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진출 꿈꾸는 관광 스타트업, 결제·맵·제도 '삼중고'

사진챗GPT
[사진=챗GPT]

관광산업 내 스타트업들이 자체 기술력과 로컬 콘텐츠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열악한 국내 인프라와 미비한 정책적 뒷받침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로드 투 글로벌(Road to Global)’이라는 주제로 관광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과 성장을 위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윤석호 데이트립 대표, 권용근 페어플레이 대표, 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 등 관광 분야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관광 스타트업들은 현장 밀착형 콘텐츠 기획력과 기술 역량은 충분하지만, 제도와 플랫폼, 인프라 측면의 지원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며 실질적인 운영 경험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정부의 전략적 지원을 촉구했다.
 
◆K-갈라파고스? 지도 데이터의 장벽

글로벌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거나,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지도 기반 관광 스타트업에게 구글맵은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고정밀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금지돼 있어 구글맵의 핵심 기능이 제한된 상태다. 이에 관광 기업들은 국내용 서비스와 해외용 서비스를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윤석호 데이트립 대표는 “현지화된 콘텐츠 전략과 인스타그램 기반 커뮤니티 구축을 통해 뉴욕 유저를 빠르게 확보했다”며 “그러나 해외에서는 구글맵과 연동된 국내 관심 정보(POI) 기반 서비스가 기본이지만, 국내는 위치 정보 활용이나 지도 기반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져 국내외 해외 고객들에게 동일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데 제약이 크다”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체험 콘텐츠를 제공하는 ‘페어플레이’의 권용근 알앤원 대표는 “인증 기반 콘텐츠 소비 경향에 맞춰 글로벌 사용자 확대를 노리고 있지만, 구글맵 기반 서비스에서 국내 등산로·캠핑장 등 비도시권 POI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국내 공공 데이터와 글로벌 플랫폼 간 연동이 원활하지 않아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구글은 2007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 정부에 1: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을 요청했지만, 국가 안보 및 군사기밀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정부는 이를 거절했다. 최근 정부는 ‘측량성과 국외반출 협의체’를 가동하고 있으며, 오는 8월 8일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김다이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왼쪽부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윤석호 데이트립 대표, 권용근 알앤원 대표,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 석영규 올마이투어 대표 등이 패널 토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다이 기자]
 
◆내국인 중심 IT 인프라…외국인 결제는 여전히 사각지대

이날 지도 외에도 결제 시스템이 외국인 대상 서비스 확대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올마이투어와 트래볼루션 등 인바운드 중심 기업들은 외국인 고객이 온라인 결제를 시도할 경우 공인인증, 주민번호 입력 등 번거로운 절차로 인해 결제 실패율이 높고 그만큼 이탈률도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지에 해외법인을 설립해 글로벌 결제 시스템인 스트라이프(Stripe) 등을 우회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배인호 트래볼루션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모바일 결제를 시도할 때 간편결제 수단이 제한돼 사용성 자체에서 큰 장벽을 느낀다”며 “결제 시스템은 전자상거래의 기본인데, 한국은 외국 계정이나 해외 카드 사용 시 제약이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숙소 예약 플랫폼 ‘올마이투어’의 석영규 대표는 “한국이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국인을 위한 IT 강국일 뿐”이라며 “교통 인프라나 결제 시스템 측면에서 외국인 여행객과 연결되는 부분은 많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는 인증 기반 시스템이 필수인데, 카드 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되는 비인증 방식이 많은 해외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며 “글로벌 결제 시스템 스트라이프를 사용하기 위해 홍콩 지사를 설립했다”라고 밝혔다.

스트라이프는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API 기반 통합 결제 플랫폼이다. 별도 계약 없이도 빠르게 계정 생성 후 카드 결제 가능하며, 애플페이·위챗페이 등 다양한 간편결제와 호환되는 간편한 결제 시스템이 특징이다. 그러나 현재는 원화를 지원하지 않아 한국 기업이 스트라이프를 사용하려면 해외 법인을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

이훈 한양대 국제관광대학원 원장 겸 국회관광산업포럼 공동대표는 “관광 스타트업은 디지털 관광 산업의 선도자이자, 한국 관광의 글로벌 경쟁력을 떠받치는 핵심 주체”라며 “정부는 지원자에 머무르지 않고 실질적 협력자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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