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찬 칼럼] LGFV, 중국 경제위기 진짜 뇌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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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입력 2023-09-2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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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박승찬 (사)중국경영연구소 소장 겸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숨겨진 지방부채가 중국경제의 뇌관 혹은 시한폭탄으로 지목된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최근 팬데믹 이후 지방부채가 더욱 급증하면서 금융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면서 중국경제 위기가 곧 닥쳐올 것처럼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우선 중국 지방부채가 증가한 배경과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지? 그 상황을 좀 더 살펴보자. 원인과 배경을 알아야 향후 중국정부의 대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방부채는 최근 이슈적 관점에서 양성부채와 음성부채로 나눌 수 있다. 양성부채는 지방정부의 대차대조표에 표기되는 공식적인 채무를 의미한다. 지방재정은 크게 토지보상금, 세수와 중앙정부의 보조금으로 구성된다. 그중 토지보상금의 비중이 지난 20년간 지속적으로 급증하며 지방재정의 평균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는 재정의 70%를 토지보상금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난 3년간 코로나 봉쇄로 인해 세수감소와 방역비용 증가, 부동산 시장침체로 인해 지방정부의 양성부채도 늘어났다. 문제는 음성부채다. 음성부채는 지방부채로 잡히지 않는 숨은 부채, 그림자 부채를 의미한다. 음성부채의 핵심은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으로 귀결된다. LGFV는 지방정부가 설립한 특수목적의 융자기구로 지방정부의 우회적 자금 조달 역할을 한다. 지방정부는 LGFV를 통해 채권발행 및 토지·신용담보대출의 은행차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각종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는 구조다. LGFV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4년 국세와 지방세를 분리하는 분세제(分税制) 개혁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분세제는 기업법인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세제가 국세로 편입되는 정책으로 이로 인해 지방재정 수입은 줄어들고 중앙재정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5년 시행된 <중국 예산법>에서는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과 적자발생을 불허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지방재정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부는 이른바 ‘토지재정’이라고 불리는 토지판매수입, 토지 관련 세금과 토지융자 시스템을 통해 재정난을 해소해 나갔다. 그런데,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세계경제가 휘청거릴 때 중국은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조 위안의 인프라 패키지 부양책을 발표하게 된다. 중앙의 보조를 맞추어야 하는 지방정부도 ‘농촌의 도시화’ 라는 이름으로 30조 위안이 넘는 인프라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방정부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SOC 인프라 건설에 투자했고, 중앙정부도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였다. 이를 계기로 정부예산법을 지키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경로로 LGFV가 설립되었고, 전국 성급-시급-현급-향급의 다양한 LGFV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투명성 부재와 수익성 악화로 인해 LGFV의 부채가 증가하기 시작해 부채규모가 2009년 당시 약 5~6조 위안에서 2013년 18조 위안까지 늘어나면서 심각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중앙정부는 LGFV를 통해 발생한 지방부채가 채무상환 리스크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2014년 8월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예산법 수정본을 발표했다. 지방발전의 필요성, 지방정부의 채무문제 해결, 리스크 관리의 규범화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그동안 금지한 지방채 발행 권한을 허가했다. 채무상환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지방채 자율발행 및 상환제도를 새 예산법에 반영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도시화를 위한 인프라 사업에 투자되는 LGFV는 암묵적으로 인정되면서 지방부채 리스크를 키운 결과를 초래했다. IMF는 LGFV 부채규모가 2018년 35조 위안-2020년 45조 위안-2022년 57조 위안에서 올해는 66조 위안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골드만삭스는 LGFV를 포함 중국부채가 23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그렇다면 과연 LGFV가 중국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것인가? 결론적으로 LGFV가 중국경제 위기의 종속변수가 될 수는 있어도 독립변수로 작용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시급 이하 LGFV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작업(退平台)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LGFV는 1년 후인 2009년 약 9000개가 생겨났고 그중 5000여 개가 현급 LGFV가 차지했다. LGFV 채무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014년부터 본격적인 정리작업을 시작했고, 2022년 기준 약 4500여 개로 축소되었다. 도시건설개발공사·도시개발자산경영회사·교통투자유한공사·에너지 그룹 등 지방마다 각기 다른 명칭으로 존재해 겉으로 보기에는 LGFV인지 지방 국유기업인지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올해 초부터 중국 심계서(審計署, 회계감사기구)와 재정부 공동으로 LGFV를 통한 자금차입 규모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9월 초 장쑤성 장인시(江陰市) 정부는 ‘중앙 및 성정부의 지방정부 채무리스크 대응 및 방지정책’에 따라 LGFV 배경의 ‘장인신항투자관리유한회사’와 ‘장인시 도시투자유한회사’의 정부융자업무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장쑤성은 올해 안에 40여 개의 LGFV 회사를 정리한다는 방침으로 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시급 이하 LGFV를 중점으로 선별적인 관리와 정리작업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지방부채의 상업화를 통해 LGFV 디레버리징(부채 축소)과 중앙정부 지원이 확대될 것이다. 채무조정, 출자전환을 통한 LGFV의 부채상환능력을 제고하는 지방부채의 상업화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LGFV의 자산규모와 실적을 기준으로 선별해 양호한 LGFV의 경우 민관협력모델(PPP) 방식으로 민간의 전략적 투자기업에게 지분이전, 경영참여 방식의 상업화를 추진해 나간다는 것이다. 또한 LGFV의 채무구조 개선을 위해 중국개발은행이 자금경로가 투명한 저금리 대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충분히 예측가능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해 커다란 위험에 빠지는 ‘회색 코뿔소’에 빠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말 개최된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은 ‘지방부채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지방부채 감축계획을 수립,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그에 따라 지방부채상환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상황이 심각한 구이저우성· 톈진시 등 12개 성·시·자치구에 1조5000억 위안의 특별융자채권 발행을 허용한 바 있다.
셋째, 외환보유고·저축률·총부채비율 측면에서 중국정부가 아직 감내해 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2023년 7월 기준 중국 외환보유액이 약 3조2000억 달러(세계 1위)이고, GDP 대비 총저축률도 45% 수준으로 선진국 및 세계평균인 27% 대비 높아 재정 건전성은 충분해 보인다. 칭하이성·구이저우성·지린성·톈진시 등 일부 지역이 부채비율이 높긴 하지만, 여전히 GDP 대비 정부부채가 62% 수준으로 아직 세계평균(86%), 미국(113%), 영국(101%), 일본(228%)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과 민간투자 침체로 인해 향후 지방정부의 재정여력 축소와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로 일부 시급 LGFV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GFV 대출이 중국 국유은행권 자산의 약 12~13% 차지하고 있어 비록 저금리 대출로 은행의 이익감소가 있겠지만 중국은행권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박승찬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 및 중소벤처기업지원센터 소장을 5년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학교 방문학자와 함께 현재 사단법인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미국 미주리대학에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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