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38) 베트남 지방조직도 '다이어트'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이한우 단국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베트남이 중앙정부 조직 개편에 이어 지방정부 조직 개편에 나섰다. 이번 조직 개편은 비단 행정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 국한하지 않는다. 공산당 중앙 조직이 이미 개편됐고 지방 위원회도 개편되고 있다. 공산당과 정부는 현재 지방정부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6월 말까지 이를 완료할 예정이다. 베트남 정치체계가 1975년 통일, 1976년 7월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출범과 함께 재편된 이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하다. 이러한 대대적 정치체계 개편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 개편이 가져올 정치사회적 영향은 무엇일까? 
 
중앙 정치체계 개편
 
베트남 정치체계는 공산당이 국가와 사회를 영도하는 체계다. 공산당은 5년마다 전국대표대회(공산당대회)를 개최하여 위원 200명으로 중앙집행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중앙집행위원회가 매년 두 차례 이상 회의를 열어 국가 정책을 심의하고 그 방향을 제시한다. 당 중앙집행위원회 산하에는 중앙사무처, 중앙감찰위원회가 있고, 6개 위원회가 있었는데 이번에 중앙조직위원회, 중앙내정위원회, 중앙정책전략위원회, 중앙선전교육동원위원회 등 4개로 통폐합됐다. 공산당대회가 중앙집행위원회를 구성하며, 중앙집행위원회가 그 위원 가운데 위원 15~20명으로 정치국을 구성하고, 정치국 서열 1위인 인사가 총비서(서기장)에 오르는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국회는 상무위원회와 9개 위원회 중 4개 위원회를 통폐합하여 폐지하고 2개 위원회를 신설하여, 상무위원회와 7개 위원회로 재구성됐다. 중앙행정조직은 18개 부에서 5개 부를 통폐합하여 폐지하고 1개를 신설하여 총 14개 부로 개편됐다. 이에 대해서는 “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35) 정부조직 '20%' 군살빼기 …새로운 도약 노리는 베트남”(2025년 2월 26일자)에서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
최근 국회는 차기 국회의원 및 지방 인민의회 의원 선거일을 예년의 5월과 달리 내년 3월 15일로 정하면서 현 의원들 임기를 그때까지로 단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국회의원 선거 후 첫 회의를 60일 이내에 소집하는 것에서 45일 이내에 소집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국회가 국회의원 및 지방 인민의회 선거를 5월에 치른 후 첫 회의를 7월에 열었는데, 이는 1월에 열리는 공산당대회 이후 지나치게 긴 기간이었다. 이번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당기며 이러한 결점은 해소될 것이다. 보통 공산당대회에서 선임되는 중앙집행위원회 위원들이 차기 국회 및 행정부를 비롯한 국가기관의 주요 직위를 담당한다. 공산당대회 이후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 후 첫 국회가 국가주석 및 부주석, 국회의장 및 부의장, 총리, 부총리, 장관 등 국가기관의 주요 인사들을 선임하게 된다.
 
지방 정부 조직 개편
 
현재 중앙 조직과 더불어 지방 조직 개편작업이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기존의 베트남 지방정부 조직은 3급으로 구성됐는데, 정부는 이를 두 개 급으로 개편하려고 한다. 기존의 3급은 (1)6개 중앙직속시 및 57개 성(tinh) (2)중앙직속시 또는 성 산하 시, 농촌의 현(huyen) 또는 티싸(thi xa), 도시의 꿘(quan), (3)농촌의 싸(xa) 또는 티쩐(thi tran), 도시의 프엉(phuong)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63개 중앙직속시 및 성은 34개로 개편될 예정이다. 6개 중앙직속시 가운데 이번에 개편되는 곳은 호찌민시, 하이퐁, 다낭, 껀터이며 변경되지 않는 곳은 하노이와 후에이다. 성 가운데 48개가 개편되며, 9개는 변경 없이 지속된다.

