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집값 상승세에도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의 집값은 주춤하면서 고금리 부담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매수자들이 급매처로 경매 시장을 찾고 있다.
22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1일까지 노도강 내 아파트의 경매는 총 223건이 진행됐다. 급증세를 보였던 지난해 경매 진행 건수와 비슷한 추이다. 지난해에는 1월~5월 말까지 노도강에서 252건의 경매가 진행됐다.
노도강에서는 '영끌 매수'가 활발했던 2019~2020년에 비해 경매 진행이 급증했다. 2019년 노도강의 경매 진행 건수는 170건에 그쳤고, 2020년~2021년에는 한 해에 100건을 못 넘기기도 했다. 2022년 114건, 2023년 313건으로 늘어난 후 지난해 총 657건으로 한 해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5년 전인 2019년에 비하면 3.8배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아파트 경매건수는 3.18배(1064건→3386건) 늘었다.
노원구 월계동 월계2단지주공의 전용면적 44.5㎡는 감정가 4억원이었으나 2번 유찰된 후 지난 13일 3억 1138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78%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신동아 전용 85㎡는 감정가 5억9400만원이지만 4억8760만원에 매각돼 낙찰가율이 82%였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는 지난달 29일 전용 165㎡가 감정가 16억 200만원에 나왔으나 낙찰가율 80% 수준인 13억 115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라 월 상환 부담이 커진 영끌족들이 급매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도강에는 지난 2019년 2%대 저금리에 부동산 폭등이 계속되자 1인 가구, 신혼부부, 갭투자(전세 낀 대출) 등 매수자가 대거 몰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노도강 내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 3398건, 2020년엔 2만 1513건이다. 반면 지난해는 7440건에 그쳤다.
실거래가는 2019~2020년 대비 2억~3억원 가량 낮아졌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는 전용면적 114㎡가 2021년 9월 9억 8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올해에는 7억 5000만원~8억 500만원에 매도 호가가 형성됐다.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트는 전용 84㎡가 지난 4월 8억 7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10월에는 신고가 12억원을 기록했던 평형대다. 노원구 월계주공2단지는 전용 84㎡가 2021년 6월 7억 8500만원에 신고가를 찍었지만 지난 3월 6억 3000만원에 거래됐다.
집값이 떨어진 와중에 대출금리는 2%포인트(p) 이상 올랐다. 2019년 하반기나 2020년 초에 5년 고정금리로 혼합형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매수자들에게 최근 금리 재산정 시기가 도래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예금은행의 주담대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평균 4.22%로, 2020년 1분기 평균 2.50% 대비 1.72%포인트 올랐다.
이에 서울 지역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2월 말 기준 0.35%로 최고치를 나타냈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라 빚 부담이 커지자 연체율도 연쇄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부동산 폭등기에 개인의 선택으로 주담대에 신용대출까지 너무 과도하게 대출 받은 사례가 많았다"며 "스트레스 DSR 규제는 신규 대출에 한 해 적용돼 영끌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으나 오히려 과도한 선택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가산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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