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부능선 넘은 실거주의무] "최악의 상황 피했다"...미봉책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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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섭 기자
입력 2024-02-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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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실거주 의무 3년 유예가 유력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단지. [사진=연합뉴스]


29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남겨두긴 했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가 우여곡절 끝에 3년 유예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고금리 상황에서 실수요자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전세 매물이 나올 수 있게 되면서 임대차 시장 안정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공언했던 실거주 의무 '폐지'가 아닌 유예로 가닥이 잡힌 데다 계약갱신청구권 등 분쟁이 일 여지도 남아 있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전문가들에게 '실거주 의무 3년 유예'에 대한 평가를 청취한 결과 다수 전문가들은 최악 상황을 피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야가 3년 유예 합의로 가닥을 잡고 지난주 국토위 소위, 이날 전체회의를 무사히 통과하긴 했지만 합의 전까지 1년 넘게 표류하면서 정부 발표만 믿고 청약한 수분양자들을 불안케 했다. 실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고, 최악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분양가 수준으로 집을 되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경인여대 교수) 회장은 "정부의 정책 엇박자로 인해 정부를 믿고 분양을 받은 사람들은 상당히 큰 혼란에 빠질 수 있었다"면서 "큰 혼란을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분양권 전매 제한은 사실 실거주 의무 폐지 없이는 의미가 없는 제도이고, 당장 분양받은 사람들은 잔금 마련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는 상황이라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절충안이 필요했다"며 "이번 개정안 통과로 얼어붙었던 분양권 시장도 거래가 본격화하면서 숨통이 트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0주 연속 상승하는 등 전세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실거주 의무 3년 유예’ 적용을 통해 입주 예정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세를 통해 자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수분양자들이 물량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 헬리오시티 입주가 본격화한 2019년 1분기에 서울 강남권 일대 전셋값이 하락했던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작년 11월 첫째 주 0.21%에 달한 서울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이달 셋째 주 -0.01%로 하락 전환됐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림픽파크포레온 같은 대단지는 전세 매물이 많아 전세 물량 공급과 가격 안정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타 지역에서 해당 지역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생기는 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 시장 혼선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실거주 의무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닌 데다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3년 이후에 다시 입주 문제가 불거질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3년 유예 조치가 현시점에서 입주자들에게는 긍정적 결과지만 결국은 ‘미봉책’이라는 한계가 있다"며 "특수 사유로 실거주가 불가능하거나 자금이 부족해 임대를 놔야 한다면 모두 3년 안에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현재 정부 정책 방향대로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거나 해당 주택을 매도하기 전까지 실거주 의무를 충족하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3년 유예안이 전세계약갱신청구권(2+2년)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집주인이 입주 시점에 임차인과 전세 계약을 맺었는데 2년 뒤 임차인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려 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다"며 "모호한 기간이 아니라 계약갱신청구권에 맞춰 2년이든 4년이든 확실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 변호사도 "임대차보호법에 적용되는 기간과 3년이 맞지 않아 임대인으로서는 2년을 (임차인에게) 주거나 아니면 아예 3년을 주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또한 향후에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도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에 갱신 여부를 두고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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