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충 시급한데 기존 충전소도 사라진다…日 2035 전기차 대전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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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10-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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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충전소 수명 8~10년

  • 2014~2015년에 지어진 충전소 수명 종료

  • 신규 충전소보다 사라지는 충전소가 많은 상황

  • 전문가, 공공 충전소에 그칠 것 아니라 민간과 협력도 강조

 
전기차 급속 충전소 워터 전경 사진워터
전기차 급속 충전소 워터 전경 [사진=워터]
 



일본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전기차 대전환 프로젝트가 위태롭다. 당초 일본 정부는 2035년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전기차만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기차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성공적 전환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해(회계연도 기준) 기준 수입 전기차 판매량도 전년 대비 65% 증가하는 등 일본의 전기차 대전환은 현실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 노후화'라는 예상하지 못한 난관을 마주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전기차 후발주자로 인프라 확충이 미비한데, 기존 충전소마저 빠르게 수명을 다해간다. 이에 탄력을 받기 시작한 일본 전기차 판매가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예상만큼 크지 못한 전기차 시장…노후화로 줄어드는 전기차 충전소 


일본 전기차
 

일본의 전기차 시장이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사이 전기차 충전소가 노후화되고 있다. 폐쇄되는 전기차 충전소가 늘면서 전기차 보급은 지연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23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최근 전기차 충전소 문제로 고민이 늘었다. 전기차 충전소는 2014~2015년부터 일본 전역에 우후죽순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수명이 다해 폐쇄되는 충전소가 늘어나고 있다. 

일본 내 공공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매우 열악하다. 일본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는 8월 말 기준, 표준 충전소가 약 2만2500곳, 고속 충전소는 9700곳에 이른다. 이와는 별도로 테슬라 차량 전용 급속 충전소(슈퍼 차저)가 49곳, 완속 충전소는 181곳이 있다. 일본보다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적은 한국의 공공 충전소가 2021년 기준 10만3089곳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충전 인프라가 얼마나 미비한지 확연히 드러난다. 

폐쇄 및 가동 중지된 충전소가 2020년부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올해 1~8월에 폐쇄된 충전소는 총 2702곳으로, 2022년 전체(1098곳) 수치보다 2.5배로 늘었다. 전기차 충전기 수명은 보통 8~10년으로, 그보다 오래 사용하면 오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2014~2015년 설치된 것이 다수인 만큼 폐쇄되거나 정지된 충전소가 단기간 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사라지는 충전소가 신규 충전소보다 많다 보니, 전체 충전소 숫자마저 줄고 있다. 일본 지도회사 젠린에 따르면 2020년부터 전기차 충전소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폐쇄된 충전소가 새로 생기는 충전소보다 많은 결과다. 충전소가 오래되다 보니, 충전기의 효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례로 급속 충전기의 출력이 50kWh 미만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전기차 배터리의 용량이 50~100kWh인 점을 고려하면 1시간이 넘는 충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본의 충전기를 두고 효율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과 미국에서 250~350kWh 충전기가 사용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슈퍼 차져가 250kWh로 알려졌다. 한국만 하더라도 고속 충전기가 대개 100kWh, 경부고속도로에 설치된 일부 초고속 충전기는 350kWh를 자랑한다. 일본 전기차 충전기는 이들보다 5~6배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다. 

아울러 일본 전기차 충전기 포트가 1개뿐이라는 점도 효율성을 저해한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운전자가 전기차 충전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이 발생한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이처럼 적은 충전소와 열악한 충전 인프라는 일본 소비자가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일본 인구 1만명당 충전기 수는 2.3개다. 대표적인 전기차 선두국가 중국이 인구 1만 명당 충전기 수가 2022년 8.1개에서 올해 12.5개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 언론은 최근에도 낮은 전기차 보급률에 대해 높은 차량 가격, 짧은 주행 가능 거리, 열악한 충전 인프라 등을 꼽았는데, 이 부분이 개선되기는커녕 퇴보하는 것이다. 
충전소 노후화, 전기차 대전환에 발목잡을 수도
현재와 같은 전기차 충전소 노후화는 일본 정부의 전기차 대전환 계획마저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충전기를 현재보다 10배 많은 30만개로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노후화로 사라지는 충전기를 감안하면 계획 달성이 쉽지 않다. 

지난 4월 경제산업부는 일본 전역의 전기차 충전기가 너무 적다는 판단 아래 충전기를 10배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경제산업부가 설치하기로 한 충전기는 30만개다. 그 중 상업지구와 가정에 설치하는 일반 충전기는 27만개, 고속도로 등에 설치하는 급속 충전기는 3만개이다.

경제산업부는 현재 내연기관차 주유에 버금가는 편리함이 없으면 전기차 보급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과거 발표했던 2030년까지 충전소 15만개 설치 목표의 두 배에 해당하는 매우 큰 계획이다. 충전의 접근성도 높일 계획이었다. 휴게소 등 생활 환경 곳곳에 충전기를 배치하고, 전기차 여러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충전소를 설치해 내연기관차 수준의 편리성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 노후화로 인해 이와 같은 충전소 보급 계획이 큰 장애물을 만난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쌓아온 일본 정부의 전기차 충전소 보급을 위한 다른 노력도 빛을 바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고속 전기차 충전기가 적다는 판단에 200kWh 이상 충전기에 대한 규제를 50kWh 이상 충전기와 동일한 수준으로 완화했다.

일본은 전기차 충전기의 출력 범위에 따라 규제를 달리한다. 200kW 이상 전기차 충전기는 변전 설비로 분류돼 실내에 설치할 경우 벽이나 천장에 불연성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 완화 조치로 건축물에서의 거리 등 특정 요건만 충전하면 가능하게 됐다. 그만큼 규제가 느슨해진 것이다. 

보조금 지급을 통한 전기차 대전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는 전기차 한 대당 최대 80만엔(약 72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해당 사업에는 250억엔(226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2035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이 위태로워진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2021년 시정 연설에서 2035년 승용차 신차 판매를 전기차로 한정할 것을 공식화한 바 있다. 보조금 지급과 전기차 충전기 확충 역시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 계획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다만 일본 정부의 전기차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포함된다. 

전문가들은 충전소 설치 등 충분한 인프라 확충 없이는 전기차 보급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라이 아키코 미쓰비시연구소 연구원은 "인프라 개발과 전기차 보급은 닭이 우선이냐 달걀이 우선이냐의 문제"라며 인프라 확충을 통해 전기차를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관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공 충전소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유인책을 제공해 민간 부문도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이 일본에 충전망 정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메르세데스는 2030년까지 세계에  전기차 충전기 1만개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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