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거대AI 패권경쟁] "AI열풍·美제재로 GPU 품귀" 국산화 속도내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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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3-09-07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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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최대 전자상가 화창베이' 르포

  • 저사양 칩 몸값도 3배로 뛰어

  • 中 초거대AI 개발 속도 저해 우려

  • 화웨이 등 GPU 자체 개발 노력

중국 광둥성 선전 화창베이의 한 전자상가 건물 내부 모습 사진배인선 기자
중국 광둥성 선전 화창베이 내 한 전자상가 건물 내부. [사진=배인선 기자]

"엔비디아 80기가바이트(GB) H800이요? 물량이 없어요."

지난 4일 오후 중국 최대 전자상가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 화창베이 '싸이거 전자시장' 5층에서 만난 한 전자부품 가게 사장은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2개만 구할 수 있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H800은 엔비디아 GPU 모델 중 하나로, 챗GPT 같은 생성형 AI 시스템 훈련을 위한 핵심 부품이다. 하지만 엔비디아 최신 고성능 칩 H100과 비교하면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 미국 정부 제재로 지난해 8월부터 H800, A100 등 고성능 칩에 대한 중국 판매가 막힌 엔비디아가 규제 포위망을 피해 올해 3월 출시한 중국 맞춤형 저사양 버전이기 때문이다.

현재 엔비디아 H100, A100과 A800(A100 저사양 버전), H800 GPU가 AI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에 사용되는 주류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엔 H800도 중국에서 구하기 힘들다. 화창베이에서 이곳저곳 발품을 팔아 간신히 물량을 보유한 업체를 찾았다. 그런데 80GB H800 가격이 개당 20만 위안(약 3641만원)이란다. 미국 전자전문매체 탐스하드웨어에 따르면 80GB H800 소비자 가격은 1만 달러, 중국 돈으로 약 7만3000위안 남짓이다. 중국 내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몸값이 세 배 가까이 뛴 것이다. 

그런데 직원은 이마저도 포장을 뜯지 않은 정품(原装)이 아니라 포장을 뜯어 낱개로 파는 제품(拆件)이라고 했다.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라고 하지만 중고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중국에선 H800 품귀 현상이 빚어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 들어 생성형 AI 개발에 사활을 거는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기술기업)가 앞다퉈 엔비디아 칩을 사재기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AI 칩에 대해 대중국 수출을 추가로 억제하는 신규 제재안을 곧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A800, H800 등 저성능 칩 판매도 차단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국 기업들은 칩 사재기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앞서 6월 중국 인터넷기업 바이트댄스가 올해에만 엔비디아에서 H800, A100 등 10억 달러어치 넘는 GPU 제품을 구매했으며 이는 지난 한 해 전체 GPU 구매량과 맞먹는다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바이두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모델인 어니봇 서버도 본래는 엔비디아 고성능칩인 A100을 탑재하려 했으나 미국 측 제재로 A100 구매가 막혀 저성능 칩인 A800으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의 생성형 AI칩 수요는 폭증하고 있지만 엔비디아 칩 공급 물량이 이를 감당하지 못해 중국 생성형 AI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지도부가 '기술 자립'에 나선 가운데 중국 현지 기업들도 국산 GPU 개발에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아직 엔비디아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전 세계 엔비디아 GPU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중국산 GPU 개발에 속도를 내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은 화웨이다. 2019년 미국 행정부 거래금지 명단(블랙리스트)에 오른 화웨이는 일찍이 자체 반도체 기술 개발에 주력해왔다. 

이달 초엔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에 버금가는 GPU를 개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A100은 H100 구 버전으로 학습 속도는 H100 대비 9분의 1 수준이다. 

화웨이는 7월 초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최신 모델인 '판구(盤古) 3.0'을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GPU 대신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AI 프로세서인 '어센드(昇騰·성텅)'를 탑재한 서버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장핑안 화웨이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로서는 엔비디아 GPU 확보를 위해 높은 가격과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까닭에 나날이 급증하는 컴퓨팅 파워 수요를 따라잡기 어렵다"며 “화웨이가 컴퓨팅 파워의 대안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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