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돋보기] 허남준, 마이즈너, 그리고 아직 못다 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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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진 기자
입력 2024-02-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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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십 개의 노래, 수십 개의 작품이 탄생한다. 음악·드라마·영화 등이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고 있지만 대중에게 전해지는 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래를 부르고, 연기한 아티스트도 마찬가지. 뛰어난 역량에도 평가 절하되거나, 대중에게 소개되지 못하는 일도 빈번하다. <아티스트 돋보기>는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를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을 들여다보는 코너다. 아티스트에게 애정을 가득 담아낸 찬가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사진메이크스토리
[사진=메이크스토리]

배우 허남준의 연기는 요란하지 않아 오히려 시선을 끈다. 짧은 대사더라도 호흡과 선명한 눈빛을 덧대 보는 이들의 상상을 극대화한다. 일상에서 지나치기 쉬운 미세한 감정들까지 보란 듯 표현하는 섬세함은 자연스레 극의 몰입감으로 이어진다. 

성균관대에서 연기예술학을 전공한 허남준은 2019년 영화 ‘첫잔처럼’을 시작으로 ‘낙원의밤’, ‘더블패티’, ‘인질’, ‘테이크오프: 파도위에 서다’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났다. 조단역을 거쳐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을 인식시킨 건 2020년 OCN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이었다. 첫 드라마 데뷔작인 ‘미씽: 그들이 있었다’에서 허남준은 극공감형 ‘망자(亡者)’ 고봉환 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였다. 곱슬머리와 두꺼운 뿔테 안경으로 강렬한 비주얼을 완성한 그는 죽은 이들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에 발 벗고 나서며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을 나눴다. 사건의 배후를 치열하게 추적해야 하는 미스터리 판타지 드라마에서 잠시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준 인물. 허남준은 실제 자기 모습을 캐릭터에 녹여내 친근하고 편안한 캐릭터를 완성했고 그 덕에 시청자들은 극중 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할 수 있었다.

역할과 일체하는 연기법은 허남준의 강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 인간 마이즈너라고 불린다"는 허남준은 연기가 아닌 실제 감정에 이입하는 연기 방식인 '마이즈너 연기법'을 따르며 작품의 빈틈을 채운다. 상황과 역할 자체에 몰입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식이다. 역할의 크고, 작음에 흔들리지 않고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몰입하고 순간을 채워내며 극을 안정적으로 완성한다.

지난해 연말 역대 최고 시청률로 동시간대 지상파 및 종편, 케이블 포함 전 채널 1위 및 월화극 1위로 종영한 KBS 월화 드라마 ‘혼례대첩’은 그의 빛나는 해석과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조선시대 청상부마 심정우(로운 분)와 청상과부 정순덕(조이현 분)가 만나 원녀(노처녀), 광부(노총각) '혼례 대작전'을 펼치는 드라마 ‘혼례대첩’에서 허남준은 정순덕의 오라버니이자 한성부 종사관 정순구를 맡아 존재감을 드러냈다. 

허남준은 “정순구가 본인의 감정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캐릭터”이지만 작품에서 너무 무겁게 비치지 않길 바랐기에 “오히려 그만이 가질 수 있는 섬세한 표현에 집중해 연기했다”고 밝혔던바. 정순구에 대한 그의 해석은 장면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혼례대첩’ 5회에서 정순구는 맹씨네 세 자매를 위해 신문고를 이용하려고 하는 등 물불 가리지 않는 여동생 순덕에 꿀밤을 때리며 “넌 제발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좀 있으면 안 되냐”고 말하는 장면은 드라마 팬들이 꼽는 매력적인 장면 중 하나. 그간 진중한 말투와 단정한 몸짓만을 보여준 정순구가 인간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캐릭터의 반전을 담백하게 드러내며 시청자들을 몰입할 수 있게끔 만드는 허남준의 ‘도움닫기’였다.

허남준이 그린 정순구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시청자들은 정순구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내놓기 시작했고 허남준이 숨겨 놓은 힌트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칠 수 있었던 정순구를 입체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허남준은 “스스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저의 연기나 작품 해석을 보며 무척 감사했다”며 “덕분에 더 많이 고민하고 배워가겠다”며 드라마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허남준은 소속사를 통해 “데뷔 후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들이 모두 자신과 닮아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을 내어 캐릭터를 채워간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못해본 경험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 자신을 키워 나가겠다”고 밝힌 허남준은 대중의 상상 속에 자신을 맡긴 채 한계 없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갈 계획이다.
사진메이크스토리
[사진=메이크스토리]
 
그의 섬세한 헤아림을 거쳐 반질반질 윤이 날 다음 캐릭터는 오는 28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디즈니플러스 ‘로얄로더‘ 속 하명진이다. 그의 TV 데뷔작 ’미씽: 그들이 있었다‘의 연출이었던 민연홍 감독과의 또 한 번 만남이 성사됐다. 누구나 탐이 날 그 자리, 대한민국 최고 재벌가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마이너리거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드라마에서 검사로 빛날 그를 설레며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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