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日중소기업도 임금 인상 훈풍 부나…대기업과 격차 커질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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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도쿄(일본) 통신원
입력 2024-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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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기업 춘투 진행 중, 현재 4.69% 임금인상률

  • 대기업 잇따른 임금 인상에 인재 채용 경쟁 격화

  • '가격 전가' 어려운 현실 여전

도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쿄[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기업의 통큰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일본에선 지금 중소기업의 봄철 임금협상 ‘춘투(春鬪)’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앞서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최고인 5.85%의 임금인상을 요구했고, 많은 대기업들이 이에 화답했다.
 
렌고의 최신 집계에 따르면 이달 4일 현재까지 조합원 300명 미만의 중소기업 임금인상률은 전년 동기 대비 1.27% 포인트 상승한 4.69%다. 1992년 이후 32년 만에 최대 인상폭으로, 수치로만 보면 대기업 못지 않게 중소기업들도 임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바현에 위치한 근로자 약 250명의 산업용 기기 제조업체에서는 기본급 1만엔(약 8만 9천원) 인상에 합의했다. 노조 간부는 “인재 확보가 어려운 현실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을 경영진과 공유할 수 있었다. 예년보다도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지역은행인 요코하마은행은 11년만에 대졸 초임을 1만 5천엔(약 13만 4천원) 올렸다. 2025년 봄까지 4만엔을 추가로 인상해 초임 월급을 26만엔(약 232만원)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대형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줄줄이 임금 인상을 시작하면서 중소은행들도 따라나선 모양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음식업과 소매업에서도 초임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만두 전문 체인 ‘교자노 오쇼’는 5만 2천엔(약 46만 4천원)이라는 큰 폭의 임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대졸 초임 월급 27만 8500엔(약 248만 5천원)을 달성했다. 중화요리 체인 ‘히다카야’를 운영하는 ‘하이디 히다카’는 초임을 1만 5천엔 올리기로 했고, 가전 양판점 ‘노지마’는 1만엔 인상을 결정해 각각 대졸 초임 월급이 26만 5천엔(약 236만 5천원)까지 올랐다.
 
일본 최대 산업별 노조 UA젠센 노조원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최대 산업별 노조 UA젠센 노조원들[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중소기업이 임금 인상에 적극 나서는 데는 대기업의 연이은 임금 인상으로 우수한 신입 사원을 채용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이유가 있다. 렌고의 요시노 도모코 회장도 “중소 규모 사업자들에게는 일손 부족 문제가 매우 크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선 임금 인상이 필수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모든 중소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나선 것은 것은 아니다. 원자재값 상승과 인건비 증가분을 둘러싸고 납품처와의 협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은 납품처가 가격 인상을 받아들여 줄지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신용협동조합 쇼난신용금고는 3월 중순에 도쿄와 가나가와현의 고객 약 800개사를 대상으로 임금 인상 계획이 있는지를 물었다. “임금인상 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36%에 머물렀다. 신용금고 측은 “임금 인상을 하고 싶어도 대부분의 회사들이 ‘가격 전가’를 못해 자본이 없어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으로선 임금 인상 필요성에 직면하고 있지만 ‘가격 전가’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임금 인상에 필요한 자본 확보 어려운 곳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중소기업의 춘투는 보통 대기업의 노사교섭 타결 후인 3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부터 타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집계 회차가 거듭될수록 영세 기업들의 임금인상률이 통계에 반영되는 구조다. 따라서 최종 집계에서는 대개 전체 인상률이 낮아지게 된다. 다만 올해의 경우 3차 집계에서 2차때 보다 0.2% 포인트 정도 올라간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의 조사에 따르면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의 비율은 전체의 약 20%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 노동자의 약 70% 정도가 속해있는 중소기업 중에는 노조가 없는 곳도 많다. 이들이 임금 인상의 혜택을 보지 못하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도요타 공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도요타 공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일본은 한국에 비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적은 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일 대기업 임금을 각각 ‘100’으로 보면 중소기업 임금 수준은 한국 57.7, 일본 73.7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일본 대기업의 잇따른 임금 인상과 달리 중소기업에서 임금 인상이 어려워지면 일본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더욱 벌어질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기계 및 금속 관련 중소기업 노조의 한 간부는 “대기업의 높은 실적은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으로 인한 결과다. 공정 거래가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를 위해 기업들에게 임금 인상을 독려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앞서 "임금 인상 움직임이 중소기업까지 확산하는 게 중요하다. 정책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는 하청 기업과의 협의 없이 거래 가격을 유지하는 기업 명단을 공표하는 등 가격 전가 촉진을 위한 대비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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