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강진구 YK 변호사 "변호사,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강진구 YK 파트너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
강진구 YK 파트너변호사 [사진=법무법인 YK]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 하나가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이다. (선임이라는 아주 좋은 용어가 있음에도) 왜 유독 변호사에 대해서만 '산다'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는지 의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것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가볍고 편하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는 변호사 수가 증가하여 주변 모임 등을 통해 변호사를 만나기 쉬운 환경이다. 사적으로 만나지 못하더라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변호사와 상담하기 어렵지 않고,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어떤 변호사인지, 자신과 잘 맞는 성향인지 등을 미리 파악하기도 좋다. 그래서 실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제에 관하여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다.

실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변호사를 찾으면 너무 늦고, 분쟁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발생 초기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정도의 내용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일선에서 일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여전히 아예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거나 뒤늦게 변호사를 찾아 손해를 보는 사례가 너무 많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런 사람들 중 상당 수가 소위 법 없이도 살 수 있다고 하는 착하고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변호사,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선임해야 한다. 중요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계약 협상 및 체결 단계부터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노련한 변호사라면 계약 내용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제공하고 상대방과의 협상에서도 밀리지 않기 위한 각종 법리 및 전략을 제공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의사가 계약서에 정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꼼꼼히 계약서 문언을 다듬는 것이다. 나중에 분쟁이 발생한 후 계약서를 검토해 보면 당사자 간 원래 합의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방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경우, 해당 당사자에게 유리하도록 계약서가 교묘하게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안타깝게도 여러 사정으로 부득이 변호사 없이 계약을 체결했는데 서서히 분쟁의 조짐이 보인다고 해 보자. 아무리 늦어도 이 시점에는 변호사를 찾아가야 한다. 분쟁의 끝은 결국 소송인데(경우에 따라서는 형사 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한다), 초기부터 당사자들이 하는 모든 행동이나 커뮤니케이션이 증거 자료가 되므로 소송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 여하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용증명을 하나 보내도 그것이 추후 증거로 제출될 것이므로 변호사 검토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변호사 도움 없이 대응하다가 (사건의 실체와 달리) 나중에 소송 과정에서 불리한 증거가 되어 소위 이겨야 할 사건을 이기지 못하는 사례가 주변에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소송이 벌어진 후에야 비로소 변호사를 찾은 경우를 상정해 보자. 물론 소송에서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자신의 뜻대로 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지도 않고, 분쟁 초기에 대응을 잘못하는 바람에 법원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만 잔뜩 제출되어 있다. 이 단계에서는 아무리 좋은 변호사를 사도 상황이 쉽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이 변호사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세상에 본인만 변호사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결과는 더더욱 치명적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지 결론은 명확하다. 변호사, 편의점에서 물건 사듯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기왕 산다면 최대한 빠르게 선임하자. 고민은 손실만 키울 뿐이다.

▲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육군 법무관 ▷법무법인(유) 광장 파트너 변호사▷Duke University School of Law LL.M.▷Sidley Austin LLP (LA Office)▷서울지방변호사회 ESG 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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