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김진표 의장 "선거제도 개편 추진...개헌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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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우 기자
입력 2023-07-1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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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구 획정 시한 3개월...여야 최단 시간 협상 끝내야"

  • "최소 개헌 원칙...대통령 4년 중임제 추진해야"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에서 제75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은 제헌절을 맞아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3개 항에 국한해 헌법 개정을 제안했다.
 
김 의장은 17일 국회에서 제 75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이번 개헌은 '최소 개헌' 원칙을 추진해야 한다"며 "개헌 이슈가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해서도 안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의장 경축사 전문이다.
 

먼저 갑작스런 수해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수해로 많은 분들이 소중한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앞으로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더 이상 안타까운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함께 힘을 모아 대비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관계 당국은 수해 현장을 신속히 복구해서 피해를 최소화해 주실 것을 각별히 당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우리 민주공화국의 뿌리인 헌법을 만든 날, 제헌절입니다.
75년 전 오늘, 헌법 제정 소식을 듣고 우리 국민은 시가행진을 벌이며 환호했습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헌법을 선포하는 그 순간이 바로 자주독립을 이루고, 새 나라가 본격 출발하는 역사의 전환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날 선포한 제헌 헌법은 시작도 끝도 국민통합을 지향했습니다.
당시 지도자들은 남과 북, 좌와 우로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서는 헌법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제헌국회를 구성하고 곧바로 헌법 제정에 착수했습니다.
임시정부 헌법인 임시헌장을 바탕으로 좌파·우파·중도파가 각각 제시한 여러 헌법 초안을 두루 살폈습니다.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해 총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김구·김규식 선생 등의 주장은 물론, 사회주의 계열의 주장까지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1919년, 상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독립지사들은 흩어진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일을 절체절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임시헌장, 즉 헌법을 중심으로 국내와 상해, 만주, 미주 등에 흩어진 국민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자주독립과 건국의 지름길은 국민통합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덕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세계에 흩어진 우리 동포들의 확고한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 협상, 조속히 끝냅시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는 75년 전, 민주공화국의 문을 열며 숙원으로 삼았던 선진국 진입의 문턱 위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닥친 도전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우리 경제가 받는 압박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고도화하면서 안보 위기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대립과 갈등만 부추기고 있습니다.
 
특히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헌정신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세운 지도자들은 일제 치하와 해방정국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도 실낱같은 국민통합의 길을 열어내기 위해 절치부심했습니다.
정파의 이해를 넘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내는 일을 국가 존망의 과제로 삼았습니다.
 
제헌의 그날처럼 오늘의 시대정신 역시 국민통합입니다.
당면한 위기를 이겨낼 힘은 오직 국민의 단결된 마음에서 나옵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뤄낼 수 있도록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합시다.
우리 국민이 '진영의 시민'이 아니라 '공화의 시민'이 되는 길을 열어냅시다.
 
지난 시간, 우리 국회는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국회의원 144명이 정당을 초월해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만들었고
19년 만에 전원위원회를 열어 열띤 토론도 벌였습니다. 선거제 개편을 위한 국민 공론조사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승자독식과 극한 대립의 선거제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폭넓은 공감도 이뤄냈습니다.
 
지금 여야가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협상을 본격 진행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내내 충분한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친 만큼 협상을 신속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 선거구 획정 시한을 석 달 넘게 넘긴 만큼, 최단 시간에 협상을 마무리해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등 ‘최소개헌’을 원칙으로 삼아 내년 총선에서 개헌을 완수합시다.

국민 여러분!
 
대화와 타협을 제도화하는 데 있어서 선거제도 개편이 그 출발점이라면
마무리는 분권과 협치를 제도화하는 개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1987년 개헌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완성했습니다.
민주화라는 숙원이 이뤄지자 물꼬가 터진 것처럼 사회에 자부심과 활력이 넘쳐났습니다.
경제와 문화가 융성했고, 대한민국이 중진국을 넘어 선진국 문턱까지 내달릴 힘이 생겼습니다.
 
그때처럼 다시 한번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의 대도약을 이뤄냅시다.
1987년의 국가과제가 민주화였다면, 오늘의 국가과제는 협치와 분권의 제도화입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경쟁할 상대는 세계 초일류 국가, 이른바 G7입니다.
이들 국가와 경쟁해서 이기자면 이들을 능가하는 창의성과 역동성이 필요합니다.
 
극심한 갈등을 줄이는 일도 시급합니다.
영국 킹스컬리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갈등 지수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분권과 협치의 제도화를 이루는 것이 갈등을 줄이고
국민 개개인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꽃 피우는 첩경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1987년 이후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해 헌법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70%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헌법학자 등 전문가의 90%, 언론인의 95%가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부터 현행 21대 국회까지 모든 국회가 개헌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또 추진했습니다.
저를 포함해 국회의장 여섯 분이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고, 지난 정부에서는 대통령께서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공감과 준비가 충분한 만큼 이제 개헌을 실행할 때가 됐습니다.
 
이번 개헌은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국가적으로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만큼, 개헌 추진과정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개헌 이슈가 내년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과거 여러 대통령께서 개헌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면서도
개헌이 이슈 블랙홀이 될 것을 염려해 개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여야가 모두 찬성하고, 대통령과 국민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수준에서 개헌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이상 3개 항에 국한해 헌법을 개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국정 구상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현행 5년 단임제가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장기 집권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였다는 점에서
이미 그 역사적 역할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국무총리 국회 복수 추천제'는 국회가 복수의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추천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국무총리로 임명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국무총리가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책임총리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는 이미 여야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헌법에 명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입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면서 제도 도입 당시보다 사회적 여건이 개선됐고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임으로써 국민의 정치 신뢰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최소 개헌을 원칙으로 삼아 다가오는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개헌절차법’을 제정해 시민이 참여하는 안정적 개헌 기반을 마련합시다

헌법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 돼야 합니다.
시대변화에 따라 헌법을 현실에 꼭 맞도록 개선해 나가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우리 선배들은 제헌헌법을 만들면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썼습니다. 지금도 그래야 합니다. 국민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헌법에 담아낼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합니다.
 
현행 법률 체계는 대통령이나 국회가 발의한 개헌안을 처리하는 절차만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이 직접 개헌안을 준비하고 공론화할 수 있는 제도와 규정이 따로 없습니다.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헌 공론화 과정을 법으로 제도화해야 합니다.
리고 임기와 관계없이 개헌에 관한 숙의와 공론 절차를 담당할 국회 상설기구도 필요합니다.
 
저는 국민이 직접 개헌을 주도하는 국민 공론제도를 도입하고
시적으로 이를 담당하는 '국회상설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 위해 '개헌절차법' 제정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개헌절차법'을 제정하면 아일랜드의 시민의회처럼 시민이 직접 참여해 개헌을 추진하고
공론조사를 비롯해 숙의 민주주의를 적극 도입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가 2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면서 들은 말 가운데 참 가슴 아픈 말이 있습니다.
"딱 하나, 정치만 빼고 우리 사회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했다"는 말입니다.
정치가 사회 발전을 이끌고 가야 하는데, 거꾸로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남은 국회의장 임기 일 년,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정치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협치와 분권의 제도화, 능력 있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을 제 정치 인생의 마지막 소명으로 삼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집중호우와 장마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 비 피해 없이 안전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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