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가림의 차만세] 'N박스, 탄토, 사쿠라' 일본인의 경차 사랑…韓은 안 만들까 못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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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가림 기자
입력 2023-11-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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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 경차 대국이다. 경차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40%에 육박할 정도로 일본인들의 경차에 대한 애정은 그 어느 국가의 소비자들보다 지극하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중대형 차만큼 경차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고 독보적인 디자인과 성능, 공간을 갖춘 모델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차의 형태도 해치백에서 스포츠카, 스포츠유틸리티(SUV), 미니밴 등으로의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 수익성과 큰 차를 선호하는 소비현상을 고려해 경형 신차 개발 대신 중·대형 SUV 제조에 주력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올해 1~10월 경차 판매량은 145만8365대로 전년 동기 대비 8.2% 늘었다. 이는 전체 차 판매량의 36% 수준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국내 경차 판매량 비중이 전체의 8%에 그치는 것과 대조된다. 브랜드별로는 다이하츠가 47만1808대의 경차를 판매하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스즈키(44만7263대), 혼다(26만3832대), 닛산(15만9835대), 미츠비시(4만6137대), 마츠다(3만747대), 도요타(2만4716대), 수발(1만3869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뻔한 디자인은 가라' 주택가·도로 위 점령한 박스카
    일본 나고야의 도로에 경차들이 신호를 대기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일본 나고야의 도로에서 경차들이 신호 대기를 하고 있다. [사진=권가림 기자]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혼다의 'N-BOX'이며 다이하츠 '탄트', 스즈키 '스페이시아', '허슬러', 다이하츠 '무브' 등이 함께 상위 5위권에 올랐다. 올 들어 10월까지 이들 모델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이상 성장했다. 다이하츠 '태프트', 스즈키 '왜건R', 닛산 '루크스', 스즈키 '알토', 다이하츠 '미라'는 6~10위에 랭크됐다. 

    경차임에도 적재성과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 이들 모델의 공통점이다. 경차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정해진 규격 안에서 어떻게든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해 공간을 키우고 수납 공간, 기능 등을 배치한 결과다. 

    일본의 국민 경차로 자리매김한 N-BOX의 전장은 3395㎜, 전폭 1475㎜, 전고 1790㎜다. 가격은 1000만원 중반대에서 시작하지만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혼다 센싱, 9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7인치 디지털 계기판 등 각종 기능을 적용하며 고급화를 꾀했다. 
     
    다이하츠 박스형 경차 me MO 실내 사진권가림 기자
    다이하츠 박스형 경차 'me: MO' 실내 [사진=권가림 기자]
    일본에서 경차가 인기 있는 이유는 세금과 차고지 증명문제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차와 승용차(소형~대형)의 자동차세는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경차의 자동차세는 1만800엔(약 9만5000원)인 반면 소형~대형차는 2만5000엔(약 21만8000원)부터 시작한다. 

    특히 일본은 주택에 차고 또는 반경 2㎞ 내에 주차 가능한 사설 주차장 공간을 확보해야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다. 일본의 아파트 또는 맨션의 주차장은 기계식으로 설치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기계식 주차장에 들어갈 수 있는 자동차의 규격 및 중량이 정해져 있어 경차 선택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일본 도쿄와 나고야의 도로 위에는 각종 소형차들이 대부분이었다. 주택가 앞 마당의 주차장에는 주로 경차~소형차가 주차돼 있는 모습이었다. 이러한 일본의 소비 형태를 반영하듯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2023 재팬 모빌리티쇼에서도 작은 차를 기반으로 한 미래 비전을 선보였다. 
     
    日 모터쇼에 등장한 전기 경차…한국은 SUV 올인 
    다이하츠 경승용 오픈 스포츠카인 오산포 사진권가림 기자
    다이하츠 경승용 오픈 스포츠카인 '오산포' [사진=권가림 기자]

    도요타는 '카요이바코'라는 이름의 소형 전기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내놨다. 배송트럭의 역할을 하거나 캠핑 등 아웃도어용 차량, 휠체어 사용자의 쉬운 접근과 재택근무 거점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혼다의 '사쿠라'도 모빌리티쇼에서 관람객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쿠라는 경차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낸 모델이다. 올 1~10월 사쿠라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4%나 급증했다. 2000만원 초반대의 사쿠라는 항속거리가 180㎞인 전기차로 157피트의 짧은 회전 반경으로 좁은 길을 편하게 통과할 수 있다. 경차 처음으로 긴급 정지 시스템이 장착됐으며 닛산의 ADAS인 프로파일럿, 프로파일럿 파킹, SOS 콜 기능, 어라운드 뷰 모니터 등이 들어 있다. 

    다이하츠는 박스형 경차인 'me: MO'와 경승용 오픈 스포츠카인 '오산포'(OSANPO)를 공개했다. 스즈키의 크로스오버 콘셉트 미니 왜건 'eWX'와 '스페이시아 커스텀' 콘셉트 모델도 차기 전기 경형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반면 한국의 경차는 캐스퍼, 모닝, 레이 등 3종에 불과해 선택지가 적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 대부분이 경차 제조에 뛰어드는 것과 달리 한국은 경차 시장의 신차 투입에 소극적이다. 국내 완성차업체는 경차가 다른 차급에 비해 단가가 낮아 마진이 크게 남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캐스퍼와 레이, 모닝은 위탁 생산되고 있으며 모닝의 경우 완전변경이 아닌 상품성 개선만 하고 있다. 레이 역시 출시 이후 13년간 완전변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큰차 선호현상이 커지면서 경차 제조 여력은 더욱 줄고 있다. 올 1~10월 전체 판매량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차종은 중형(27%)이다. 경차 비중의 3배에 가깝다. 이어 준중형이 25%, 준대형이 17%를 차지했다. 모델별 판매량을 봐도 쏘렌토, 카니발, 스포티지 등 SUV가 상위권을 차지했다. 

    국내 완성차업계가 경차 개발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작은 차를 낮은 원가에 고품질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완성차업체 경쟁력의 원천이 될 수 있다"며 "레이와 같은 박스카의 신모델이 나오고 SUV, 스포츠카 등 다양한 형태의 모델이 추가된다면 국내 경차 시장도 다시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즈키 스페이시아 커스텀 사진권가림 기자
    스즈키 스페이시아 커스텀 [사진=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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