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을 앞두고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속도전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마친 만큼 이르면 1분기 내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절차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2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출범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를 위한 심사기준 등을 의결했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도가 처음인 만큼 지금까지는 현행법에 이와 관련한 명시적인 기준이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지난해부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관련해 신규인가 또는 인가내용 변경 절차를 전문가와 검토해왔다.
대구은행이 기존의 지방은행 라이선스를 당국에 반납하고 새로 시중은행 라이선스를 받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당국은 자본금 등 대구은행의 인가 조건이 이미 충족된 상태에서 은행 신규 인가 수준의 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은행법 제8조에 따른 은행업 인가로 진행하되, 인가의 실질을 '인가내용의 변경'(지방은행→시중은행)으로 추진하기로 결론내렸다. 인가단위의 변경이 없는 만큼 기존 인가에 대한 별도의 폐업인가는 불필요하다. 기존의 모든 법률관계도 승계할 수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해 온 대구은행은 이 같은 금융위의 발표를 바탕으로 조만간 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 달 초에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인가심사가 개시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1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총선을 두 달가량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급물살을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지역 인구 감소로 대구은행의 입지가 줄어들면 일자리 축소, 소비·투자 감소가 동반될 수 있어 지역민에게 시중은행 전환은 숙원사업이 됐다. 대구·경북이 여당의 전통 강세 지역인 만큼 '텃밭 다지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다.
다만 지난해 8월 드러난 '불법 증권계좌 개설' 사태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7월까지 고객의 동의 없이 증권계좌 1662건을 부당개설했다. 영업점 56곳의 직원 114명이 해당 행위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주가 아닌 은행 또는 임직원의 위법행위와 관련된 문제라면 제재확정 전에라도 시중은행 전환을 신청할 수 있어 인가 심사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인가 심사 과정에서 세부심사요건 중 '내부통제체계의 적정성' 관련 사항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 인가 심사는 '은행 또는 임직원 위법행위'가 아닌 '대주주 적격성'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심사가 개시되면 문제가 된 은행 내부통제 체계 등을 살피겠지만 시중은행 전환을 방해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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