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요 대형 로펌들이 앞다퉈 정책 분석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 세종, 율촌, 바른, 화우, 태평양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는 ‘압도적 입법 추진력’과 ‘기술 중심 산업 육성’이라는 두 축으로 요약된다. 이들 로펌은 특히 노동·지배구조 개편과 AI·첨단산업 전략이 기업 경영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6개월이 향후 5년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광장: 입법 구조의 재편, 기업 준법 감수성 필요
광장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 중점이 단순한 법률 개정 수준이 아니라 입법·제도구조 전반의 재편 가능성에 있다고 보았다.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닌, 국회 권한 강화와 행정부 견제권 확장이라는 정치 제도의 구조 변화가 기업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핵심 진단이다. 특히 노동 3법, 상법상 충실의무 강화, ESG 공시 의무화 등은 모두 이사회 및 현장 조직의 법적 책임 한계를 확장시키는 입법으로, 기업의 준법 감수성과 이사회 중심의 거버넌스 대응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리스크 노출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입법과제 중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 당시 거부권으로 무산됐던 민감 법안이며, 노동·복지·지배구조 분야 입법이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조항은 ESG 경영 전환 속도와 맞물려 이사회 책임 리스크를 동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준법 리스크 감수성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광장은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권, 청문 대상 확대 등 ‘의회권한 강화’ 흐름이 기업 대응을 늦출 경우 위기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세종: 산업정책과 규범 리스크의 동시 전개 경고
세종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기술 기반 성장 모델로 분석하면서도, 그 이면의 규범 리스크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ABCDEF 전략을 통해 민간의 신산업 투자를 유도하면서도, 공정거래법·플랫폼 공정화법·ESG 공시 의무 등 규범 강화 조치가 병행되며 기업 현장에는 복합적 규제부담이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바이오, 플랫폼, 콘텐츠 산업처럼 규제·지원이 혼재된 분야에서는 인허가, 인증, 세제 등의 예외 판단이 지연될 경우 신사업의 타이밍이 어그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세종은 이재명 정부가 ‘혁신구역’ 또는 ‘실증특례’ 등 유연한 규제예외 제도를 명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러한 예외제도 없이 일괄 적용될 경우, 규범과 산업 진흥 사이 정책 신호의 충돌이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각 기업은 정책 수혜를 기대하는 동시에 그 조건을 분석하고, 사전 협의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율촌: ‘기회와 규제’의 병렬 구조, 선별적 대응이 관건
율촌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기조를 ‘기술 투자 확대’와 ‘규범 강화’가 병렬로 추진되는 구조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특별법, AI 기반 서비스에 대한 투자 확대, 재정 주도형 산업육성 전략이 민간에 중장기 기회를 열 수 있다고 보면서도, 그 이면에 노동조합법 개정, ESG 공시 의무화, 플랫폼 규제 강화 등의 리스크가 병존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플랫폼·플랜트·물류 등 다중 규제 영역에서는 기업의 법무·전략 부서 간 협업이 미흡할 경우 신사업 추진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담았다.
율촌은 산업별·이슈별로 정책의 진폭이 큰 현 상황에서, 기업은 ‘전사적 대응’보다 ‘선별적 분업 대응’ 전략이 효과적이라며, 법무조직을 정비해 ‘정책 중심형 대응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율촌은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이 ‘국가 주도-민간 집행’ 모델로 정비되는 과정에서, 기업이 체감할 기회와 규제가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른: 정책 집행의 ‘속도감’이 핵심 변수
바른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을 ‘내용’보다 ‘속도와 성과’가 좌우할 정부 운영 방식으로 분석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기획위 없이 곧장 운영에 들어간 이번 정부는 입법과 예산을 병렬적으로 밀어붙이며 ‘정책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히 ABCDEF 전략산업 예산 집행, 민생입법 패키지, 중대재해·ESG·노동규범 등 정책은 기업에 실제 영향을 미칠 시차가 짧을 수밖에 없어 사전 리스크 점검과 정책 해석 역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른은 “규제는 사전고지보다 정책성과로 측정되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준법이나 대응보다 ‘예측’과 ‘해석’에 무게를 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입법과 예산의 병렬 추진, 실적지표 설정 등은 정책과 규제의 예고없는 집행을 부를 수 있으며, 그만큼 기업에는 리스크 노출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화우: AI 중심 정책, 국가거버넌스의 디지털 전환
화우는 보고서 전체를 AI 산업 정책에 집중하며, 이재명 정부의 AI 전략이 단순한 산업 육성을 넘어 국가 거버넌스의 디지털 전환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GPU 확보, LLM 개발, K-AI 프로젝트는 기술 주도권 확보뿐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해석했다. 화우는 이 과정에서 기술 투자, 인재 육성, 윤리·규범 확립을 병행되고 있으며, AI 병역특례, 공공데이터 개방, 고성능 컴퓨팅 자원 공유 등이 그 신호라고 지적했다.
화우는 “AI 투자 이전에 규범적 리스크를 먼저 검토하는 구조”가 이제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화우는 보고서에서 고성능 GPU 확보, LLM 개발, K-AI 추진 등은 특정 산업군을 넘어서 인재 유치, 교육 체계, 윤리·규범 정립까지 전방위적 정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AI 병역특례는 기술 중심 인력 구조의 전면 재구성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투자에 따른 수혜보다, AI 윤리법·데이터 규제 강화 등 간접 규범의 파장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는 경고가 뒤따랐다.
태평양: 동시다발적인 정책 추진, 기업의 법적환경 변화
태평양은 이재명 정부 정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정책의 동시다발성’을 꼽는다. 보고서는 ABCDEF 등 미래산업 중심의 과감한 재정투자 정책과, 지배구조·노동·복지 영역의 규범 강화 기조가 서로 다른 논리로 병행 추진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컨대 기업의 연구개발과 기술 투자에는 인센티브가 예고되지만, 동시에 ESG·노동환경 규제는 한층 강화되며 기업의 내부 통제 부담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디스커버리 도입, 수사권 구조 조정, 노동·형사 법제의 동시 개정 가능성은 기업을 둘러싼 법적 환경을 복합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디스커버리 제도 확대 △노동법 상시 개정 위험 △검경수사권 재조정 △사법 신뢰 개혁 기조 속 기업 형사 책임 확대 가능성 등을 나열하며, “법무팀이 아니라 C레벨이 주도하는 리스크 총괄 전략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사회 내 법무 전문가 비중 확대,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재점검, 산업정책 전담 태스크포스 구성 등이 실질적 대응 방안으로 제시됐다.
"입법·집행 속도·동시성·구조 전환" 강점이자 리스크
6개 로펌 보고서를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 정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권 초기부터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집행 속도 △서로 이질적인 정책 기조의 병렬 추진 △정책 단위가 아니라 제도 구조 자체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동시에 리스크로도 작용할 수 있다. 과거처럼 정책 발표와 시행 사이의 ‘유예 기간’이 사라졌고, 국정기획위나 제도 예비 논의 없이 곧바로 입법과 예산이 실행되기 때문에, 기업이 체감하는 정책 충격이 즉시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광장은 정부가 단순 입법을 넘어서 입법 권한의 구조적 복원을 시도한다고 진단했고, 바른은 입법·예산의 병렬 집행 속도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세종·율촌은 이 정부가 기술 투자와 규범 통제를 ‘동시에’ 밀어붙이며, 기회와 부담을 함께 유발한다고 분석했다. 태평양과 화우는 특히 정책 간 충돌이나 간극보다, 그것이 동시에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대응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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