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연의 타임캡슐] 5부두 위 부산의 미래가 떠오른다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황승연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명예교수]



경기장을 바다에 띄운다는 상상력
 
부산 북항에 바다와 접한 야구장을 만들자는 논의가 한창이다. 40년 된 사직 야구장의 노후화 문제로 야구장을 재건축하자는 주장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계획이 변경되고 미루어지다 논의 끝에 현재 야구장 위치에 2031년을 목표로 돔구장이 아닌 일반구장으로 새로운 야구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4계절 활용 가능한 돔구장으로 지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으나 4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건설 비용 확보가 힘들다. 야구장 재건축에 국비 지원을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민간 자본 유치는 대안으로 어떤가?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단일 스포츠 중심 구조로는 연중 수익 창출이 어려워 투자자가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다. 투자 대비 수익성 확보를 위해 365일 활용 가능한 복합 경기장으로 건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것 역시 비용이 문제이다. 예산 문제로 재건축이 불투명한 시점에 북항 매립지에 ‘바다를 낀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논의는 북항 랜드마트 부지에 야구장을 건립한다면 200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기업인이 나타나 논의에 불을 붙였다. 지역 언론들은 이번 대선에서 ‘바다를 낀 야구장 건설’ 공약이 꼭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싣고 있다.
 
하지만 북항 랜드마크 부지의 토지 비용이 6000억원이나 된다는데 야구장 건설비용과 합하여 1조원 정도 예산 마련이 과연 가능하며 투자 대비 경제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사직구장 부지를 매각한다 하더라도 그 비용으로는 북항 부지를 매입하고 경기장을 재건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인가? 그것이 바로 부유식 스포츠 종합 콤플렉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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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만든 부유식 해상 경기장 상상도]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조선 강국이다. 우리나라 조선소에 드라이독이 부족한 상황임에도 초대형 고가 선박 건조에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부유식 독(Floating Dock)이다. 길이가 300m 이상 되는 부유식 독으로 불록들을 이동하고 그 위에서 선박들이 조립되고 있다. 야구장 길이는 300m가 되지 않는다. 이 부유식 독 위에 경기장을 짓는다면 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경기장을 바다에 띄운다면 도심 접근성이 가장 우수한 지역에 둘 수 있고 공사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지역이 현재 북항 제5부두이다.
 
제5부두를 둘러싸고 있는 자성대 부두가 운영을 종료하고 2024년 이전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역에서 부산진역까지 철도 지하화 사업이 북항 재개발과 연계하여 진행되고 있다. 이는 서로 단절된 부산 원도심과 북항을 이어주고, 도심에 대규모 개발 용지 확보를 가능하게 하여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대규모 도시 건설 프로젝트이다. 이미 매립을 마친 북항 혁신도심과 새롭게 확보된 자성대부두와 앞으로 확보하게 될 부산역~부산진역 철도부지를 합하여 종합적인 도시계획을 한다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새로운 부산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큰 비용을 들여 매립하여 확보한 땅에 야구장이 들어온다는 것이 전체 도시계획과 어울리는가 하는 문제와 비용 대비 경제성이 확보되는가 하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새롭게 확보된 부지가 둘러싸고 있는 제5부두의 바다에 띄우는 부유식 종합 경기장이야말로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소형 선박들의 물양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5부두 크기는 가로 770m, 세로 320m이다. 사직야구장 크기는 도로까지 포함하여 대략 가로 250m, 세로 210m이다. 야구장이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이다. 접근성이 좋다. 인근에 지하철역으로 부산진역과 초량역이 있다. 부산역도 가깝다. 부산항 여객터미널도 있다. 관중들이 육지와 연결된 3~4개 다리를 통해 경기장에 접근이 가능하다. 경기장 지하를 주차장으로 설계한다면 주차장 공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물류창고 기능도 할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도보로 또는 자가용으로 접근하는 것뿐 아니라 선박 접안시설을 만든다면 자갈치나 광안리, 해운대에서 배를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다양성도 제공할 수 있다. 인접해 있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에는 매일 일본 후쿠오카와 오사카 등을 오가는 정기 선박들이 여러 편 들어오고 또 매일 2000~3000명의 승객과 함께 입항하는 크루즈 선박들이 있다. 지금은 방치하고 있는 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관광 상품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
 
