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모자라 '신디케이트론'...멀어지는 '세계 4위 방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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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4-01-1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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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시중은행과 함께 집단대출 제공

한국수출입은행법(이하 수은법)의 국회 계류가 길어지는 만큼 국내 방위산업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책금융 한도가 모자라 무기수출 계약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긴급히 민간은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높은 이율로 인해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4위 방산 수출국 도약’이라는 국가 차원의 수출목표가 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무너질 위기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14일 방산업계와 국회, 정부 등에 따르면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 2022년 7월 폴란드와 무기 수출 관련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이어 바로 다음 달 총 124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획에 서명했다.
 
1차 계약에는 K-2 전차 180대, K-9 자주포 212문, FA-50 48대 등의 공급 계획이 담겼다. 1차 계약 체결 뒤 방산업계는 1년 안에 2차 계약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수출금융 지원 이슈가 발목을 잡았다.
 
일반적으로 인프라, 방산 등 대형 프로젝트는 수출 규모가 커서 수출국에서 정책 금융·보증·보험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당시 폴란드에 대한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의 정책금융 한도가 거의 다 차면서 계약에 차질이 생겼다. 수은법은 특정 개인·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하고 있다. 당시 수은이 폴란드에 지원 가능한 수출 금융액은 7조원대였는데, 폴란드와 추가 계약 규모는 이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1차 계약 체결 이후 잔여 계약 물량은 현대로템의 K-2 전차가 820대로 1차 계약 물량의 4.5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가 460문으로 1차 물량의 2배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말 K-9 자주포 152문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하면서 잔여 물량을 312문 규모로 줄였다. 그러나 여전히 기본계약의 절반에 해당하는 K-9 물량을 추가 계약을 통해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 체결은 수은법 개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을 통해 실행됐다. 이미 한도가 꽉 찬 수은을 통한 수출금융 지원은 어려워졌고, 결국 정부와 시중은행들이 나서 '신디케이트(차관단)론'을 제공했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기관이 차관단을 구성해 공통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하는 일종의 집단 대출을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차 계약에는 '2024년 6월까지 금융계약을 체결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고금리 등의 이유로 아직 금융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국책은행의 보증·보험이 지연됨에 따라 폴란드 2차 계약을 포함한 다수의 방산수출 계약이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임시방편으로 사용되는 신디케이트론을 두고도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평가 등급은 AA-로 2021년 기준으로 실행한 대출에는 2% 초반의 이율이 적용됐다. 하지만 최근 2026~2029년을 만기로 발행한 회사채의 수익률은 4% 초반으로 2년 새 2배가 증가했다.
 
현대로템의 경우도 2022년까지는 회사채의 이자율이 3% 중반이었으나 지난해 들어서는 4.8%를 넘어섰다. 긴급하게 발행하는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이율이 회사채보다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산계약에 따른 국내 방산기업의 이자 부담도 크게 늘게 된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방산업계가 글로벌 정상급으로 성장할 계기가 마련됐음에도 국책은행의 지원이 미비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시중은행을 통해서 해소는 가능하겠지만 이후에 기업이 지게 될 이자부담이 커 망설여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2전차 사진현대로템
K2전차 [사진=현대로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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