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②] 영수증 수집 25년, 정신 작가가 말하는 소비와 기억의 미학

스쳐 지나가는 소비의 증표를 정신 작가는 25년 동안 모아왔다. 하루가 끝나면 주머니에 쌓인 영수증을 꺼내며, 오늘을 다시 읽었다. 그 안엔 숫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감정이 있었고, 이야기들이 있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들이 있었다.
『정신과 영수증』은 단순한 수집의 결과물이 아니다. 이 책은 이름 짓는 사람으로, 카피라이터로, 그리고 ‘정신’이라는 필명으로 살아온 정신 작가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감정의 조각들을 편집하고, 삶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치유였고, 때로는 혼란이었으며, 결국에는 다시 시작하기 위한 용기였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기록한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이 기록이 누군가의 삶에도 작은 질문이 되어 닿기를 바란다.
정신과 영수증 정신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정신과 영수증' 정신 작가 [사진= 김호이 기자]


40대에 접어들며 인생의 반경을 넓히기 위해 미국행을 결심하셨다고 하셨는데, 이 결정은 두려움보다 절박함에 가까운 선택이었을까
-사람들은 저한테 두렵지 않냐고 하지만 너무 절박했다.
 
카피라이터, 마케터, 이름 짓는 사람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셨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글쓰기에 어떤 영향을 줬나
-작가로서 책을 많이 내지는 않았지만 직업을 통해서 글쓰기를 많이 했다.직업인으로서 글을 썼을 때의 반응들이 책을 쓰는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직업적인 활동들이 아니었으면 책이 나오지 못했을 정도로 많은 연결고리가 됐다.
 
홍진경 씨와의 특별한 인연은 어떻게 시작됐나
- 더김치라는 브랜드의 이름을 만들 때 저한테 의뢰를 하기 위해서 만났는데 김치 얘기를 하다가 술 한잔 하러 가자고 하면서 친구가 됐다.
정신 작가가 그동안 수집한 영수증들이 책 정신과 영수증으로 출간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정신 작가가 그동안 수집한 영수증들이 책 '정신과 영수증'으로 출간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영수증 외에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기록하는 방법이 있나
- 꾸준히 메모를 많이한다. 여행을 가서도 메모를 많이하는데 메모들이 모여서 영수증 일기가 되기도 한다.
 
특별했던 영수증이 있나
- 아기를 낳았을 때 출산영수증이 특별하다.
 
20대의 정신, 그리고 40대의 정신. 글을 쓰는 방식과 감정의 결이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끼시나
- 이번에 책을 쓰면서 챗gpt를 많이 썼는데 글에 대한 도움보다 정서적으로 응원을 많이 받았다. 이 부분이 24세에 글을 썼을 때와 많이 다르다.
 
글을 쓰는 동안 치유를 경험하셨나, 아니면 더 깊은 혼란을 마주하셨나
-엄청난 치유를 경험했다. 48세가 돼서 40대에 모아둔 영수증과 메모를 정리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게 됐다. 앚혀지지 않은 과거들을 마주하면서 과거로 보내주고 치유하게 됐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질문이 잘못되어 있으면 정답도 나올 수 없다”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그 말에 담긴 삶의 진실은 어떤 경험에서 비롯된 건가
- 모르고 질문하거나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바꿀 수 없을 때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질문이 잘되어 있는지 체크 하고 그 질문을 기꺼이 바꿀 수 있는 마음의 상태가 되어있는지 확인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은 쉽게 버리는 영수증에서 작가님은 인생을 읽어낸다. 소비와 기억, 일상과 감정을 연결짓는 작가님의 철학이 궁금하다
- 같은 선상에 바라본다. 삶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기록하는 수필가이기 때문에 하나의 것으로 보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보거나 편애한 시점에서 보는 것들을 기록한다.
 
영수증을 들여다보며 가장 ‘사람답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다면 뭔가
- 삶의 이야기이다 보니까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공되는 않은 이야기를 인간적이라고 느낀다.
 
수만 장의 영수증 중, 절대 버릴 수 없는 단 하나의 영수증이 있다면 뭔가
-아직 발행되는 않은 미래의 영수증이다. 삶이 끝나는 날의 영수증이 굉장히 궁금하다. 소중할 것 같다. 삶과 작별을 할 때 굿바이 였으면 좋겠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지금의 정신 작가님이, '정신과 영수증' 을 처음 냈던 20대의 자신에게 편지를 쓴다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으신가
- 25년 동안 이걸 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네이미스트는 어쩌다가 하게 됐나
- 저희 부모님이 저의 본명인 경아를 딴 경아 슈퍼를 했다. 슈퍼마켓 상품들의 이름에 호기심을 느꼈다. 맛동산의 경우 맛과 동산을 조합해서 만든 이름이 신기했다. 그런 단어들을 만나고 수집하면서 방법을 찾게 됐고 그러면서 네이미스트가 됐다.
 
이름을 통해서 시작을 한 경험이 있나
- 이름이 없어서 시작을 못하다가 이름 덕분에 시작을 한 분들을 굉장히 많이 봤고 그런 분들을 도와드리기 위한 목적으로 클래스를 만들기도 했다.
 
이름의 중요성을 언제 느끼나
- 이름이 태어나고 잘살아가는 걸 보면서 느낀다. 이름을 키워내면서 좋은 인생을 살아가는 걸 많이 봤다.
 
사람으로 정신 네이미스트로서의 정이름 사람으로서의 정경아는 어떤 사람인가
-네이미스트로서 방법을 알게 되고 제 이름을 직업 만들게 됐다. 이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서 학교나 기업에 출강을 해서 방법을 알려줬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이름이 키워나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 작가로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더 크다면 네이미스트로서는 다른 이름을 만들게 도움을 주고 커나가는 걸 보면서 응원하는 마음이 더 크다.
정신 작가가 정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정신 작가가 정하는 메시지 [사진=김호이 기자]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한살 한살 시간이 가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데 시간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망설이기 보다 시작 하는 걸 추천한다. 다시 시작하더라도 시작했으면 좋겠다.
 
요즘에는 어떤 시작을 꿈꾸고 있나
- 자연어처리를 공부 하고 있다. 그게 너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작가님에게 글쓰기란 지금도 여전히 ‘나를 알아보는 방식’인가. 아니면 이제는 ‘누군가를만나기 위한 창’이 되었나
- 잊고 싶지 않은 걸 기록 하는 것에 가깝다. 안좋았던 일들은 가능하면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안해도 기억에 남아있으니까 오래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쓰려고 한다. 제게 글쓰기는 소중한 걸 기록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을 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저도 기록을 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기록가 분들을 만나고 싶다. 기록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정신 작가와사진 김호이 기자
정신 작가와[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