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에서는 '조용해야 한다'는 통념과 달리, 해외에서는 시끌벅적한 박물관이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만든, 어린이가 주인공인 박물관이다. 아이들은 덤블링하고, 힘껏 달리며, 친구들과 함께 한다.
캐서린 리트만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어린이박물관(Young V&A) 학습참여팀 팀장은 지난 23일 블루스퀘어 복합문화공간 NEMO에서 열린 ‘제6회 미래 문화예술교육 포럼’에서 “Young V&A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문화적·교류적 경험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서 시작됐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박물관에서는 아이들이 힘껏 달린다"며 "한 아이가 박물관에서 덤블링하는 모습을 본 다른 박물관 관계자가 ‘이런 곳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어 “과거 박물관의 중심부에는 어린이가 없었다”며 “어린이에 대한 역사나 이야기였지, 어린이를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Young V&A는 개관 이후 첫 18개월 동안 10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지난해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히는 아트펀드의 ‘올해의 박물관’(Art Fund Museum of the Year)을 수상했다.
리트만 팀장은 “우리의 비전은 어린이들의 창의적인 자신감과 디자인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며 “런던에서는 어린이가 뮤지엄에 올 때 어른이 대동해야 하기에, 어른들에게 권한을 실어주는 것도 중요한 비전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물관은 여러 세대가 어울리는 공간인 만큼, 어린이들이 혁신가, 기업가, 디자이너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고, 다른 어린이들과 만나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Young V&A는 어린이와 공동설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어린이들은 큐레이션 등에도 참여한다. 예컨대 아이들이 박물관의 특정 공간에 호랑이, 로켓, 열기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전문가들은 이를 반영해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 계단을 만들었다. 또한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 옆에 아이들이 제작한 작품을 같이 두기도 한다. 리트만 팀장은 “미래 뮤지엄은 정적인 공간이 아닌 역동적이어야 한다”며 “창의성을 접목하는 현대적인 공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스 파리 내 공원 라빌레트에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2000㎡ 이상의 공간, 리틀 빌레트가 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영화를 보거나 서커스를 배운다. 또한 독서, 연극, 미술, 농장운영 체험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다.
핀란드어린이문화협회의 회원 기관들은 핀란드 전역에서 지역 및 지방 단위의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렉시 발타 핀란드어린이문화협회 전무이사는 "어린이들의 문화활동 접근이 어려운 소규모 지자체에 한해서는 회원 기관들이 어린이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이동식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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