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 100투더퓨처] 노화의 근본 원인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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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4-01-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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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생명체의 노화를 밝히기 위한 노화 학설의 전제조건은 다양한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노화는 생명체의 보편적인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이면서 대립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노화의 원인 측면에서 제기되는 필연적인가 우연적인가의 문제, 노화의 다양한 현상이 보여주는 구조적 측면에서 제기되는 부분적인 변화의 누적인가 총체적으로 초래되는 결과인가의 문제, 목적적 측면에서의 번식과 생존의 문제 등 상호 대척적일 수밖에 없는 본질적 문제가 가로 놓여 있다.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분자, 세포, 개체 및 환경 수준에서 다양한 가설이 제기되어 왔지만 대부분은 노화현상의 일부분만을 설명하는 양상설(Aspect Theory of Aging)에 그치고 있다.

노화 학설의 분류에서 원인적으로 대립되는 명제는 우연과 필연 개념의 연장선에서 노화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되어 필연적으로 결정된다는 이론과 환경으로부터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하여 생체 구성물질들이 손상을 입은 결과로 초래된다는 이론이다. 필연적 프로그램설에는 수명프로그램설, 내분비노화설, 면역노화설 등이 있다. 수명프로그램설은 노화되면서 초래되는 다양한 변화가 결국 유전적으로 결정된다는 가설로서 노화유전자의 규명이 가장 중요한 조건인데 노화를 직접 유도하는 특정유전자를 아직 찾지 못하였다. 그동안 직접노화유전자로 기대되었던 조로증인 프로제리아의 유전자나 워너증후군의 유전자가 모두 정상유전자가 돌연변이되어 노화를 초래하는 간접노화유전자로 밝혀졌다. 다만 텔로미어 가설이 등장하여 증식에 따라 줄어들 수밖에 없는 텔로미어가 수명한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어 일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분비노화설은 내분비선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퇴화하여 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노화가 초래된다는 가설이지만 내분비선의 퇴화조건이 밝혀져 있지 못하다. 면역노화설도 마찬가지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면역계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체 방어기능이 약해져 노화된다는 가설로 특히 흉선의 퇴행에 따른 T세포 생성 저하가 노화를 초래한다는 가설이지만 흉선의 조기 퇴화 원인을 알지 못하고 있다. 한편 우연적 요인에 의하여 노화를 유도한다는 손상과오설에는 마모설, 활동률설, 교차결합설, 유해산소설, 체세포돌연변이설 등이 있다. 마모설은 주위 환경에서 닥쳐오는 제반 위해요인들에 의하여 세포 내 물질들이 손상되고 수선 복구기능이 한계가 있어 마모된 물질이 누적되어 노화가 초래된다는 가설이다. 각종 손상물질, 폐기물질들의 누적이 강조되고 있다. 지질단백질이 산화되어 응고된 리포푸신, 뇌, 췌장 등의 조직에 침착되는 아밀로이드 물질 등이 그 예이다. 활동률설은 생체가 활동하면 할수록 생체손상이 초래되므로 활동률을 조절하여야 한다는 가설이다. 교차결합설은 생체 내 분자들이 서로 교차결합하게 되어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하여 제거되지 못하여 생체 기능을 제한하고 형태를 변형시켜 노화를 초래한다는 가설이다. 유해산소설은 생체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대사되는 과정에서 사용된 산소의 2~5%가 유해산소로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유해산소가 부득불 주변 생체물질들에 산화를 초래하여 세포손상의 주요인으로 작동한다는 가설이다. 그러나 유해산소가 생체에 위해만 가하는 것이 아니라 증식 등의 생명활동에 필수적임이 밝혀지고 항산화물질의 투여가 수명연장이나 노화 제어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함이 밝혀져 가설 자체가 재검토되고 있다. 체세포돌연변이설은 살아가면서 여러 요인들에 의하여 돌연변이가 초래되어 유전자 발현뿐 아니라 유전자 자체가 원래의 정상적 조절과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어 노화된다는 가설이다. 노화에 따른 조직별 돌연변이율과 노화상태가 일치되지 못하고 있으며, 부분적 돌연변이가 총체적으로 일정한 노화현상을 초래하는 기전 등이 알려져 있지 못하여 아직 가설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화를 설명하기 위해서 제기되는 구조적인 문제는 부분과 전체의 역할 분담이다. 노화가 세포의 부분적 변화에 기인하는가 또는 생체의 특정부위 노화가 결정하는가 아니면 여러 변화들이 연계되어 세포 전체의 노화로 이어져 나가는가 또는 생체 전체가 동시적으로 늙어져 가는가의 문제도 노화를 설명해야 하는 데 중요한 걸림돌이다. 부분을 주장하는 측은 세포에서는 미토콘드리아, 리소솜, 세포막의 노화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여 각각 미토콘드리아 노화설, 리소솜 노화설, 막노화설 등을 제창하였다. 그리고 생체조직에서는 뇌의 해마, 뇌내분비선 특히 송과선, 뇌시상부, 뇌하수체 등의 노화가 궁극적으로 노화를 유발한다고 하였다. 반면 생체 전체 노화설을 주장하는 가설은 여러가지 변화가 누적되어 세포가 총체적으로 노화된다는 가설, 생체도 호르몬 또는 면역인자와 같은 생체인자가 전체에 영향을 미쳐 노화가 일어난다는 가설들이 주창되면서 서로간의 융합점을 찾으려 하였지만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노화를 설명하기 위한 목적적 측면에서의 대립은 생식과 생존의 갈등이다. 동물의 진화는 생식으로 계대(繼代)하면서 선택과 적응의 과정을 수천 번 수만 번을 거듭하면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생식이 끝나면 대부분의 동물은 죽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서 생식과 죽음이 교환(trade off)한다는 수명대가설이 등장하였다. 생식을 통한 종의 번식을 위해 생식 후 희생하는 대부분의 동물은 따라서 생식기 이후의 삶이 짧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생식을 하지 않는 경우 수명연장의 사례는 많이 있다. 즉 생식과 생존이 서로 대척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생식 후에도 생존하는 동물에게는 신체적 기능의 퇴화가 초래된다. 따라서 생식기 이후의 기간을 노화시기로 정의하기도 한다.인간의 경우는 생식기 이후의 생애가 점점 길어져 가면서 수명의 길이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그 결과 초래되는 노화는 인간에게 부과된 크나큰 생물학적 업보이다.

이와 같이 노화 학설은 원인적으로는 우연이냐 필연이냐의 갈등, 구조적으로는 부분이냐 전체냐의 논쟁, 목적적으로는 생식이냐 생존이냐의 선택이라는 대립적이며 상호 배제적 모순을 가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해 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들을 통합한 범통일노화학설(Unified Theory of Aging)의 등장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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