경기장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65일 운용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4계절 전천후 사용할 수 있는 돔구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야구경기뿐 아니라 이동식 관중석으로 만들면 축구경기도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규모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연이나 경기가 없을 때는 한류박물관 같은 일반 관광객이 방문하여 볼 수 있는 볼거리도 만들 수 있다. 관중석 아래에는 상설 식당과 면세점들이 들어갈 수 있다. 세계 최초의 이 부유식 종합경기장을 보는 것만으로 상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조선기술이면 안정된 부유식 경기장 건축이 충분히 가능하다. 이미 안전하고 안정된 경기장을 위한 기술이 개발되어 있다. 계획만 하면 예산도 해결 가능하다. 사직야구장 부지를 매각하면 국고에 기대지 않고 그 비용으로 건설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72일 야구경기라는 확실한 수익원이 확보되어 있으니 민자 유치가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없는 초대형 공연장 기능을 소화한다면 훨씬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2000억원을 기부한다는 기업인에게 권하고 싶다. 기부하지 마시고 투자를 하시라고.
 
2010년 하계 청소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렸던 싱가포르 ‘마라나베이 플로트’가 아주 단순한 해상무대인데 이 외에 이러한 부유식 경기장은 전 세계에 전례가 없다. 그러나 그 효용성과 경제성은 얼마든지 확보될 수 있다. 이러한 경기장을 필요로 하는 많은 도시들이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모로코이다. 모로코는 2030 월드컵 개최국이다. 급하게 경기장이 필요하다. 여기에 가장 빨리 건설할 수 있는 것이 해상 부유식 경기장이다. 토지 확보가 필요 없고 접근성이 뛰어난 도심 가까이에 위치시킬 수 있다. 또한 토지 수용 때문에 불가피하게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인 갈등을 피할 수 있고 접근성을 위해 도로나 지하철과 같은 시설에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 바다에 띄우는 선박이기 때문에 경기장을 옮길 수도 있으며, 경기 후 다음 월드컵 개최국에 임대 또는 매각할 수 있다.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바다를 끼고 있는 대도시는 이러한 해상 부유식 경기장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부유식 경기장은 부산의 새로운 제조업으로 자리매김이 가능한 기회의 상품이다. 또 이러한 해상 부유식 경기장을 관리하다 보면 유지보수 사업은 덤이고 여러 가지 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쌓일 것이다. 이것 또한 수출할 수 있는 좋은 소프트웨어 산업이 된다.
 
해상 부유식 경기장을 기반으로 하여 장기적으로 해상 신도시도 계획해 볼 수 있다. 부유식 경기장은 근본적으로 선박이고 해양구조물이기에 필요한 물과 전력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출 수 있다. 즉 해수담수화설비도 갖추고 발전설비도 갖춰 냉난방을 위한 전력 생산도 할 수 있다. 자족도시 기능을 갖출 수 있다. 또 향후 크게 늘어날 부산 데이터센터에 냉각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시도가 있을 것인데 이 데이터센터를 경기장 하단 바닷물 속에 둔다면 경기장을 데이터센터로 동시에 활용할 수도 있다. 새로운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 이렇게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정치든 경제든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미래는 상상력이 만든다. 선례가 없어서 할 수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란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선례만 따랐다면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산의 정신은 개방적이고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도전 정신이다. 부산이 바다를 바라보고 꿈을 펼칠 때 발전했던 역사를 기억하자. 이는 단순히 야구장 재건축 문제가 아니다. 부산의 미래 비전과 정체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해양도시 부산이 새로운 도시 발전 모델이 되어 세계 중심으로 자리 잡을 혁신적인 도전이다.
 

황승연 필자 주요 이력

▷독일 자르브뤼켄 대학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데이콤 공동 정보사회연구소장 ▷전 한반도 정보화추진본부 지역정보화기획단장 ▷경희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굿소사이어티 조사연구소 대표 ▷상속세제 개혁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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