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상의 인사이드 아프리카] 아프리카 식량난 해소는 K-스마트농업 기술 접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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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석좌교수
입력 2024-03-1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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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이진상 한국항공대학교 이진상 석좌교수]



아프리카 54개 국가 중 33개 국가가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인구 12억 중 20%(2억7800만명)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동부아프리카의 대외 식량 의존도는 84%에 이른다. 2023년 아프리카 전체 밀 수입량은 5400만톤에 달했고, 이집트(1200만톤),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에티오피아 등이 주요 수입국이다. 아프리카는 식량 수입을 위해 매년 약 540억~780억 달러를 지출한다. 전 세계 미경작지의 60~65%를 보유하고 3모작이 가능한 곳도 많아, 효율적인 농업정책과 기술을 제대로 이용하면, 단기간에 식량 자급자족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농업부문은 GDP의 35%를 차지하고, 전체 노동자의 52%가 종사한다. 동남아시아의 GDP 비중 11.7%, 노동자 비율 18.6%와 대조적이다. 중국은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7.1%로 낮으나, 25%의 노동자가 종사하고 있다. 아프리카 평균 단위 경작면적은 1.3헥타르(㏊)에 불과하며, 중국의 0.6㏊, 우리나라의 1.0㏊보다 넓다. 그러나, 유럽 25~45㏊, 남아메리카 51㏊, 북아메리카 186㏊에 비교하면 상당히 작은 규모이다. 아프리카 1인당 경작면적은 0.2㏊(2021년)로 중국의 0.14㏊보다 높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단위 면적당 생산성은 절대적으로 낮다.
 
