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단순한 언어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옮기고 장면의 숨결을 전하는 일이다. 때로는 실패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하며, 그는 계속 번역을 한다. 이 일이 아직도 좋기 때문이다.
황석희는 말한다.
“재능이 있는지는, 해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지금 확신이 없어도 괜찮다. 중요한 건, 한 걸음 내딛는 일이다.

황석희 번역가에게 가장 많이 질문하는 건 무엇이고 이에 대해 뭐라고 답을 하나
-"번역가가 어떻게 되셨어요?" - 목표했던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번역가는 워라벨이 없는 직업이라 늘 피곤하고 힘들다고 하셨었는데 일을 오래하기 위한 황석희 번역가만의 방법이 있나
-일단 이 일을 좋아하니까 오래할 수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면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일 테니까 말이다. 체력적으로 부족한 점들은 틈틈히 복싱을 나가서 채우고 있다.
번역가라는 직업은 의뢰하는 곳이 있어야 되는데 번역가님께서 생각하시기에 많은 번역 가들 중에서 황석희 번역가를 선택하는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시나. 그리고 주로 그들이 번역가님에게 공통적으로 말하는 게 있다면 뭔가
-트랜디한 자막이 필요할 때 많이 부르시는 것 같다. 제 나이도 적은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영화 번역가분들 중에선 어린 축에 속하니까 말이다. 대부분은 위트 있는 번역을 많이 원한다. 때론 과한 의역들을 원하실 때가 있어서 제가 오히려 자제를 부탁드리는 편이다(하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일을 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된 경험이 있나
-도움이 많이 된다. 일상에서도 머릿속 마인드셋이 기본적으로 번역가라 스쳐지나가는 표현이나 단어들을 잘 놓치지 않는다. 가령 빵 봉투에 있는 문구라든가, 엘리베이터 공고문에 적힌 글의 표현이라든가, 이런 것들도 눈에 들어오면 머리에 넣어둔다. 번역할 때 써먹을 수 있겠다 싶은 것들 모두.
번역을 하면서 예상과 달리 반응이 좋았거나 반대로 반응이 안 좋거나 실패했던 경험이 있나. 그리고 실패 덕분에 생긴 ‘감’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경험은 거의 매작품 있다. 실패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지만 관객의 성향이 워낙 빨리 변해서 그것들을 기계적으로 반영하진 못한다. 그때그때 고민할 뿐이다.

번역가에게 성공과 실패는 뭔가
-일차적으로는 원작자의 의도를 제대로 전했느냐에 달렸다. 부차적으로는 그것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효과적으로 전달했느냐에 달린 것이기도 하다.
직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몇점이며 황석희가 경험한 번역가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 것 같나
-점수를 매길 순 없을 것 같다. 다음 생에도 이 기억을 갖고 다시 직업을 고른다면 꼭 후보군에는 넣을 것 같은 직업이다.
번역가님의 꿈이 뭔가
-직업적으로는 지금처럼 꾸준히 여러 곳에서 쓰임을 충분히 하는 번역가로 남는 거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재능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뭘 해야 될지 고민을 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영화 <캐롤>에서 자기가 사진에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테레즈에게 캐롤이 그런 말을 한다. "그건 남이 평가하는 거 아니에요?" 사실 나의 재능은 내가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리고 남이 평가하려고 해도 어느 정도 수준엔 올라야 평가할 수 있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고, 아주 작은 언덕도 올라보지 않은 상태에서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건 너무 이르다. 삶은 소위 '국민 스킬 트리'를 찍어가며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니다.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게 정상이고 일반적이에요. 일단은 뭐든 해보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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