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모피아' 전성시대 지속…농식품부·해수부 차관도 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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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3-06-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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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와 달리 기재부 출신 관료 중용

  • 문체부·복지부 등 非경제 부처도 장악

  • 편중성, 부처간 견제 약화 우려 의견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6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통일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과 차관 인사 개편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29일 단행한 개각을 통해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기재부 외 경제부처의 실세 차관으로 대거 임명됐다.

현 정부 들어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들이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포진하는 사례가 늘면서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전성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14개 부처 장·차관 인사를 단행하며 신임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에 한훈 통계청장을, 해양수산부 차관에 박성훈 국정기획비서관을 지명했다.  

이들은 기재부 출신이라는 공통 분모를 갖는다. 행정고시 35회인 한훈 차관은 기재부 전신인 경제기획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사무관 시절 농림해양 업무를 다뤘고 경제예산심의관 당시 농정 관련 예산의 편성·심의에도 관여했지만 주요 경력은 거시경제 정책에 집중돼 있다. 

박성훈 차관 역시 해양수산 업무와 접점을 찾기 힘들다. 행시 37회로 기획예산처에서 공직을 시작한 박 차관은 대통령실 기획비서관실 행정관, 기재부 기획조정과 세제실, 대통령 경제금융비서관실 등을 거쳤다. 

조직의 실질적인 행정 업무를 맡는 차관의 역할을 고려할 때 관련 부처 경험이나 전문성을 무시한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정부와 달리 윤 대통령은 집권 초부터 기재부 출신 관료를 대거 중용하고 있다. 기재부 장관을 지냈던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김대기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기재부 기조실장 출신인 조용만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기재부 재정관리관을 지낸 조규홍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이사는 보건복지부 1차관으로 각각 임명됐다. 조규홍 차관은 임명 후 5개월 만에 복지부 장관으로 영전하기도 했다.

문체부와 복지부에 이어 농식품부, 해수부 차관 자리까지 기재부 출신이 꿰차면서 관료 사회에서는 편중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경제 분야 전문성이 약한 윤 대통령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재부 출신 관료에게 의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부처가 기재부 인사로 채워질 경우 독립적인 정책 수립은 물론 기재부에 대한 견제도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모피아 중용 기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날 인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차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이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하마평에 올라 있다.

기재부는 나름의 반박을 제기한다. 문재인 정부 때 기재부 출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탓에 인사에서 소외됐을 뿐 경제 관료가 다양한 부처로 이동하는 게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추 부총리 취임 이후 기재부 출신 발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오히려 그간 '기재부의 나라'라는 인식 때문에 인사가 막혔었던 게 더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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