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뛰어넘을 'K-반도체' 전략] ⑩韓, 반도체 인력 부족 심각한데···해외에 뺏기고 정부 육성책도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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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8-0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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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獨 이민법 고쳐 인재 확보에 사활

  • 한국선 10년간 이공계생 34만명 떠나

  • 반도체 계약학과 등록 포기율 155.3%

미국·EU·일본·대만 등 글로벌 경쟁국이 이민 관련법을 수정하면서까지 미래 첨단산업의 근간인 반도체 기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도 이에 대응하고 있으나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인재 확보에 노력하는 글로벌 경쟁국에게 인재를 빼앗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내 정부도 인재 확보 정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의 상당 부분이 단발성 보여주기 방식에 가까워 근본적인 기술 인재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탓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술 인재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술 인력 부족은 2017년 1423명에서 2021년 1752명으로 4년 만에 23.12% 늘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선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부문의 인력 부족 규모가 3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제기된다.

이는 반도체 기술 인력을 둘러싼 글로벌 영입전에서 한국이 인재를 빼앗기는 쪽에 가까운 탓이다. 미국은 지난해 반도체 지원법을 발표한 이후 반도체 기술 인재에 대한 이민 허들 낮추기에 돌입했다. 올해 초 미국 이민국은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 석사 이상 학위를 보유한 이민 신청자의 수속을 당초 8~12개월에서 3.5개월로 대폭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반도체 업계는 고급 인력 확보를 위해 이민법까지 개정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 정재계 인사 49명도 상하원 의원들에게 국가 안보와 국제 경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 인재에게 영주권 면제 조항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이민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최근 반도체 생산거점 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독일은 이민법을 개정했다. 독일 의회는 지난 6월 '이주노동자 유치법'을 통과시켰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자국 고용주가 채용한다는 입증을 해야만 비 EU 국가 국민이 취업비자를 받을 수 있었는데, 법안 개정에 따라 비 EU 국가 국민들도 최대 1년간 독일에 살면서 구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반도체 등 고급 기술을 보유한 인재를 독일에 이주시키기 위한 조치다.

일본도 최근 글로벌 상위 100위권 대학 졸업생이 일본에서 2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대만도 세계 500위권 대학 졸업자에게 업무 경력 2년이라는 조건 없이 비자를 내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방법으로 인재를 유입하기보다는 유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을 떠난 이공계 인재는 3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된다. 글로벌 인재 확보 경쟁에서 패배에 가까운 셈이다.

글로벌 인재 영입 경쟁뿐 아니라 기술 인력 육성에서도 뒤처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산업 분야를 이끌어 나갈 우수 학생들이 타 산업 분야로 이탈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취업이 보장되는 이른바 반도체 계약학과가 우수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실제 올해 수도권 주요 대학의 반도체 계약학과 최초 합격자의 등록 포기율은 155.3%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 '반도체 인재 양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10년 동안 반도체 인재 15만명을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 방안에는 첨단산업 인재양성 부트캠프 프로그램을 시행해 1년 동안 교육을 거쳐 연간 100~300명의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에 반도체 산업 현장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족 인력을 메우기 위해 반도체 인력의 숫자만 늘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 기술 경쟁이 날로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1년 수준의 프로그램으로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눈높이를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단순히 숫자만 늘리는 식으로 인재 확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우수한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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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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