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 대표는 19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진행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을 경청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최신 HBM을 공급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배 성장한 12조7945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2%포인트 상승했다. HBM 훈풍을 탄 SK하이닉스는 1분기 기준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점유율(매출액 기준) 36%로 1위에 올랐다.
후속 제품인 HBM4(6세대) 12단 제품도 올 하반기 양산 목표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가장 먼저 샘플을 공급하며 경쟁력을 이어가고 있다. 곽 대표의 이번 컴퓨텍스 방문도 엔비디아와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황 CE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도 자사 최신 칩 제조를 전담하고 있는 TSMC를 높이 평가하고, TSMC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기업이 집결해 있는 타이베이 북부 지역에 신사옥을 설립한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지난 16~17일에는 웨이저자 회장 등 TSMC 고위 관계자들과 만찬을 하기도 했다.
'3각 동맹'이 강화될수록 삼성전자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HBM 등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TSMC와 경쟁 중이다. D램 선두 자리를 33년 만에 내준 삼성전자는 TSMC와 매출 격차도 10조원 이상 벌어졌다. AI 반도체 시장의 '큰손' 엔비디아에는 아직 HBM3E(5세대) 공급도 못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취임 1년을 맞는 전영현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반성문'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는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서는 지난해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21일 황 CEO가 진행하는 전 세계 미디어 대상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 공급 현황이 공유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 CEO는 올 초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도 삼성전자 HBM에 대해 "새로운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가 대만을 아시아 시장 전초기지로 점찍으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 반도체 생태계도 위협받을 위기에 놓였다. 대만은 2023년 기준 미국의 반도체 수입 대상국 중 말레이시아(135억 달러)에 이어 2위(85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39억 달러로 5위에 머물렀다. 엔비디아가 대만 중심으로 AI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낼수록 양국 간 격차는 더 확대될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