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비욘드 ESG] 원자력 발전 확대 …CF100이 RE100의 대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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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입력 2024-01-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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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용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경기 남부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원자력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지난 15일 반도체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만 아니라 첨단산업이라는 건 포기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원자력 발전 확대를 선언했다.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우리나라의 전력공급 방안을 두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데, 요약하면 ‘RE100 대 CF100’의 대결이다.
 사용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조달하자는 ‘RE100’ 관점에서는 윤 정부의 원전 확대 방침이 세계적 재생에너지 전환 추세에 역행한다고 비판한다.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아 현실적으로 RE100을 고수하는 건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갉아먹게 된다는 반론이 있고, 윤 정부는 이 주장에 힘을 싣는다.

▲“니가 가라 하와이”=21세기 인류의 최대 현안인 기후위기의 원인을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국민국가 체제의 한계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국가들이 ‘국부’의 관점에서 자국 발전(發展) 우선 정책을 펴다 보니 지구에 생태계가 감당 못할 온실가스가 빠른 속도로 쌓이며 현재의 기후변화를 불렀다. 문제는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중상주의 체질을 벗어나지 못한 세계 각국의 이해를 조정해 실제로 글로벌한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파리기후협약이 생각만큼 순항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각국은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대의에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자국의 산업 키우고 국부를 증진하는 데에 양보할 마음이 없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파리협약에서 탈퇴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마디로 영화 <친구>의 대사처럼 “니가 가라 하와이”인 셈이다. 어느 나라도 국부를 희생하고 국민생활 수준을 떨어뜨리는 방향의 기후정책을 수용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국가의 정치체제가 정치지도자의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어떤 전기를 공급할 것이냐는 논란의 본질이다. 말하자면 이 문제에 관한 한 윤석열은 트럼프의 길을 가고 있다.
 이 논의가 간단하지 않은 게 한국 정부가 주장한, 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사용을 늘려서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CF100(carbon free 100%)이 국민국가 차원에서 더 좋은 해법이냐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는다. 당연히 단기적으로는 유리하고 현실적이다.

 
 


