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디폴트옵션 시행 "저축은행 퇴직연금 격주 보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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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3-07-1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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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30조원 퇴직연금’에 대해 현미경 관리에 나섰다.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시행을 앞두고 자칫 대규모 수신(예·적금) 자금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저축은행들은 일단 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방어에 나섰지만 이는 추후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우려가 크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몇 달 전부터 저축은행 수신 동향을 하루 단위로 파악하고 있다. 일별로 인출되는 금액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이다. 동시에 각 저축은행에 격주 단위로 퇴직연금 관련 현황을 제출할 것도 요구했다.
 
금감원이 이처럼 적극적인 퇴직연금 관리에 나선 이유는 12일부터 시행되는 ‘디폴트 옵션’에 대한 우려다. 이는 퇴직연금 가입자가 명확한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았을 때 사전에 지정한 상품이나 포트폴리오에 따라 퇴직연금을 운용토록 하는 제도다.
 
문제는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에서 저축은행 상품은 제외됐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상품은 1인당 가입 한도(최대 5000만원)가 존재하는 만큼 구성에 포함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봤다. 이는 향후 저축은행이 수신자금을 확보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재 전국 79개 저축은행 정기예금 잔액 중 퇴직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3%(1월 말 기준)에 달할 정도로 높다. 이 중 만기가 도래한 예금에 대해 가입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에 비례해서 저축은행 총수신액은 줄어들게 된다는 뜻이다. 제도 정착 후 가입자 선호도가 높아지면 고객 이탈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상존한다.
 
이에 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은 지난 3월 저축은행중앙회가 주관하는 지부장단 회의에 직접 참석해 “퇴직연금 취급 비중을 줄여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대형 업체 중 퇴직연금 조달 비중이 높은 곳은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다. OK저축은행 퇴근연금 잔액은 3조원 내외로 알려졌다. 페퍼저축은행은 총수신액(5조6000억원) 중 39%(2조2000억원)가량을 퇴직연금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시화한 저축은행 수신 감소세에 불을 붙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총수신액은 1월 말 120조7854억원에서 4월 말 114조6159억원으로 줄곧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일단 예금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다. OK저축은행 파킹통장(수시입출금식) 금리가 최대 연 5%로 가장 높고 다올저축은행(연 4%), SBI저축은행(3.5%) 등도 최근 연이어 상향 조정했다. 이는 수신자금 확보 외에도 수신처 다각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론 조달금리를 끌어올려 저축은행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비중이 높은 곳들이) 만기 도래에 대비해 유동자금을 확보하려고 잇따라 금리를 높이는 상태”라며 “최근 건전성 문제가 고개를 든 상황에 부정적 요인이 또 하나 더해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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