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홍기 차기 경제학회장 "기조적 반등 회의적, 저출산 대응이 핵심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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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7-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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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대길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주요국의 이례적인 고강도 긴축 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심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상징되는 경제 블록화 등 겹악재에 우리 경제도 고통스러운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경제를 반등시킬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는 사실상 미미했다. 수출 부진 속에 그나마 경기를 지탱했던 내수 소비도 추가 동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버블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리스크는 내려놓을 수 없는 시한폭탄이다. 

난제들에 깔려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김홍기 한남대 교수를 만나 활로를 물었다. 
 
한계에 부딪친 한국 경제···저출산에 기술혁신 발목 

김홍기 교수는 지난 7일 아주경제신문과 만나 "경기 흐름은 하향과 반등이 반복돼 이전보다 나아질 수는 있지만 기조적으로 반등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라며 "크게 좋아질 기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게 객관적 예측"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짚은 게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6%대였던 잠재성장률은 5년마다 1%포인트씩 떨어지는 추세다. 현재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조만간 0%대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어느새인가 우리나라 성장동력이 완전히 상실되는 상황까지 왔다"며 "심각한 수준인데도 반전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어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최대 변수가 저출산·고령화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불러와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교수도 이에 동의하는 한편 또 다른 해석을 내놨다. '기술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저출산의 위험성을 경고한 것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한 자동화 수준 제고로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청년층과 노령층 간 불균형 심화가 사회적 혁신성을 떨어뜨려 기술 진보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이 든 사람은 경화된 지식을 갖고 있는 반면 젊은 층은 유연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새로운 혁신을 위해선 보다 유연한 지식이 필요한데 고령화가 심화하는 방향으로 인구구조가 바뀌면 기술혁신 자체가 이뤄질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출산율 저하와 인적 자본 축적 미비 등에 따른 성장동력 상실은 우리 경제에서 창의성과 역동성을 앗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3대 개혁, 잠재성장률 끌어올릴 유일한 해법
 
사진유대길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이 같은 '회색 코뿔소(위험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알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더 큰 위험에 처하는 상황)'를 마주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김 교수는 "잠재성장률 하락 기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인적 자본 확충과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며 "교육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이 제일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민간의 창의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경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강조한다. 구체적 수단으로 규제 완화 정책 추진과 더불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핵심 국정 어젠다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개혁 과제는 미루면 미룰수록 향후 전개될 상황은 더욱 암담해지고 더 많은 고통이 요구될 것"이라며 "정부의 지향점이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개혁의 진행 속도다. 개혁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타나기 어려운 만큼 장기적인 확신과 비전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다만 현 정부 들어 국민이 체감할 만한 속도와 내용의 개혁은 없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개혁과 규제 완화가 착실히 이뤄지기 위해선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며 "사회적 합의에 앞서 정치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한데 현재 상황을 보면 합의가 가능할지 비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정교한 정책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개혁을 둘러싼 정쟁이 가열되고 이해당사자 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은 단기적 비용만 보이고 장기적 혜택은 실감하기 어려워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하는 것은 개혁 시기를 늦출수록 더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이익을 챙기려는 자세는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구조 개혁을 하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 공감을 얻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런 과정 속에서 리더십이 발휘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너진 '안미경중'···中 의존도 낮출 현명한 방안 찾아야 

대외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적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 의존도가 높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김 교수는 "중국과 미국은 교역 측면이나 상호의존성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두 국가"라며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단기간에 끝날 일이 아닌 만큼 우리나라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처할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큰 비용을 치르지 않고 대중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과 지혜가 필요하다"며 "우리가 처한 지경학적·지정학적 인식하에 국제 정세를 정확히 분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읽어 장기적 국익에 입각한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무역 다변화 노력이 절실하다. 그동안 효율성을 내세운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 체계로 많은 혜택을 입었지만 그 과정에서 대중 무역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문제점도 발생했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처럼 특정 국가에 공급망을 과도하게 의존하면 예기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김 교수는 조언했다. 

그는 "현재 한·중 간 공급망이 매우 긴밀하게 구축돼 있어 단기간에 이를 조정하는 것은 큰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 가능하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며 "점진성이 중요하지만 미·중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지기 전에 속도를 낼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인재 육성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정부로서는 국제 관계에 대한 혜안을 가진 사람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국제적 흐름을 판단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전문가를 기르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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