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피크 차이나'의 허실 …담론에 매몰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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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3-10-2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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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 교수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요즘 ‘피크차이나(Peak China)’ 란 단어가 국제사회 큰 화두로 등장하며 기다렸다는 듯이 국내여론도 서방의 피크차이나론을 보도하기에 여념이 없다. 피크차이나는 2022년 8월 미국 브랜즈, 마이클 베클리 두 교수가 공동 집필한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Danger Zone)>에서 처음 등장했다. 인구·미국제재·자원고갈 등 문제에 직면한 중국경제가 정점에 이른 강대국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그리고 2022년 12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출간한 <2023년 세계대전망> 책에서 제로코로나정책, 미국의 기술제재, 부동산위기, 인구 등 요인으로 인해 중국의 성장이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피크차이나를 언급한 바 있다. 올해 1월에는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의 피크차이나 칼럼에서 중국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지정학적 위치·에너지·금융·인구·첨단기술의 5가지 영역에서 미국이 중국에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지난 5월 이코노미스트 커버스토리 기사로 피크차이나(슈퍼파워 동등의 시대)를 다루면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지난 8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의 40년 경제 붐은 끝났다"라는 기사에서 생산인구감소·생산성 하락·심각한 부채 등으로 인해 피크차이나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가장 최근에는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애덤 포센 소장이 포린어페어스지(2023년 9-10월호)에 기고한 ‘중국경제기적의 종말‘ 글에서 1인 독재체재, 민간기업과 가계의 정부불신 심화로 인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중국경제가 침체될 것이라는 피크차이나를 언급했다.
이러한 피크차이나 담론의 키워드를 요약해보면 인구감소·성장률 둔화·미국제재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서방의 피크차이나 담론에 대한 좀 더 의미있는 토론과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언급된 중국경제의 문제점과 현상들을 어떠한 관점과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정부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이슈들로 어떻게 대응하고 관리하느냐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최근 피크차이나 담론이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봉쇄로 인한 수출·투자·소비침체와 인구감소로 인한 향후 경제성장둔화 가능성으로 귀결된다. 중요한 것은 서방의 시각에서 본 피크차이나론의 함의와 의미를 좀 더 냉정히 살펴보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중국경제를 이해해야 잘못된 판단과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 피크차이나는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의미로 중국위기론, 붕괴론을 말하는 차이나리스크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피크차이나는 ’향후 중국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피크차이나 담론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질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중국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는가?이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래 지난 44년간 연평균 약 9% 성장하며 세계경제의 엔진 역할을 했다. 경제성장률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1단계(1990~2004년)는 압축성장시기로 평균 10%대 성장을 구가하며 GDP 순위에서 세계 6위로 성장했다. 2단계(2005~2011년)는 8%대 성장을 유지한 바오빠(保八)시기로 2008년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정부투자를 통해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3단계(2012~2016년)는 7%대 성장을 유지한 바오치(保七) 시기, 4단계( 2017~2019년)는 6%대 성장을 유지한 바오류(保六) 시기로서 점진적인 연착륙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2.2% 하락했다가 기저효과로 2021년 8.4%로 반등했고, 2022년에는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다시 3%까지 급락했다. 피크차이나 담론의 출발은 이 시기부터 본격화되었다. 중국경제의 절대성장률 추이를 보면 점차 하락해 왔지만, 상대성장률은 꾸준히 성장하며 미국 GDP의 약 76%까지 따라잡았다. 중국 지도부별로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3기 장쩌민 시기(1993~2002, 평균 10%대 성장) GDP 1% 규모는 60억 달러, 4기 후진타오 시기(2003~2012, 평균 8%대 성장) 1%는 약 170억 달러, 5기 시진핑 시기(2013~2022) 1%는 1500억 달러가 넘어서는 총량 규모다. 미국 GDP가 2002년 11조 달러에서 2022년 약 25조 4600억 달러로 약 2.3배 증가한 사이 중국은 2002년 1조5000억 달러에서 2022년 약 20조 달러로 약 13.3배 성장했는데 단순히 절대성장률로 보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IMF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5%)은 인도(6.3%) 다음으로 성장률이 높은 나라로 미국(2.1%), 일본(2%) 등 국가대비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국 경제성장이 정점에 달했다는 표현보다는 경제성장률은 점차 둔화되겠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둘째, 인구감소로 인해 중국경제가 성장을 멈출 것인가? 피크차이나 배경의 핵심내용 중 하나가 바로 중국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던 풍부한 생산노동력인구(15-64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중국은 경제성장 방식 전환과 성장구도의 재편을 통해 빠르게 과거 수출·투자주도형에서 소비주도형 성장방식으로 전환해 오고 있다. 인구감소의 문제해결을 위해 노동집약형 제조업에서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와 첨단 고부가가치 제조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식 현대화가 시진핑 3기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라면, 고품질 발전은 중국경제의 향후 발전방향을 요약하는 핵심 키워드이다. 고품질 발전은 농촌지역 현대화, 산업공급망의 유연성 향상, 서비스산업 및 자본시장 개방확대, 디지털차이나 가속화, 현대화된 산업시스템 구축을 의미한다. 중국은 인구고령화와 출산율 하락에 따른 기존 양적 성장인 인구보너스에서 질적 성장의 인재보너스 효과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40% 이상 이공계열 전공으로 배치하는 대학 구조개혁도 진행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이 비록 구조적인 문제점이 존재하나, 풍부하고 우수한 인적자원과 전기차의 글로벌경쟁력 등 여러 장점이 존재해 아직 피크차이나를 애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애기한다. 노동집약형에서 기술집약형 산업으로의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수요 및 시장규모를 확대해 나가는 중국의 또 다른 면을 살펴봐야 한다. 정부투자도 과거 전통적 인프라 사업보다 승수효과가 높은 첨단산업 인프라 투자비중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국제로봇연맹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 53만 유닛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설치되어 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중국 제조업 근로자 수 대비 가동 중인 산업용 로봇대수가 1만명당 392대로 전년대비 21.7% 증가하며 점차 산업용 로봇이 단순 일자리를 대체해가는 추세다.
핵심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1% 포인트 하락할 경우 한국은 0.15% 포인트 동반하락하는 경제구조 특성상 중국성장방식 전환에 따른 우리의 대응이다. 단순히 중국경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애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역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정부나 학계보다 기업이 더 잘 안다. 생산성과 기업이윤적 관점에서 중국을 대체할 만한 곳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대안 없는 주장은 결국 탁상공론이다. 향후 글로벌시장의 변화와 중국의 기술자립화에 따른 선택과 집중의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피크차이나 담론에 매몰되어 미래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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