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강대국 서로 다른 셈법] '확전' 전전긍긍 바이든, 미소 짓는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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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10-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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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과 경쟁에 집중하려던 美 희망 물거품"

  • 고유가 부담에 우크라 이어 이스라엘 지원 가중

  • 서방 대우크라 지원 약화…러에 이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UPI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UPI·연합뉴스]

“중동에서 눈을 돌려 러시아, 그리고 특히 중국과의 강대국 경쟁에 집중하려는 바이든의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뒤집힐 것이란 관측이 잇따른다. 중동과 관계 개선을 통해 러시아, 중국과의 군사·경제 전쟁에 집중하려던 미국 전략이 차질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동 전쟁 확산에 전전긍긍하는 미국과 달리 러-우 전쟁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러시아는 살며시 미소 짓고 있다. 중동 긴장 고조는 서방의 러-우 전쟁에 대한 관심을 중동으로 돌릴 뿐만 아니라, 유가를 자극해 산유국인 러시아의 전쟁 비용 마련이 한층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고유가 부담에 중·러 견제 노력도 분산…바이든 연일 '이란 나서지 마' 
11일 이코노미스트,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팔 전쟁 후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미국과 이란 간 대리전으로 번지는 사태를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의 안보와 유대인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 약속은 흔들리지 않는다”며 탄약, 아이언돔(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체계)을 보충할 요격 무기 등 추가 군사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란이 이-팔 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항공모함 함대를 지중해 동부로 옮겼고 그 지역에 더 많은 전투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란에 ‘조심하라’고 분명히 전했다”고 말했다.
 
중동 긴장은 미국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다. 러-우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며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동 긴장이 유가를 재자극한다면 미국 경제는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
 
그간 바이든 행정부는 증산의 열쇠를 쥔 중동 산유국들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지난 9월 미국과 이란은 한국 시중은행에 동결된 60억 달러 규모의 이란 원유 대금 동결을 해제하는 조건으로 수감자 맞교환 협상을 타결했다. 또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를 주도해 사우디의 증산을 유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될 처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날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통화하고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지원하는 것이 왕국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 지원을 약속한 미국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더구나 이란과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을 공모한 것으로 확인된다면, 정세는 긴박하게 흘러갈 수 있다. 미-이란 대리전은 물론이고, 비교적 이란에 유화정책을 취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대권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미소' 러시아 "서방 지원 없으면 우크라 포탄 일주일 내 소진“
반면 러시아는 중동 긴장 고조를 바라는 눈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갈등 해결 방안으로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제안했다. 이-팔 갈등이 극에 달한 현재로서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
 
이-팔 충돌은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위축시킬 수 있다. 전쟁의 판세가 러시아에 유리한 쪽으로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일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에서 "내일 (서방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중단된다면, 그들(우크라이나)이 포탄을 모두 소진하는 데는 단 일주일도 안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개시하면 서방의 무기 공급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브론웬 매덕스 채텀하우스(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 소장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미국은 즉시 이스라엘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미 공화당 의원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다.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하나로 묶어 의회의 승인을 구하는 안을 검토 중이나 공화당 의원들은 반감을 표하고 있다.
 
유가 상승도 러시아에는 득이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 연구소의 정책 연구원인 앤 마리 데일리는 "유가 상승은 러시아의 무기 생산을 위한 지출은 물론이고 재정 적자를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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