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토허제' 1년 연장 압‧여‧목‧성 "해제 기대도 안했지만…형평성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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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성·박새롬 기자
입력 2024-04-2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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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4년째 연장…"반포·한남과 형평 맞나"

여의도 공작 아파트 사진박새롬 기자
여의도 공작 아파트. [사진=박새롬 기자]
"신고가가 계속 나오는 반포동과 한남동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지 않으면서 여의도만 수년째 묶여야 하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네요. 재지정 영향으로 여의도 내 재건축 사업 속도가 더욱 늦춰질까도 우려됩니다."

21일 여의도 내 한 재건축 단지에서 만난 60대 임모씨는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대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했다. 이번 연장을 계기로 주민들 사이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의구심을 표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내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은 물론, 상당한 재산권 침해에도 정책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4년이나 묶일 이유 없어...매수심리 오히려 폭발할 것"

서울시가 지난 17일 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재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압구정동 내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여의도동 아파트지구 및 인근 16개 단지,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4구역이다. 구역으로 지정되면 일정 대지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을 매입하는 경우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의 경우 최소 2년의 실거주 의무가 적용돼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 

압구정 현대 1, 2차 아파트 내 상가에서 만난 한 50대 주민은 "솔직히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같은 강남이라도 서초동은 빼 놓으면서 압구정은 꽁꽁 묶어 놓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압구정 현대12차 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압구정 현대1, 2차 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인근 현대7차 아파트에서 만난 한 60대 여성도 "반포나 서초 등 비슷한 급지는 더욱 가격이 상승했는데 압구정만 묶어놓는다고 효과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며 "3년 전과는 상황도 다른데 서울시가 너무 지나치게 규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제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향후 역효과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 2021년 4월 처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년씩 재연장돼 왔다. 투기거래를 사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성동구 성수동 장미아파트 재거축 사업장. [사진=우주성 기자]

성수동 성수전략정비구역 1구역 인근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번 재지정으로 구역 내 주민들은 향후에도 그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유지될 것이라고 자포자기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의도 미성 아파트 내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대치동의 경우는 지난해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는 풀어줬는데, 여의도는 불합리한 행정규제가 3년째 유지되고 있다"며 "규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간 쌓인 매수 심리가 한꺼번에 폭발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정책 필요
 
압구정 현대8차 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압구정 현대8차 아파트 [사진=우주성 기자]

인근 미지정 신축이나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풍선효과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성수정비전략구역 인근 장미아파트는 전용면적 53㎡ 매물이 2월 16억5500만원에 매매됐다. 이는 지난해 11월의 13억7000만원보다 2억8500만원이나 오른 가격이다.
 
허가구역 내 아파트 단지도 올해 신고가 상승을 이어가면서 정책 실효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6, 7차 전용면적 196㎡ 매물은 올해 1월 65억원에 매매거래된 데 이어 2월에는 3억원 가까이 상승한 67억9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압구정 현대1, 2차 전용면적 196㎡도 2월 80억원에 실거래됐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2단지 전용면적 65㎡도 지난달 15억6000만원에 거래돼 한달 새 1억원 이상 올랐다.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 내 한 중개업자는 "서울시가 상승 지역을 지정해 준 꼴"이라며 "주민들 입장에서는 재산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법적 지정요건이 해당되지 않음에도 정책적 안배에 따라 남용되고 있다. 여기에 법적 요건들이 현재 부동산 경기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정무적 판단이 아닌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지정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해당 제도는 본래 개발사업 예정지의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도입한 제도"라며 "실효성에도 의문이 있다. 허가구역 인근 지역의 시세가 꾸준히 상승한 상황에서 향후 허가지역 해제가 이뤄진다면 인근 시세에 맞춰 가격이 조정되며 다시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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