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세 계약갱신 거절 시 집주인이 '실거주 여부'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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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
입력 2023-12-26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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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물 인도 청구 사건 상고심서 원심 파기 환송

  • "실거주 의사 관련 언동·이사 준비 등 확인해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모습. 2023.12.11[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면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을 거절하려면 실제 거주 여부를 증명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파트 주인 A씨가 세입자 B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사건에 관한 상고심에서 A씨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 사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면 A씨가 이를 증명해야 하는데,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인정하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1월 서울 서초구 아파트를 2021년 3월까지 2년 동안 B씨에게 빌려주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12월 B씨에게 "코로나로 사업이 어려워 다른 아파트를 팔고, 빌려준 아파트에서 살려고 한다"며 임대차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B씨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면서 내용증명을 보냈고, A씨는 아파트를 인도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임대차 3법' 중 하나로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A씨는 노부모를 살게 할 계획이라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갱신 거절 사유(본인이나 직계 존·비속의 실제 거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B씨는 는 A씨가 실거주자를 직계 가족이라고 밝혔다가 소를 제기한 후 노부모로 말을 바꿨다는 점에서 부당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A씨의 승소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적법하게 갱신 거절권을 행사했다는 점이 인정된다"며 "실거주 주체가 변경된다고 하더라도 이 갱신 거절이 돌연 부적법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입증한다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실제 거주자에 대해 말을 바꾼 것에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임대인의 주거 상황 △임대인·가족의 직장·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 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 △이를 통해 임차인의 정당한 신뢰가 훼손될 여지 유무 △실거주를 위한 이사 준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방에 있는 A씨의 부모가 근처 병원 진료를 위해 해당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병원에서 1년에 1∼5차례 통원진료를 받았다는 외래진료확인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이를 수긍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A씨가 해당 아파트 인근에도 다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자녀 교육을 위해 가족이 또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도 전학과 이사를 준비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본인 가족이 직접 살겠다는 최초 사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임대인이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의 증명 책임 소재가 임대인에게 있다는 점, 이를 판단하는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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