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전세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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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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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빌라 등을 중심으로 '역전세난' 우려가 부동산 업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일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전세시대의 종말'이 더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된 이후 지속적으로 구시대적이라고 지적을 받아왔던 전세 제도가 이번 사기 사건의 여파로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지금까지 전세 제도가 내 집 마련을 위해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에 찬반이 엇갈린다. 전세 제도가 임차인 임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실제로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되는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르고, 임차인 입장에서는 실질적 이득 없이 표면적인 재정 상태를 유지한 채 장기간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적 효과가 컸다는 시각이다. 흔히 플라시보 효과라고 불리는 심리적 안정이 전세 제도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전세 제도의 장점에 대해서 찬반 양론이 존재하지만 그 단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측면이 많다. 전세 제도 자체가 매우 복잡하고 불투명한 거래 체계로 이뤄져 있다는 지적이다.

단적으로 2년마다 임차인이 변경될 때 개인 사이에 전 재산에 가까운 수억원의 돈이 오가고 그 거래일자를 맞추고자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그 신규 임차인이 살던 주택의 신규 임차인까지 동시에 이사 날짜를 조정하는 복잡한 거래가 매일 수천건씩 이뤄지고 있다. 만약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이들 전부가 한꺼번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세 거래에서 집주인에 대한 정보를 알기 어려운 것도 구조적 문제로 꼽힌다. 전세는 구입과 동시에 임대차계약이 가능함에 따라 임대인은 자기자본 없이도 주택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임대인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임차인은 세금 체납 이력, 보유 주택 수 등 임대인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계약 후 발생 가능한 잠재적 리스크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세 사기 역시 이 같은 허점이 극대화된 결과에 가깝다.

이 같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세 제도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경제 논리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역전세난 문제도 자세히 살펴보면 전셋집 주인이 시세가 내려가면 그만큼을 돌려주는 것은 거래에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행위에 가깝다. 그러나 임대인은 그동안 주택 가격과 전세 시세가 전반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생각해 전세 제도를 활용해왔다. 집주인만을 탓할 수도 없다. 정부 역시 끊임없이 주택·전세값이 오를 것이라는 동일한 잣대로 규제를 만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전세 제도는 1970년대 중반 전국적인 아파트 개발과 맞물리면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주택 가격이 크게 오르는 상황에서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됐다. 그러나 지금은 1970년대가 아니라 인구 절벽과 가구 형태의 변화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를 앞두고 있다. 많은 부동산 관계자들이 전세시대의 종말을 예측하는 것은 이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물론 당장 전세 제도가 급격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이 돌려줄 수 있는 보증금을 준비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월세가 임대차 시장에서 주류로 발돋움하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계약의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오랜 기간 유지된 전세 시대가 종말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항상 변화의 시기에서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상대적인 약자였다. 전세 시대의 종말을 앞두고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임차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정부와 업계 전문가들이 관심을 기울여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사진아주경제 DB
윤동 아주경제 건설부동산부 차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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