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상속세 아닌 '족쇄세' … 한국 기업이 위험하다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대선을 앞두고 상속세와 관련된 여러 건의 언론 보도가 올라와 있다. 상속세 개정에 관한 법안을 발의한 정당과 상속세 개정을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정당의 개정 방향은 모두 국가 경제를 몰락으로 내모는 쪽이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발의할 예정으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효과는 미미하나 생색을 내기는 좋은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과 대선 공약들이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나? 이것들이 왜 국가 경제를 붕괴시키는 방안들인가? 

주가지수 5,000을 만든다는 기막힌 전략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이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올렸다. 내용이 사뭇 놀랍다. 이 법안에 대해 같은 당의 이재명 대선후보는 “발의자에 나도 이름을 올리고 싶다”며 큰 공감을 표했다 한다. 그 내용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주가가 다른 국가들의 주가와 비교하여 지나치게 저평가 되어있다는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 고의적으로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시도한다는 것이다. 많은 기업이 의도적으로 무배당, 유상증자, 기업 분할, 기업 합병 등의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주가를 낮게 조정하기 때문에 ‘PBR’ 즉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은 기업들이 많다고 한다. 이래서 생겨난 주가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해 1400만 주식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에 민주당이 발의한 상속세법 개정안은 이러한 꼼수를 막기 위해 최대주주에게 상속세를 부과할 때 주식의 시장가치와 상관없이 회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0.8배로 주가를 평가하여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PBR이 1 미만인 기업들이 생겨나는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러한 방법으로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대선 공약에 넣었다. 이는 이재명 후보가 내세운 ‘커피 원가 120원’이라든가 10만원 하는 호텔 방을 예약하고 10만원이 돌고 돌아 그 예약이 취소되어도 경제는 활력을 띠게 된다는 소위 ‘호텔경제론’만큼이나 황당한 이론이다.   

2024년 우리나라의 코스피 상장 회사 839개 중 PBR이 집계된 812개 기업을 조사했을 때 PBR 1배 미만인 회사는 전체의 72%에 달하는 588개이다. 2024년 결산재무제표를 반영하고 지난 5월 2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코스피 200의 PBR은 0.8배이다. 상속세 부과기준으로 삼겠다는 PBR 0.8배는 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선진국 평균인 3.5배와 신흥국 평균인 1.8배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은 4.8배, 영국과 프랑스는 1.9배, 일본은 1.5배이며 신흥국 중 인도의 PBR은 4.0배, 대만은 2.6배, 브라질 태국 중국은 각각 1.5배에서 1.7배이다. 우리나라 PBR은 이와 비교해 크게 낮다. 

후진국 주가지수가 낮은 이유

우리나라의 PBR이 이렇게 낮은 이유에 대해 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상속세 손질부터'라는 칼럼(본지 2024년 2월 7일자)을 쓴 바 있다. 이 칼럼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평균 PBR이 특히 유통은 0.3배, 금융과 보험은 0.4배, 철강은 0.5배, 건설 자동차 정유 증권 등은 0.6배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제도들 즉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등의 제도를 도입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대부분의 선진국처럼 기업의 경우 상속세의 족쇄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기업들의 해외 이전으로 오랜 경기 침체를 겪다가 결국 상속세를 폐지하는 데 앞장선 스웨덴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이 발의한 법안은 상속세를 대폭 올리자는 것이다. PBR이 0.8이 되지 않는 기업을 상속할 때는 50%보다 더 많은 상속세를 내게 되며 PBR이 0.4가 되지 않는 기업들은 100%의 재산을 모두 상속세로 내야 하는 법이다. 또 PBR이 기업의 성격에 따라 낮게 평가되는 경우가 외국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것을 무시하고 법을 통과시키고 시행하면 어떤 경우에는 상속세가 상속 자산보다 많아지는 경우가 생긴다. 상속재산을 남기는 것이 후손들에게 징벌이 되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상속이 발생하면서 즉시 국유화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상속세율 90%의 환상

이번 대선에서 상속세와 관련하여 또 하나 놀라운 공약이 등장했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는 상속세를 포함한 경제공약을 발표했는데 현행 상속증여세의 최고세율을 90%로 올리고 법인세도 40%로 올리며 순자산 100억원 이상 보유자를 대상으로 부유세를 신설하여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의 부채 탕감의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제도이다. 정작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베트남에도 옛 사회주의 국가인 러시아에도 상속세가 없다. 민주노동당이 도입하겠다는 상속세 90%는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이는 18세기 말 프랑스혁명 때와 1917년 소련의 볼셰비키 혁명 시절에,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1960년대 중국의 문화대혁명 때, 1940년과 1950년대 헝가리와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의 공산화 시기에, 해방 후 북한에서 그리고 2000년대에 베네수엘라에서 했던 시도들과 유사하다. 이것을 민주노동당이 따라하겠다며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다. “높은 상속세와 누진 소득세로 사유재산을 박탈한다”는 말은 칼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에서 했던 것이다. 사유재산제도를 없애겠다는 칼 마르크스의 후예들이 당시에 내세운 명분은 ‘정의를 실현하고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노동당도 이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천한 나라들은 어김없이 망했다.

정부의 유산취득세 자화자찬

지난 5월 20일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상속취득재산을 기준으로 과세 체계를 조정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을 의결하고. 이 법률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할 예정이라 했다. 정부는 1950년 상속세를 도입한 이후 75년 만에 과세 체계를 유산세에서 유산 취득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라 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상속세를 총 상속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던 것을 상속인별 취득 유산에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다자녀 가구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이며 상속세 제도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는 기업 상속의 경우 혜택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상속세가 우리나라 경제에 끼치는 해악을 줄이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는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정부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없는 상속세 제도는 배우려하지 않고 또 기업의 생존과 활성화를 위해 도입하는 제도들은 외면하면서 유산취득세로 바꾸는 것이 마치 획기적인 제도 개선인 것처럼 자화자찬하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문재인 정부 이후 부동산 가격의 폭등으로 총자산 가격이 크게 증가한 반면 상속세 공제한도 금액이나 세율은 2000년에 만들어진 30억원 이상, 최고세율 50%라는 기준에는 변함이 없다. 2000년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1292달러에서 2024년 3만6132달러로 3배 이상 올랐고,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5배 이상 올랐다. 2000년에는 사망자 중 상속세를 내는 경우가 2%가 되지 않았는데 2023년에는 6.8%로 올랐다. 이러한 변화는 상속세 공제액수와 상속세율이 25년 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히려 상속세율을 대폭 올리자는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물가는 앞으로도 계속 더 오를 것이고 특히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상속세 과세 대상자를 계속 늘어나게 하여 중산층의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향후 집을 가진 전 국민이 상속세를 납부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사회주의 국가로 한발 한발 다가가고 있다. 현재 모든 대선후보가 이구동성으로 가장 옳은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말한다. 더 많은 국민이 원하고 있다면 우리나라가 사회주의 국가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독일의 나치 정부도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정부도 그리스도 아르헨티나도 모두 국민의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의 길로 들어섰다. 그러나 많은 기업과 자산가들이 조국을 떠났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났다. 그 나라들은 수십년 동안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 후 전쟁의 상흔이나 경기침체의 깊은 상처를 마주해야만 했다. 아직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라들이 있다. 

이번 대선에서 ‘부자증세로 평등사회라는 지상낙원을 만들자’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정당도 있다. <노예의 길>이라는 저서에서 하이에크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지옥으로 가는 길로 들어서는가? 누구를 탓하겠나? 국민의 뜻이라면.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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