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거장이 빛과 그림자로 전하는 '동화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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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4-01-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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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사카 파노라마'전...후지시로 세이지 작가 200여점,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서 전시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월광의 소나타’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올해로 한 세기의 삶을 맞이한 거장이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전한다.
 
흘러가는 세월에도 어린 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은 그의 작품은 관람객에게 인생이 무엇인지 차분히 되돌아보게 한다.
 
올해 100세를 맞은 일본 그림자 회화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일생에 걸친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오사카 파노라마’전이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 작품 시리즈 14점과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비롯해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다.
 
일본어로 가게에(影繪)로 불리는 그림자 회화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 같은 조명필름을 붙이고 그 뒤에서 조명을 비춰 색감과 빛,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다.
 
태평양 전쟁 후 물감을 구할 수 없었던 작가는 이를 계기로 빛과 그람자만 있으면 가능한 그림자 회화를 시작했다.

빛과 그림자로 만든 그의 작품은 관람객을 아이로 만들며, 동화 세상과 아름다운 자연으로 이끈다. 그림자 회화만이 표현할 수 있는 빛과 색은 보는 사람의 감각을 깨웠다. 물과 거울을 이용한 전시 연출도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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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테의 눈 축제’ [사진=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전시작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재는 일본 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들이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철도의 밤’을 비롯해 ‘첼로 켜는 고슈’, ‘구스코부도리 전기’ 등의 이야기가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룬 그림으로 다시 구현됐다.
 
후지시로 작가는 “겐지 작가의 동화는 그때까지 읽어본 것과 좀 달랐다. 단순한 동화가 아닌, 무언가 깊은 기원과 기도가 담겨있다. 겐지 작가의 작품을 그림자 회화로 만들 때는 특별한 감정이 든다”라며 “겐지 작가는 ‘세계가 모두 행복해지지 않는 동안은 개인의 행복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장 공감하는 부분이다”라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거장은 이번 한국 전시에 심혈을 기울였다. 1958년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소재로 그림자 회화 5점을 만들었지만 일부 원화가 유실됐던 것을 이번 전시를 앞두고 12개 작품을 새로 만들어 시리즈로 선보였다.
 
전시를 위해 휠체어를 타고 한국을 찾은 후지시로 작가는 “이번 전시가 한·일 양국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속에 닿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4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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