현, 티싸, 꿘을 포함하는 중간급 지방 조직은 폐지될 예정이다. 이로써 지방 조직은 중앙직속시 및 성, 그리고 싸 및 프엉 수준의 기초 단위와 특구로 구성될 것이다. 싸급 기초단위 수도 60~70% 줄일 예정이다. 그렇다면 기초단위 크기가 현재보다 더 큰 규모로 확대되리라 예상된다. 지방에서 현급 조직의 폐지는 비단 지방행정기관만이 아니라 공안, 검찰, 법원 등 사법기관과 사회단체 총괄조직인 베트남조국전선, 그리고 공산당 위원회 조직 재편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치 메커니즘의 변화와 지속
 
공산당과 정부는 지방 정치체계 개편으로 통치와 행정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리라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지도자들은 그간 지방 정치 조직이 3급으로 구성되어 상호 기능이 중첩되는 등 비효율적이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지방의 중간급인 현을 폐지하고 현의 기능을 상위의 성과 하위의 싸에 분산하고자 한다. 이는 중앙에서 기층에 이르는 거리를 짧게 하여 중앙의 지방에 대한 통제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간에도 공산당 정치국은 중앙직속시 및 성급 공산당위원회 비서뿐만 아니라 지방 인민의회 주석(의장) 및 행정조직인 인민위원회 주석(위원장)의 인사에 관여해왔다. 제도적으로는 당 중앙이 그 후보를 추천하여 지방 인민의회가 동급의 인민의회 및 인민위원회 주석 및 부주석을 선임해왔다. 당 중앙이 추천한 후보는 직책별로 단일 후보이기에 실제로는 지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향후에도 이 메커니즘이 지속될 것이므로 당 중앙의 중앙직속시 및 성급 통제와 성급의 싸급 기초단위에 대한 통제가 이어지면서 중앙의 지방 기관에 대한 장악은 지속될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중간급 지방행정조직 축소와 공무원 수 감축을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자 한다. 더불어 각급 국가기관에서 공무원들에게 임기 만료 이전에 퇴임하도록 권유하고 있는데, 최근에 퇴임하는 공무원들이 증가하며 퇴직금 부담이 일시에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유능한 인재들이 공공 부문에서 민간 부문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엿보인다고 한다. 공무원 수 감축을 통한 정부의 재정 확충은 공무원 급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급여 인상이 곧 부패 감소로 직결되지 않는 점도 있다.
지방 성의 통합은 지방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일부 통합되는 성 가운데 내륙에 있던 성은 가급적 해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안에 접한 성과 통합하여 물류의 원활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북부의 하이퐁시-하이즈엉, 흥옌-타이빈, 하남-닌빈-남딘의 통합이 그 사례다. 중부에서는 꽝응아이-꼰뚬, 자라이-빈딘, 닥락-푸옌, 럼동-닥농-빈투언 등의 통합이 그 사례다. 남부에서는 호찌민시-바리어-붕따우-빈즈엉, 동탑-띠엔장, 껀터-속짱-허우장의 통합 등이 그 사례다.
한편 통합 이후 거대 중앙직속시 또는 성이 등장하는 문제도 있다. 호찌민시가 그 대표적 사례가 될 것이다. 호찌민시는 바리어-붕따우 및 빈즈엉성과 통합될 예정인데 지역총생산(GRDP)에서 수위를 달리는 세 지역의 통합은 경제적 측면에서 거대 도시를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통치의 효율성·효과성 증진과 권력 강화
 
이러한 정치체계의 전면적 개편은 또럼 공산당 총비서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정치체계 개편은 거버넌스의 향상으로 통치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일 것이다. 더불어 2045년까지 선진국 대열에 들려는 베트남의 야심 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일조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재편 과정이 지나치게 급속히 추진되고 있어 문제점도 있는 듯하다. 예컨대 복수의 시 또는 성을 통합하면서 어느 명칭을 채택할 것인가 하는 논쟁도 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지방의 자율성이 강한 전통을 갖고 있는데, 기초 단위인 싸급 규모를 확대하면 전통적 마을의 범위를 넘어서는 기초 행정단위가 출범하게 된다. 또한 일정 기간에는 정책 결정과 집행에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급속히 정치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명목상 효율적 정부를 통하여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려는 데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년 1월에 개최될 예정인 제14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현 최고위 지도자가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정치체계 개편 과정에서 기존 인사들을 교체하고, 지방정부를 축소하여 차기 공산당대회에서 지방 출신 인사의 당 중앙집행위원회 진출을 줄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중앙 권력의 강화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6월 3일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차기 정부는 베트남의 조직 개편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중앙정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필요하다면 시·군 통폐합 등 지방 조직에 큰 변화를 주어야 한다. 인구 감소 추세가 완연한 가운데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0년 전 만들어진 낡은 행정체제를 과감히 손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 주요 약력
▷서강대 정치학박사 ▷서강대 동아연구소 및 대학원 동남아시아학 협동과정 교수 역임 ▷한국-베트남 현인그룹 위원 역임 ▷현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베트남학전공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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