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전투기 수주 빼앗긴 미국…방산기업들, 과거 미국꼴 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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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4-01-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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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금융지원 실패로 동유럽에 무기 수출 좌초

최근 국회에서 수출은행법 개정안이 계류되면서 우리 기업들과 폴란드의 30조원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과거 미국도 미비한 금융지원법 때문에 수출 계약이 좌초된 바 있는데 한국이 그 전철을 그대로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방산업계와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30조원 규모로 추진 중인 폴란드와의 2차 방산계약은 금융지원 단계에서 지지부진하다.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 때문에 2차 대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는 15조원이고 동일인에 대한 수은의 대출 한도는 자기자본의 40%까지다. 이에 따라 수은이 2차 계약에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3600억원에 불과하다.

방산은 조선이나 플랜트, 원전 등과 같이 대표적인 수주 산업이다. 수주 규모가 작게는 수천억원에서 수십조원에 달하다 보니 수주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그만큼 국가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다. 다만 수주를 위해서는 '파이낸싱'이라고 하는 금융지원이 필요하다.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프로젝트 기간이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넘다 보니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선 돈이 필요한 셈이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 기간의 '자금 미스매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가져와야 고객도 안심하고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해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더라도 자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계약이 불발된다는 의미다.

미국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은 2000년대 초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전투기 공급을 두고 스웨덴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미국은 2001년 9월, 헝가리에 대한 전투기 공급 계약을 스웨덴에 뺏겼다. 당시 헝가리는 100% 금융지원에 기반해 스웨덴 사브사의 JAS 39 그리펜 14기 도입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3개월 뒤인 2001년 12월에도 미국은 체코에 대한 금융지원책 마련에도 실패해 스웨덴에 수주를 빼앗겼다. 당시 체코도 스웨덴과 JAS 39 14기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연달아 수주에 실패하자 미국은 해외군사재정지원(FMF) 프로그램을 통해 무기 구매국들에 100%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FMF는 미국 국무부의 대표적인 군사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상국은 무상자금이나 대출을 이용해 각국 수요에 맞는 미국산 무기를 사들일 수 있다. 방어용과 비살상용, 범죄대응용 무기는 신용지원 제한 예외 사유로 인정하는 등 금융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폴란드를 상대로 F-16 48대 공급 계약에 성공했다. 구입 대금 35억 달러와 상환 여력 조성을 위한 30억 달러 추가 투자를 결정한 금융지원책이 성공요인이었다. 

업계는 미국의 경우에 빗대어 우리도 이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사례를 토대로 우리도 제때 금융지원을 하지 못해 방산 수출 계약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하루빨리 국회가 관련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된 수은법이 통과되지 못한다면 한국도 폴란드와의 방산계약에서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게 된다. 수은법을 발의한 양기대 의원은 "대통령은 방산수출을 입버릇처럼 얘기하지만 정작 여당은 이에 소극적"이라며 "국가의 미래가 국회에서 발목 잡혀서는 안 된다"고 신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2023년 3월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사진연합뉴스
2023년 3월 폴란드 그드니아 항구에 도착한 K-2 전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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