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칼럼] 22대 총선 이후 대한민국의 새로운 좌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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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입력 2024-04-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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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20대 대통령선거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 선거로 평가되었다. 그러면 22대 총선은 어떤가? 총선 결과는 잠시 후에 확인되겠지만, 총선에 이르는 과정과 선거운동의 혼탁은 더 낫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20대 대통령선거가 비호감 선거로 꼽혔던 것은 양대 정당 후보자 모두가 국민들에게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의혹을 비롯한 각종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었고, 윤석열 후보는 검찰 출신이라는 점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샀다. 그 결과 당시 투표는 최선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 근소한 차이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
20대 대선과 22대 총선을 비교하면 유사점과 차이점이 뚜렷하다. 양대 정당에 대한 비호감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이 유사점이라면 국민의 평가 대상이 다양해졌다는 점은 차이점이다. 이재명과 윤석열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 여러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 지역별 공약에 대한 평가 등이 복잡하게 작용한 것이다.
또한 20대 대선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에 22대 총선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총선 과정에서 운동권 심판론, 민주당(국회) 심판론 등 맞불이 있었지만, 그보다는 윤석열 정부의 잘잘못이 더 눈에 들어오는 선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2대 총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는 정책선거의 실종이며, 선거 과정의 시작부터 끝까지 공천 잡음을 비롯하여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 이재명 대표와 한동훈 위원장의 상호 비방 등이 눈에 띄었을 뿐 새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건설적 비전과 이를 위한 정책적 대안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즉흥적⋅선심성 정책들을 이러한 정책대안으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이제 선거운동은 끝났고 국민의 판단만 남았다. 설령 총선에서는 치열하게 싸웠다 하더라도 이제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여야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정당과 후보자들은 선거 결과가 아쉽고, 때로는 불공정하게 느껴지고, 심지어 억울한 결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대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결과다. 이러한 결과를 수용하면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다음 선거에서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물론 선거제도의 문제는 해소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및 그로 인한 위성정당의 문제가 다음 선거에서도 되풀이된다면 국민들의 정치불신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정치 및 선거의 불안정성도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극단화된 진영 갈등을 벗어나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여야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갈등과 대립의 정치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국민들 간 갈등과 분열을 심각하게 조장하고 있다. 남남 갈등의 극단화는 글로벌 시대 대한민국 발전에 심각한 족쇄가 될 것이기에 통합과 협치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각계 전문가들, 사회지도층이 강조하고 있다. 이제는 정치권이 이러한 요구에 화답해야 한다.

막연하게 통합하자, 협치하자는 말만으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뤄낼 것인지에 대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네 가지 과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정치적⋅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힘을 모아야 한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선택과 집중이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대한민국에서는 다양성 속에서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와 국민이, 여와 야가, 기업과 노동자가, 판매자와 소비자가 각각의 입장만을 고집하지 않고 역지사지(易地思之)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합리적 균형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정의로운 해결만이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다.

둘째,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들에 대해 모두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 이미 장기간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저출산 대책의 성과가 문제되는 가운데 민간기업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상황이다. 이 기회에 저출산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합리적인 이민정책 수립과 집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민자의 적극적 수용은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이민자의 수용은 독일, 스웨덴 등 사례처럼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에 맞는 이민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 대한민국이 선진국에 진입함에 따라 한계성장이 문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경제성장률이 서구의 선진국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인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경제적 활력 회복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반도체와 휴대폰, 자동차 등 몇몇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상품 위주의 전략뿐만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비효율성이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넷째, 사회적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회적 갈등 비용의 최소화가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를 포용하고 함께 발전하는 가운데 모든 국민이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것들이 국회 출범 이후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얼마나 타협과 협치의 정치력을 보여주는지에 달려 있다. 물론 협치가 견제와 균형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목잡기 경쟁이 아닌 건설적인 경쟁, 대한민국의 발전 및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 경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 경쟁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차기 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며, 그렇게 될 때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크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비상임위원 △ 경찰청 인권위원회 위원장 △전 국회 개헌특위·정개특위 등 자문위원 △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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