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삼국지] 韓 '긴축' 지속, 日 '완화' 유지, 슬쩍 지갑 여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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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4-0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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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韓, 기준금리 22년 래 최고 vs 日, 9년 간 마이너스금리 '극과 극'

  • 中 '디플레-부동산' 리스크에 대규모 양적완화...환율 방어 골머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국도 통화정책 기조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지만 물가·환율 등 각국이 처한 대내외 여건이 상이한 탓에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저마다의 해법 찾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9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한·중·일 3국 중 통화정책에 있어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건 한국과 일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까지 1년여(총 8차례) 간에 걸쳐 기준금리를 3.5% 수준으로 유지했다.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를 유지한 배경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심화한 인플레이션을 잡고 시중에 대거 공급된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이는 미국·유럽 등의 행보와 유사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안정화를 감안해 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사정은 다르다. 만성적인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일본은 초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주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수준(1%까지 용인)으로 유도하는 등 기존 정책 방향을 이어가기로 했다. BOJ는 지난 2016년부터 단기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관리하는 한편 장기금리의 경우 2022년 말부터 변동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중이다. 이번 동결은 향후 물가와 임금 동향을 살펴보며 현 정책 유지 여부를 판단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중국의 행보는 한·일과 동떨어져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춘절 연휴를 앞둔 지난 24일 은행 지급준비율(RRR, 지준율) 0.5%포인트 인하 방안을 전격 발표했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5개월 연속 동결한 지 이틀 만이다. 지준율 인하는 은행들이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금액을 낮춰 기업과 가계에 더 많은 대출을 제공하라는 신호다. 실물 경제 지원 성격이 강하다. 인민은행은 이번 지준율 인하를 통해 약 1조 위안(약 188조원)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대규모 양적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일본과는 성격이 좀 다른 '디플레'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전년 대비)로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헝다 사태 등 부동산 경기 침체도 경기 부진에 한몫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위용을 떨치던 중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 추세로 접어들고 있다.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중국 경제 규모(GDP·달러 환산 기준)는 2021년 미국 대비 76.4%, 2022년 70.6%, 2023년 64.0%로 우하향 중이다.

환율 불안도 중국이 유동성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선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이 짙어지며 위안화 가치는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 하락(달러화 상승)은 곧 대외 신인도 하락과 증시 악화로 연결된다. 최근 중국 은행들이 달러 매도와 증시안정기금(증안기금) 투입 등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연초 주가지수(홍콩 H지수)가 10% 이상 급락하는 등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 불안은 금 등 안전자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금평의회(WGC) 보고서를 보면 중국 위안화에 대한 금 가격은 17% 상승해 미 달러화 상승분(14%)을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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