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신의 직장이었는데'...금융당국은 로펌行, 국책은행은 시중은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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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10-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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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감원 직원 9~10월에만 5명 김앤장·광장 등으로

  • 국책은행은 시중은행·저축은행…지방이전 이슈 탓

사진유대길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 지난 8월까지 금융감독원에서 근무하던 A국장은 이달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적을 옮겼다. 지금은 공직 경력을 활용해 파트너 변호사들의 자문에 응해주는 역할을 한다. A국장처럼 법무법인 세종, 광장, 화우 등 로펌으로 이동한 금감원 직원은 9월과 10월에만 5명에 달했다. 이들이 맡은 업무는 고문부터 공인회계사까지 다양했다.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의 핵심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 인사적체와 지방이전, 민간기업보다 낮은 연봉체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1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금감원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현황'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 8월까지 최근 3년 사이 금감원 퇴직자 11명이 김앤장 법률 사무소에 재취업했다. 뒤를 이어 △광장이 8명  △율촌 5명  △세종 4명  △화우 2명  △태평양 1명  △민주 1명 등이었다. 5급 사무관과 퇴직 후 3년이 지나 심사를 받지 않고 취업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이 기간 로펌 이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이전에는 드물었던 금감원 직원들의 로펌행은 그 이후 부쩍 증가했다.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비롯해 금융 규제 관련 분야가 로펌의 수익원 중 하나가 되면서 금감원 직원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났다.

금융위·금감원의 처우가 민간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점도 신입, 고참할 것 없이 로펌으로 발을 돌리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강보험공단의 가입자 이동 현황에 따르면 평균 1억을 밑도는 공무원 연봉은 로펌으로 옮기면서 3배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법조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는 최소 2배 이상의 연봉 인상을 약속 받고 이직을 결정한다"며 "특히 금감원 출신은 기업을 조사·제재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어 공직 인맥을 활용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던 국책은행도 낮은 연봉 인상률과 지방이전 이슈가 맞물리며 '기피 직장'이 됐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국책은행의 평균 연봉은 1억464만원으로 4대 시중은행(9300억원)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평균 연봉이 1억929만원으로 집계돼 4대 은행(1억1275만원)에 역전당했다. 여기에 KDB산업은행은 부산, 수출입은행은 인천, IBK기업은행은 대구 이전설이 계속 나오면서 직원들의 이탈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168명의 직원이 중도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이하는 68명, 30대는 64명으로 전체의 78%에 달했다.

이들 대부분은 전문성을 살려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에서 산은으로 이직한 후 부산 이전이 확실시되자 다시 시중은행으로 돌아간 행원은 물론, 아예 눈을 낮춰 2금융권으로 향하는 직원도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적지 않은 산은 인재가 추가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은 출신 행원은 업무 면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업계 선호도가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퇴직률 0%를 기록하는 등 '신이 내린 직장'이라고 불린 것도 옛말"이라며 "지금은 기업대출·투자금융(IB) 등 은행별 강점을 활용해 시중은행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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