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합병, 오르지 않는 주가에 "주주 가치 훼손 우려"

  • 실질적 개선 없어 시장반응 '냉랭'

  • 업계 "대주주만 유리한 구조" 지적

자료한국거래소
[자료=한국거래소]
최근 합병을 발표한 기업들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합병을 발표할 때 시너지 효과, 경영 효율성, 경쟁력 강화 등을 내세우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증시 침체로 인해 투자자 관심이 낮아진 데다 계열사 간 합병이 일반 주주의 이익을 희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회사 합병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풀무원, HD현대, CJ프레시웨어, 디비메탈, HLB생명과학 등 총 5곳이다. 올해 들어 발표된 회사합병 결정 공시는 총 21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024년 9건, 2023년 8건, 2022년 12건과 비교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 28일 풀무원은 존속회사인 풀무원샘물이 샘소슬을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풀무원 측은 "완전 자회사의 흡수합병을 통해 경영을 효율화하고 기업 가치를 높여 회사의 재무 및 영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풀무원뿐만 아니라 HD현대, CJ프레시웨어, HLB 등도 같은 목적으로 자회사를 흡수합병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의 '중복 상장' 규제 강화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기업들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합병 발표 이후에도 관련 기업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엣지파운드리는 지난 3월 24일 합병 결정을 공시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25.54% 하락했다. 4월 1일 합병을 발표한 HLB생명과학도 2.11% 내렸다. 4월 28일 공시된 풀무원 주가는 0.41% 상승하는 데 그쳤고, 4월 25일 합병을 알린 HD현대 역시 1.96% 오르는 데 머물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상장사가 자회사를 흡수합병하더라도 그에 따른 실질적인 효율성 개선 효과를 시장이 높게 평가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간 합병이 일반 주주와 대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례처럼 합병 과정에서 대주주에게 유리한 구조가 형성되면 일반 주주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해 계열사 간 합병 시 외부평가기관 선정에 감사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법조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외부 평가기관을 선정할 때 감사의 동의를 받도록 한 것은 평가의 적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라며 "하지만 외부 평가기관은 현금흐름할인법 등 가치평가 방식의 선택과 구체적인 평가 과정에서 대주주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의 동의가 실질적인 견제 장치가 되려면 감사 선임 과정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을 배제해야 한다"며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처럼 부실평가 여부를 조사하는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소수 주주가 피해를 입었을 때 평가기관에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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