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친미' 총통 선출한 대만…중국을 자극하지 말라는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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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4-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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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왕휘 아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 13일 16대 대만 총통선거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국제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40.0%를 얻어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33.4%)와 민중당 커원저 후보(26.4%)를 제치고 당선되었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라이 당선인이 미국에 호의적인 입장을 견지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가 중국보다 미국에 훨씬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선거 결과 발표 직후 중국은 예상대로 불쾌한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왕이 외교부장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독립은 대만 동포의 안녕을 위협하고, 대만해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끊어진 길이고 더욱이는 죽음의 길”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강경한 입장을 볼 때 라이 당선인 취임식이 열리는 5월 전후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 16일에는 “대만 독립 분리주의 활동에 반대하고 조국과의 완전한 통일을 촉진하라”는 시진핑 주석의 글이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상당히 의외였다. 구체적인 배경이 알려지지 않아 이 발언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변경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였다. 15일 대만을 방문한 미국의 비공식 대표단은 이런 우려를 해소해 주었다.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과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라이 당선인에게 대만에 대한 미국의 공약이 확고하고 원칙적이며 초당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진의는 대만의 독립에 대한 원칙적 반대가 아니라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라이 당선인이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할 경우 중국이 무력을 통해 개입할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에 개입하고 있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대규모 전략자산을 전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국가안보실 중국국장을 역임한 라이언 하스 브루킹스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군사력이 중국의 군사 공격을 방어하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이 반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즉 미국은 라이 당선인에게 양안 관계를 당분간 안정적으로 유지하길 원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여건도 라이 당선인에게 유리하지 않다. 2020년 15대 총통 선거와 비교해보면 라이 당선인은 차이잉원 총통보다 17% 낮은 지지를 받았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날 치른 11대 입법위원 선거에서 민진당이 과반인 57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였다는 것이다. 10대 선거에서 61석을 차지했던 민진당은 10석 줄어든 51석, 국민당은 14석 증가한 52석, 민중당은 3석 늘어난 8석을 각각 차지하였다. 여소야대 구조 때문에 라이 당선인은 전임자인 차이 총통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정당은 민중당이다. 작년 여름 국민당의 허우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었던 커 후보는 야권 단일화를 위해 사퇴하라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완주하는 데 성공하였다. 미·중 전략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 편승보다는 균형을 선호하기 때문에 민중당은 대외정책 결정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변화를 통해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신남향정책의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도 라이 당선인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2016년 5월 취임한 직후 차이 총통은 장기적으로는 ASEAN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 및 호주·뉴질랜드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경제공동체 의식을 확립하고자 하려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중단기적으로는 국가의 의지, 정책적 유인 및 상업적 기회를 결합하여 무역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투자, 관광, 문화 및 인재 등에서 양방향 교류를 촉진하고자 하였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 2019년 홍콩의 '범죄인 인도조례'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다양한 외적 충격 속에서도 이 정책은 중단되지 않았다.
경제적 측면에서 신남향정책의 성과는 미흡했다. 2016~2022년 무역과 투자에서 신남향 18개국의 비중이 조금 증가하였으나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줄지 않았다. 대중 의존도가 결정적으로 변화하지 않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이 대만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이다. 대중 반도체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대만은 2020년 한국을 제지고 중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부상하였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신남향 18개국과 관계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비자 면제와 유학생 유치 등에서 분명한 효과가 있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봉쇄와 사회적 격리로 국제적 이동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그 효과가 반감되었다. 또한 지난 8년 동안 엘살바도르,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가 중국과 수교함으로써 대만의 수교국은 22개국에서 13개국으로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15일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발표하였다.
국내외적 여건이 불리하기 때문에 라이 당선인의 정책 기조는 현상 변경보다는 현상 유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라이 당선인은 당선 확정 직후 대만의 핵심 전략 산업인 반도체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재강조하였다. 지난해 1월 ‘산업 혁신 조례 수정안’과 11월 ‘반도체 칩 주도 대만 산업 혁신 방안’에 이어 새로운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논의되고 있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TSMC의 미국, 일본, 독일 파운드리 신설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대만의 우위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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