가 급증하면서 현재 한국의 개인투자자는 전체 인구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와 더불어 행동주의의 밑바탕이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아울러 한국 소액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가 일본·대만 등 경쟁국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가총액 10억 달러(약 1조3570억원) 이하의 기업 중심으로 소액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실제로 의약 업체 오스코텍은 CEO 재선임 계획을 철회했고, 산업 바이오 업체 아미코젠과 섬유 업체 DI동일도 소액 주주 압력으로 새 감사 선임을 단행했다.
 
이 같은 한국 소액주주들의 행동주의는 미국의 ‘밈(Meme·유행성) 주식’ 열풍과는 결이 다르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와 ‘헤이홀더’는 그룹 참여 전 실제 주식 보유 여부를 인증받도록 해 실질적 주주만이 논의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사용자들은 기업의 팬처럼 애정을 갖고 훈육하듯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익명의 소액주주는 주주 명부를 바탕으로 400명의 주주들에게 손 편지를 보내 행동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이 중 120명이 카카오톡에 참여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교사로 일하면서 직접 편지를 인쇄하고 우편으로 보냈다. 이는 힘들고 지치는 일이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소액주주 단독으로는 구조를 바꾸기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행동주의 전문 펀드들의 동참이 이들의 노력에 힘과 전문성을 보태고 있다. 국내 펀드뿐만 아니라 얼라인파트너스 등 외국계 자금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지배구조 개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세스 피셔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대선 결과가 실제 개혁을 불러올 기회”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은 기업 투명성 강화, 주가 조작 근절 등을 통한 코스피 지수 5000포인트 달성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 대통령 당선 후 코스피는 3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6%가량 올랐고, 연초 대비로는 20% 가까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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