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 독립에 1.3조 쏜다…K-배터리, 유럽발 재도약 노려

  • 배터리 주권 선언한 EU, 첫 대규모 투자 단행

  • 韓 기업 '시간차 우위' vs 中 기업 '가격 공세'

  • 정부 정책 뒷받침 시급…"한국판 IRA 필요"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미국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자립을 위해 약 1조3600억 원(9억 유로)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중국산 의존도를 낮추고 전략 산업의 주권을 확보하려는 EU의 본격적인 자립 선언으로, 현지에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 배출권 거래제(EU ETS) 수익을 활용해 프랑스, 독일, 스웨덴, 폴란드 등 4개국 내 6개 배터리 셀 생산 프로젝트에 총 9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다. 기술력, 온실가스 감축 효과, 공급망 안정성 등 7개 항목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번 결정은 EU가 공급망 내재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첫 실질적 조치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원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전략 산업의 역내 자립이 EU 정책의 핵심 과제로 부상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투자 대상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공장이 포함됐다. 이 공장은 고용량 원통형 '46기통 셀'의 양산을 앞두고 있으며, 향후 생산 실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보조금을 지급받는다. 삼성SDI와 SK온도 각각 헝가리에 생산거점을 두고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다. 이들 기업은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품질 신뢰도와 공정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한층 거세지고 있다. 2023년 기준 유럽 시장에서 한국 3사의 점유율은 45.1%였으나, 중국 기업은 49.7%로 이미 앞서 있었다. 올해 1월 기준으로는 한국 기업의 점유율이 35.6%로 하락한 반면, 중국 기업은 56.3%로 크게 상승했다. CATL, BYD, CALB 등 주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헝가리,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등지에 공격적으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유럽 시장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업계는 이번 EU의 투자가 기술력과 품질에서 경쟁우위를 가진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반전의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지 생산 기반과 품질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통해 다시 한 번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은 현지화 경쟁에서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EU의 보조금 정책이 실질적인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한 해외 투자 유치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를 바꾸기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EU의 전략적 투자가 유럽 현지화에 성공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분명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품질, 공급망 안정성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며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수준의 종합 산업 전략, 즉 '한국판 IRA'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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