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족 죽였는데 '물건 멸실'?"…2년째 잠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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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7-0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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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변호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대표 서국화)이 동물복지국회포럼과 함께 지난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민법 개정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대한변호사협회]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반려동물을 뜻하는 'Pet'과 가족을 뜻하는 'Family'의 합성어)'이 1500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현행법이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를 여전히 '물건'으로 취급하고 있어 동물 학대 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가 2021년 10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규정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2년째 아무런 진척이 없다. 지난 4월에는 여야가 합의문을 통해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발표했지만 현재 국회는 해당 법률안을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법조계가 발 벗고 나섰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영훈)와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대표 서국화)은 동물복지국회포럼과 함께 지난 3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주제로 민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조속히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분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법적 지위 분리 시 반려동물에 대해 '위자료'까지 인정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취급된다. 민법이 권리주체인 인간을 제외한 유기체들은 모두 물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폭염 속에서 반려동물이 차 안에 갇혀 있을 때 제3자가 구호를 하면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대상이 되고 형법상으로는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반면 개정안에 따르면 '긴급피난'을 근거로 반려동물을 구조해 타인의 재산을 손괴하더라도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 

또 현행법상 타인이 반려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여도 가해자에게는 형법상 재물손괴죄밖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고의를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하기 어렵다. 민사소송을 한다 해도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는 '물건의 멸실'에 해당되며 손해배상액은 통상의 교환가치 정도만 인정된다. 하지만 동물을 물건으로 더 이상 취급하지 않게 되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까지 인정될 수 있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PNR 이사인 박주연 변호사는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 별도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면 법적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안 통과 땐 변호사 역할 확대···"동물 권리 '대변자' 될 것"
민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되면 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 개선은 물론 동물 보호와 관련해 변호사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에 변화가 생기면서 변호사가 관련 법·제도 설계부터 실행 단계까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형사·민사·가사 등 사안에서 동물 권리 '대변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취지다.

해외에서는 이미 법률 전문가가 동물이 학대당했을 때 대변인으로서 동물의 이익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2016년 미국 코네티컷주(州)는 반려동물 학대 사건에서 '정의의 이익을 옹호할 법적 전문가'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데스몬드법(Desmond's Law)'을 통과시켰다. 스위스 취리히주(州)도 동물 변호사 제도를 두고 있다. 

소혜림 법무법인 해성 변호사는 "출생률은 낮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 소송이 자녀 양육권 소송 수요를 상당 부분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녀 양육권 소송과 유사하게 동물 복지를 위한 다양한 요소가 결정에 고려될 것이고, 변호사는 '반려동물 복지을 위한 대변자'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소속인 한주현 변호사는 "동물은 학대당했을 때 이를 사람이 발견하고 고발 조치를 해줘야만 가해자에게 응당한 형사처벌을 받게 할 수 있다"며 "동물은 스스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없어 그들의 권리를 대변해 줄 '사람'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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