아프리카의 곡물생산량은 ㏊당 1.75톤으로, 미국의 8.75톤과 비교하면 20% 정도에 불과하다. 쌀 생산의 경우 미국은 ㏊당 7.84톤, 중국 7.6톤, 세계 평균 4.25톤, 아프리카는 2.2~5.8톤이다. 밀은 ㏊당 뉴질랜드 및 사우디 아라비아가 10톤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유럽연합 6톤, 세계 평균은 5.67톤이나, 케냐와 에티오피아는 각각 2.5톤 및 2.2톤으로 세계 평균의 절반 이하이다. 아프리카의 농업은 70% 이상이 소작농이며, 대부분 생계형 농업으로 소득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농업 생산량은 토지의 이용 및 소유권, 임대 제도, 자영농의 비중, 농업 관련 기술, 유통망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영국은 산업혁명 이전인 17세기 중반 이후 18세기 초반에 걸쳐 대대적인 농지정리(Enclosure Movement) 및 농업 용수로(Irrigation)를 건설하였다. 단위농지 면적이 늘고 생산성은 증가했다. 지주들의 소득이 늘어 축적된 자본은 산업 부문 투자에 이용되었다, 농업 생산성이 늘면서, 많은 농업 종사자들은 제조업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산업화와 더불어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영국의 농지정리는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으며, 지주의 자본 축적은 제조업 투자로 연계되어, 산업혁명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우리나라는 1945년 독립 이후 토지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경작자들에게 농지 취득의 우선권이 주어졌고, 생산성이 증가했다. 정부는 추곡 수매가를 결정하고, 농산물 가격의 안정 및 수급에 도움이 되었다. 지주들은 토지 매매 채권을 자본시장에서 거래하면서 자본을 축적하여, 산업 자본가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자영농 비중은 토지개혁 이전 10%에서, 개혁 이후 약 70%로 증가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토지개혁은 자영농 비중 및 농가소득의 증가, 산업 자본 축적, 산업화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1960년대 전후 독립하면서 토지 등록제도 구축에 어려움이 많았다. 전통적인 토지 소유권은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전체 면적의 2~10% 정도인 도시지역 위주로 소유권 등기제도가 만들어졌다. 농촌지역의 토지 등기제도는 분쟁을 가져오기도 했다. 생계 유지형 소작농은 토지 이용금과 세금 부담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웠다.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세수 의존도도 높다. 따라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토지 소유권 제도를 재정비하여, 농업 종사자들이 농지 소유권을 취득하는 기회를 마련하여, 농가소득의 증가 및 상업 영농으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초부터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중동의 석유 부국 중심으로 아프리카 국가의 농지 확보(Land grabbing)를 늘리고 있다. 유럽, 중국, 미국 등 여러 국가의 다국적 기업들도 경쟁적으로 아프리카 농지 확보에 힘쓰고 있다. 대부분 외국인 소유 농지는 50년 기간의 장기간 임대계약으로 임대료 및 세금을 징수한다. 다국적 기업들은 상업 영농으로 농산물 수출 및 가공업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여러 지역의 외국인 소유 농지는 바이오 연료 생산에도 이용되어 식량 증산과 무관하다. 장기간의 농지임대는 현지 주민의 강제 이주 등 사회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세계시장의 곡물 및 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식량 수입국의 재정 부담이 늘게 되었으며, 케냐를 비롯한 여러 아프리카 국가 농민들은 치솟은 비료값으로 농사를 포기하는 사례가 늘었다. 과도한 농업 금융 부담으로 경작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아프리카의 안정적 영농을 위해 농업금융 제도를 마련하여 비료, 농약, 인건비 등 소요 비용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들은 원료를 수출하고 완제품을 수입한다.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세계 제1, 제2의 코코아 생산 국가들이다. 코트디부아르는 전체 농지면적의 14.7%를 코코아 생산에 이용하며, 전 세계 코코아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500만명이 종사한다. 전 국민의 약 20%가 코코아 생산 분야에 참여하는 것이다. 2020년 국제 코코아 가격이 17.5% 하락하여, 코코아 생산자들의 소득이 급감하고 빈곤층이 늘어났다. 가나는 코코아를 수출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초콜릿은 수입한다. 케냐는 차(Tea leaves)를 수출하나, 고급 브랜드 차는 수입한다. 커피의 원산지인 에티오피아는 커피가 제1의 수출 품목이며, 주로 원두(Bean)상태로 수출하고, 인스턴트커피 및 믹스커피는 수입한다. 또한, 아프리카의 수확 후 손실률은 35%에 달한다. 풍부한 열대과일이나 채소는 짧은 유통기한을 가지고 있어, 가공업의 발달과 효율적인 유통망 개선은 손실률을 최소화할 수 있다. 아프리카 농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농산물의 부가가치 창출이 필요하며, 부가가치는 농산물 가공을 통해 가능하다. 농업 가공업, 보관업, 유통 구조 개선, 농산물 시장 활성화가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아프리카의 농업 정책은 주변 국가들과 조정 및 협력이 필요하다. 이는 기후환경과 농경 조건이 비슷하여 동일 또는 유사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방지하고 농산물 시장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유럽연합(EU)은 공동농업정책(Common Agriculture Policy, CAP)을 1950년대 시작하여 1980년 유럽연합 전체 예산의 65.5% 이상을 지출하였으며 지금도 전체 예산의 23.5%(2022)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정책이다. 각 회원국의 농업 종사자들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소득을 유지하게 되었고, 역내 회원국의 식량안보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매년 초 추곡 수매가격을 공시하고 CAP에 따라 매입된 곡물은 각 지역에 저장하게 되며 농산물 수급에 완충 역할을 한다. 한편, 몇몇 농작물은 과잉 생산으로 그레인마운틴(Grain Mountain), 와인레이크(Wine Lake)를 만들었다. 1980년대 이후 CAP는 엄격하게 운영하여 과잉생산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아프리카연합(AU)은 2003년 복합농업개발계획 (Comprehensive Africa Agricultural Development Program, CAADP)을 출범하였다. 아프리카대륙 차원의 공동농업정책이다. 유럽연합의 CAP와 비교하면 재정규모나 지원제도에 차이가 있으나 대륙 차원의 협력체제 구축에 의미가 있다. 2014년 식량안보 확보와 경제성장을 목표로 마부토선언을 채택했다. 국가 예산의 10%를 농업 및 농촌개발 지출을 의무화하고, 농산물 부가가치를 매년 6% 이상 달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 정부의 농업 부문 지출 평균은 2.1%(2020) 미만에 불과했고, 4개 국가만 10% 지출 목표를 달성했다. CAADP에 의한 농업금융 지원제도, 역내 농산물 교역, 인프라 투자, 정책 협력 등 다양하나 자본금 및 영농 자금 부족으로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대륙 차원의 농업정책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2021년 1월 공식 출범한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는 역내 농산물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역내 농산물 교역량이 늘고 인프라 개선과 농산물 가공업 발전으로 농산물 시장은 더욱 발달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단일시장은 거대한 인구 규모와 높은 증가율로 식량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농업개발 협력이 가능한 분야는 다양하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의 토지개혁에 우리나라의 토지개혁 경험을 현지 실정에 적합하도록 현지화하여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채권시장 제도의 활성화 등 자본시장을 구축하여, 산업자본금을 마련하는 계기로 만들 수도 있다. 경작자에게는 토지 소유에 우선권을 제공하여 생산성을 높이도록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 토지등록 제도에도 우리나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은 우리나라의 GPS를 이용한 토지 측량 및 등록제도에 관심을 갖고 있다. 농업 관련 전문인력 양성은 농업기술, 농업 금융제도, 농업 정책 등 여러 분야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협동조합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성공사례이다. 이러한 경험은 영농기술의 확산 정책, 농산물 집하 및 처리, 가공업, 저장, 유통망 구축 등 체계적인 농업 가치사슬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IT 등 최첨단 기술을 아프리카 농업에 접목하여 스마트 농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의 농업개발은 고유의 산업화 모델이 될 수 있는 농업개발 기반 산업화(Agriculture Development-led Industrialisation, ADLI)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적극적인 우리나라의 대아프리카 농업분야 협력 강화로, 아프리카가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산업화로 전환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상 필자 주요 이력

▶영국 글래스고대 경제학 전공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박사 ▶전 아프리카학회장 ▶전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전 한국뉴욕주립대 교수 ▶현 한국항공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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