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시행된 지 1년 8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러나 일반인뿐만 아니라 필자와 같은 법률가에게도 중처법은 아직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법률이다.
필자는 법 시행 직후 발생한 중대재해 1호 사고부터 현재까지 중대재해 수사 여러 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하고 자문을 제공했다. 그렇지만 중처법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13개 의무 사항과 여러 법적 쟁점에 대해 법조계에서도 아직 일치된 견해를 찾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쟁점이 되는 유해·위험요인에 대한 확인·개선과 점검들이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준수돼야 법률 위반이 아닌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두고도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기업들에 대해 형식적 조치가 아닌 실질적·구체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실질적 조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해석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도급·위탁업체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 기업이 어느 범위까지 법적인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현재 일치된 견해를 확인하기 힘든 실정이다.
중처법 시행 이후 발생한 중대재해 사건 대부분이 수사 단계에 머물러 있는 수준인 데다 판결이 선고된 사건들도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들이라 선례를 통해 법률을 이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건설공사 발주자에 대한 중처법상 판단 기준이 대표적이다. 건설공사 발주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으로서 의무뿐만 아니라 중처법상 의무도 없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인데 이와 같은 건설공사 발주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에는 산업재해 사고와 관련하여 1심과 2심이 완전히 결론을 달리한 판결이 선고되기도 했다. 최근 모 공공기관의 수급업체 갑문 추락 사망 사고에서 1심 법원은 원청인 공공기관을 갑문 보수공사의 도급인으로 판단했다. 대표자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항소심에서는 해당 대표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고용노동부도 현재 중처법 적용 개선을 위한 TF를 발족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가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필자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인을 만났다. 필자는 지인에게 "식당 종업원 수가 5명을 넘으므로 이제 중처법에 대비해야 하고 특히 가스 누설, 화재, 화상 등 위험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처법상 주요 의무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매일 아침부터 식재료를 준비하고, 늦은 시간까지 식당을 운영하는 지인에게 중처법 내용 모두를 준수하고 스스로 관리·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오히려 당황한 지인에게 종업원을 5인 미만으로 하면 중처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반문마저 받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50인 미만 소규모 기업들에 아직도 불분명한 중처법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를 숙고할 필요가 있다. 법 적용을 당분간 유예하고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등 공적기관에서 소규모 기업에 대해 중처법 이행과 안전보건체계 구축에 도움을 주거나 필요한 법률 개정을 병행하는 등 정말 실효성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찾고 국회 차원에서 이를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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