 현재로선 RE100이 기업에 더 큰 비용을 물게 한다. RE100을 달성하는 방법으론 크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PPA(Power Purchase Agreement), 녹색프리미엄요금제가 있는데 모두 RE100을 신경 쓰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예컨대 가장 많이 활용되는 REC 구매는 같은 전기를 대략 150% 가격에 구매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REC 구매 가격은 월평균 현물가격으로 2021년 12월에 1REC당 3만8779원에서 지난해 12월 7만5624원으로 오르는 등 상승추세이다. RE100이 확산하면 더 오를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7일 설명자료를 내어 반도체 클러스터에 원전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언급을 보충했다. 설명자료에서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RE100 달성을 선언한 기업들은 녹색프리미엄, REC 구매 등의 방법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윤 대통령은 국가별로 다른 에너지 공급 여건을 고려하고 RE100 이행에 따른 기업들의 과도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원전을 포함한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적극 활용하자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바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말한 CFE는 원전 전력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현실을 따르겠다는 발상이다.
 전력 수요 폭증을 감안할 때 신규 전력원을 발굴해야 하는데, 윤 정부가 이처럼 원전에서 조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면서 원전 발전량 비중 목표가 올라갈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2월에 나온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원전 발전 비중 목표가 25%였지만 지난해 1월 현 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 없이 32.4%로 목표를 상향했다. 현 정부가 발표할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을 포함하여 2030년 원전 발전 비중 목표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실제로 국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은 다시 올라가 대략 30%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이 새로이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원전 대체가 생각만큼 순조롭지 못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저감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며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원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고, 빌 게이츠가 온실가스 문제 해법으로 원전을 지지한다는 이야기 또한 회자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원전 생태계 유지가 원전 수출국으로서 지위를 지키고 원자력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이다. 원전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처럼 현실론에 막혀 원전 발전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24/7 CFE=그러나 한국 정부의 CF100이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고 키우는 데 좋은 착수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8일 원전 논쟁에 뛰어들어 “반도체라인 증설을 하면서 원전 충당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건 세계적 트렌드나 산업에 대해 모르는 무식한 이야기”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RE100을 달성하지 못하면 반도체를 포함한 우리 수출 품목들의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부품 수출 기업에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RE100 목표 이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해 국내 기업들을 당혹게 하는 등 관련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에 “무식한 이야기”란 과격한 표현을 쓴 김 지사의 주장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국제적으론 RE100을 요구하지, CF100을 요구하지 않는다.
 CF100의 선두주자는 구글이다. 2017년에 처음으로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한 구글은 2018년 ‘연중무휴 무탄소 에너지(24/7 Carbon-Free Energy)’ 사용을 세계 최초로 선언했다. 구글의 ‘24/7 CFE’ 100% 달성 목표 연도는 2030년. 2021년엔 사용한 에너지의 67%를 무탄소로 조달했다. 2017년에 RE100을 달성한 구글이 아직 CF100에 이르지 못한 이유는 사용 에너지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지 못하고 일부를 REC 구매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2017년 RE100을 처음 달성한 이후 2022년까지 6년 연속 RE100을 달성했다. 사실 내용상으론 CF100을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
 ‘24/7 CFE’는 시간·위치 기반 청정에너지 조달에 중점을 둔다. 필요한 전력을 언제 어디서나 무탄소로 충당해야 하므로 ‘시간 일치’와 ‘현지 조달’이 필수적이다. ‘간헐성’으로 표현되는 재생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력소요시설과 가까운 곳에서 청정에너지를 끌어오거나 시설 자체 혹은 인근에 배터리를 갖춘 태양광·풍력발전소나 하이브리드 발전소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간헐성 극복을 위한 기술들이 태양광·풍력발전을 더 잘 적용하기 위한 보조수단이고, 여전히 ‘24/7 CFE’의 중심은 재생에너지라는 사실이다.
 구글의 사례에서 보았듯 ‘24/7 CFE’는 RE100을 우선한다. 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후에 추가적으로 전력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위해 CFE를 다음 단계로 선택하기에 한국 정부의 CF100과는 결이 아주 다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12월 미국의 모든 연방 기관에 ‘24/7 CFE’ 조건의 전력 구매를 요구하는 행정명령 14057호에 서명한 것에서도 이 기조가 유지된다. 2030년까지 100%의 CFE를 달성하되, 이 중 50% 이상을 연중무휴 대응할 수 있는 현지의 재생에너지로 제공한다는 게 목표다.
 따라서 탄소중립만을 내세우며 기후대응 정책인 RE100을 건너뛰고 CF100으로 직행하는 것은 자칫 위험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산업부는 “무탄소에너지 논의를 시작한 것은 RE100을 부정하거나 CF100만을 추진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라 RE100을 보완 병행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RE100 이행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모색해보고 국제적 확산을 시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것은 구글 등이 말하는 ‘24/7 CFE’와 CF100은 완전히 다른 정책이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용량은 3372GW로 전년(3077GW) 대비 8.9% 증가했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거의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비중이 1%대에 진입했고 2018년 8.44%를 최고점으로 2020년 6.41%까지 떨어졌다가 2021년 7.15%로 회복됐다. 재생에너지 정책에서 한국의 특이점은 신재생에너지란 용어를 쓴다는 것으로 연료전지·IGCC(석탄가스화 복합화력발전)를 신에너지로 분류해 재생에너지와 묶어서 통계를 내고 있다. 통계의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
 김 지사는 “이번 정부 들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억누르는 방향으로 가는 정책을 많이 쓰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나서 공급이 많이 늘어야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수요를 늘리면 공급이 늘고 가격도 덩달아 하락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공급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까지 기다릴 체력이 충분해야 하며 동시에 정부 입장에서는 그 기간에 정책적으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무엇보다 RE100이든 CF100이든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대세를 거스를 순 없다. 참고로 게이츠가 지지하고 후원하는 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가동되는 것과 같은 대형 원전이 아니라 출력이 300MW보다 작은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이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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